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불량 자동차 환불 법, 일명 ‘레몬법’을 시행한 이후 넉 달이 흘렀다. 도입 초기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서로 눈치 보는 듯하더니, 이젠 제법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브랜드별 레몬법 도입 현황을 살폈다.
글 윤지수 기자
분명 법인데 왜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할까?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규정’ 한국형 레몬법은 강제성이 없어서다. 자동차 매매 계약 시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적어놔야 레몬법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법은 차 브랜드가 이를 반드시 적어놓도록 강제하지 않는다.
그래도 볼보를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가 참여함에 따라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레몬법을 도입했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공개한 레몬법 참여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국내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제네시스),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가 참여했다. 수입차 브랜드는 BMW(미니, 롤스로이스), 토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혼다가 시행 중이다. 총 10개사 16개 브랜드가 이미 레몬법을 받아들였다.
다음 달 안으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GM과 메르세데스-벤츠, 포드(링컨), 아우디-폭스바겐(벤틀리, 람보르기니), 캐딜락 등 5개사, 9개 브랜드는 국토부에 레몬법 수락 의사를 전했으며, 4~5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레몬법 도입 의사를 밝힌 브랜드까지 모두 합치면 총 15개 제작사, 25개 브랜드가 참여를 결정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로 보면 지난해 98%를 차지했던 브랜드가 모두 레몬법을 도입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여태 레몬법을 망설이는 나머지 2%는 누굴까? 국내 브랜드는 모두 참여를 결정했고, 수입차 브랜드 중 지프, 한불모터스(푸조, 시트로엥, DS), 포르쉐, 마세라티 등 4개사, 6개 브랜드다. 그나마 다행으로 대부분 도입을 준비 중이다. 각 브랜드 입장을 들어봤다.
4개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한(7,590대) 브랜드는 지프다. 지프 관계자는 “1월 1일부터 한국형 레몬법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부 시스템 교체, 본사 승인,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푸조, 시트로엥, DS 세 개 브랜드를 거느린 한불모터스는 레몬법 도입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레몬법을 100% 도입하겠다”라며, “범위와 적용 시기를 본사와 논의 중인 상태로, 세 개 브랜드가 한 번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참고로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국내에 5,531대를 판매했다.
포르쉐 역시 레몬법을 준비 중이다. 포르쉐 관계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에 다각적으로 내부 논의를 거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르쉐는 지난해 국내에 4,285대를 판매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660대 판매한 마세라티는 레몬법을 곧 시작할 전망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본사와 함께 신중하게 확인하는 중”이라며, “조만간 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즉, 네 개사 입장은 대부분 비슷했다. 비록 늦어졌으나 한국형 레몬법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 레몬법을 이미 받아들인 많은 브랜드가 1월 1일 이후 출고한 고객까지 보장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늦은 브랜드도 소급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국형 레몬법은 지난해 7월 31일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31일부터 입법예고한 후, 약 5개월 뒤인 2019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5월 1일까지 넉 달이 지난 상황이다.
참고로 한국형 레몬법은 소비자가 불량 자동차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신차 인도 후 1년, 2만㎞ 안에 중대한 결함 3회, 일반 고장 4회 이상 발생하면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중재 후 환불로 판단하면, 15만㎞를 자동차 전체 수명으로 보고, 주행 거리 비율만큼 금액을 줄여 환불한다. 즉 1만5,000㎞를 달렸다면 신차 가격에서 10% 깎은 값을 돌려주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