2025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일 미사 강론
- 겸손의 참된 가치, 자기를 낮추며, 타인에 대한 헌신의 삶 -
글로 읽는 강론
겸손, 나를 낮추면 높아진다고? 예수님 말씀 속 진짜 의미 파헤치기!
1.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어디에 앉아야 할까요?
우리도 살면서 잔치나 모임에 초대받아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그럴 때마다 '어디에 앉아야 할까?' 하고 잠시 고민하게 되죠? 예수님 시대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나 봐요. 예수님께서는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 지도자의 집에 초대받아 가셨는데요, 이때 윗자리를 고르는 사람들을 보셨다고 해요. 예나 지금이나 초대를 받으면 초대해 준 사람과 친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또 대우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인간의 본성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주인과 더 가깝고 대우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서 좋은 자리, 즉 윗자리에 앉으려고 했던 거예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비유를 말씀해주셨어요. 만약 누가 여러분을 혼인 잔치에 초대하면 윗자리에 앉지 말라고 하셨죠. 왜냐하면 여러분보다 더 귀한 사람이 초대받았을 경우, 주인이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어드려라" 하고 말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여러분은 부끄러워하며 끝자리로 물러나야 할 거예요. 대신에 잔치에 초대받으면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하면 여러분을 초대한 주인이 와서 "여보게, 더 앞자리로 올라앉게" 하고 말할 것이고, 그때 여러분은 함께 앉아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죠. 이 말씀, 정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지 않나요?
2. 나를 낮추면 높아진다고? 예수님 말씀의 진짜 의미는 뭘까요?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말씀이 오늘 우리가 나눌 복음 말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얼핏 들으면 '무조건 자신을 낮추고 약한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예수님 말씀의 진짜 의미는 단순히 낮은 자가 되라는 뜻이 아니랍니다. 여기서 '낮은 자'라는 건 사회적으로 약하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핵심은 바로 우리의 교만한 마음에 있어요.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뽐내고, 자랑하고 싶어 하잖아요. 또 내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이런 교만한 마음이 때로는 인간관계나 사회 안에서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거예요. 즉,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으스대거나,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는 태도가 오히려 자신을 낮추게 된다는 의미인 거죠. 반대로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면 오히려 더 존중받고 높아질 수 있다는 지혜로운 말씀이랍니다.
3. 겸손은 대체 뭘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겸손의 모습은?
그럼 겸손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겸손은 자신을 낮추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나를 너무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말해요. 쉽게 말해, 누군가를 존중해주고 자만하지 않으며, 늘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능력과 태도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고 자신을 비하하거나 교만하지도 않는, 균형 잡힌 자세를 갖는 것이 바로 겸손이에요. 겸손한 사람은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잘 만들어 나가는 데 중요한 덕목이랍니다.
특히 참된 겸손에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해요. 첫 번째는 누군가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고, 두 번째는 차별 없이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이에요. 이 두 가지 가치가 바로 겸손의 덕을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거죠. 이처럼 겸손은 단순히 나를 낮추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배려심,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할까요?
배려심은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정말 중요한 덕목이에요. [88]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70년대나 80년대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서로 먼저 타려고 달리거나, 줄을 잘 서지 않고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모습이 흔했죠. [93]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내 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모습들이 우리 사회의 일상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거치면서 공공질서 의식이 높아지고, 사회적 민주 의식이 커지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물론 지금도 배려하는 마음은 우리 사회에 더욱 많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문을 열 때 뒤에 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잡아주는 것이 일반적인 예의라고 해요. 공공장소에서는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문화도 있고요. 이런 작은 배려들이 모여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누가 목소리 크나 시합하듯이 소리 지르는 경우가 많죠. 이런 부분에서 배려하는 마음은 내가 편하고 나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내 자유를 절제하는 낮추는 마음이랍니다.
5. 차별 없는 존중, 왜 중요할까요?
두 번째 겸손의 가치는 바로 타인을 차별 없이 존중하는 마음이에요. 이 존중이라는 개념은 내가 존중받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인격도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랍니다. 이것은 굉장히 성서적인 가치이기도 해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에, 가톨릭 신앙에서는 이웃 사랑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가르쳐요. 즉, 어떤 인종이나 성별, 능력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거죠.
예수님께서도 이 점을 강조하셨어요. 잔치를 베풀 때, 자신에게 보답할 수 있는 친구나 형제, 친척, 부유한 이웃만을 초대하는 것은 결국 자신도 대접받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셨죠. 대신에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라고 하셨어요. 그들이 여러분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분은 행복할 것이고, 의인들이 부활할 때 하느님께서 보답해주실 거라고요.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보답해 주실 것이고,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영광을 입는 길이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 겁니다. 이는 타인을 조건 없이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메시지이죠.
6. 가까운 사람에게 더 필요한 겸손의 미덕!
우리가 살아가면서 겸손의 가치를 실천해야 하는 대상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겸손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해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배려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마음은 부부 사이, 부모 자식 관계, 그리고 가장 가까운 친구나 동료 관계에서 더욱 중요한 덕목이랍니다.
우리가 보통 많이 다투고 상처받는 이유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에요. 가깝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거나, 아무렇게나 말해도 그 사람이 다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죠.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서로 배려해주고, 존중해주고, 경청해주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정말 필요해요. 이 마음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면, 우리 주변의 관계들이 훨씬 더 따뜻하고 풍성해질 거예요.
아멘.
송용민(사도요한) 신부
첫댓글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