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그날 '생명문'인데…해밀톤호텔 비상문은 끝내 안열렸다
함종선입력 2022. 11. 13. 11:00수정 2022. 11. 13. 15:47 댓글12개
이태원 해밀톤호텔과 바로 옆 도로(골목길)를 잇는 '직통계단'.철제 여닫이 문이 설치돼 있다. 함종선 기자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던 그 골목길에서 해밀톤호텔 옆 계단과 계단 위 공간은 작은 피난처였다. BJ(인터넷방송인) 배지터가 생방송 했던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배지터는 사람들이 꼼짝달싹 못 하던 그 골목에서 누군가의 어깨를 딛고 계단 위 공간으로 올라갔고, 그곳에서 5~6명의 사람을 끌어올렸다. 그 공간도 좁아지자 배지터를 향해 “야 그만 올려"라고 소리치는 남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11일 오후, 경찰이 참사가 일어났던 곳에 설치했던 폴리스라인을 치운 직후 그 골목길로 가 호텔 옆 계단 주변을 살폈다. 골목길과 연결되는 계단 시작 지점엔 철제 여닫이문이 있고, 그 문에는 '직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계단 위 공간에는 호텔과 연결되는 철문이 있는데 굳게 닫힌 그 문에도 역시 직원 외 출입을 금한다는 표시가 있다.
해밀톤호텔 직통계단 위 철문. 용산소방서에 따르면 이 철문은 밖에서 당길 때 열려야하는 비상문인데, 굳게 닫혀 있다. 밧줄을 힘껏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는다. 함종선 기자
철문 문고리에는 밖에서 열 수 있게 밧줄이 묶여있다. 11일 현장을 찾았을 때 닫혀있던 그 철문이 참사 당시에도 닫혀있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 된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본 관계자는 "해밀톤호텔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기 전이라 그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용산소방서 측은 "그 문을 통해 사람들이 호텔 안으로 피신했다는 기록은 없다"며 잠겨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배지터의 현장 영상을 보면 계단 위 공간은 그가 처음 올라갔을 때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그 철문이 잠겨있지 않았다면 밖으로 열 공간은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 공간까지 미어터져 "그만 올리라고"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철문이 열리지 않은 것을 볼 때 잠겨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영상에는 철문에 기대 망연자실해 하는 여성도 보인다.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호텔 옆 연결계단 위로 구조된 BJ 배지터 모습. 공간에 여유가 있다. 아프리카TV 영상 캡처
만약 그 철문이 열렸다면 어땠을까.
중앙일보 취재 결과 그 계단은 비상시 막힘없는 대피를 위한 용도였고, 그 철문은 호텔과 계단을 이어주는 문이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건축법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직통계단’이고, 그와 연결된 철문은 비상문”이라고 말했다.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상문을 폐쇄하거나 잠그는 행위는 불법이다.
지난 2017년 비상문이 잠긴 탓 등으로 인해 29명이 숨진 제천스포츠센터 화제 이후 일선 소방서들이 '비상문=우리 모두의 생명문'이라는 스티커를 작성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할 정도로 비상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형건물인 해밀톤호텔의 비상문과 비상계단 관리는 제대로 안 돼 있었던 셈이다.
물론 비상문과 직통계단 등은 건물 내부의 사람들을 위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안에서 밖으로 밀 때 열리고 밖에서 당길 때 열리는’ 비상문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고, 밖에서 사람이 문을 당겨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면 해밀톤호텔의 비상문은 그 골목길의 ‘생명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직통계단과 통하는 공간. 원래 골목길 아래쪽에도 같은 크기의 공간이 있었는데, 현재는 호텔이 설치한 '분홍철벽'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직통 계단 입구에 있는 철제 여닫이문도 불법이다. 포털사이트의 로드뷰를 보면 2015년까지는 여닫이문이 없었으나 2017년 이후에는 계속 있다.
배지터의 영상을 보면 30분 이상 비상상황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소방서 측에서 호텔 철문을 열게 할 순 없었을까.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워낙 시급한 상황이어서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 규정대로 철문이 열려있었다면 많은 사람이 호텔을 통해 안전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의 소방방재학과 겸임교수는 “안전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도 무시하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이라며 “호텔과 관할 관공서들 간에 안전을 저해할 수 있는 유착관계가 없었는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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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나의 댓글
금잔디4시간전
열었음 좋았겠지.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거야. 그것보다 왜 경찰인력 배치가 적었는지 구청장은 뭐를 했는지. 왜 미리 애견하고서도 대처를 안했는지. 또 지금은 왜 유족들 접근을 막고 명단 공개도 안하고. 진실을 은폐하려고만 하는거냐고
구리구리4시간전
기자야...이전처럼 기동대만 배치했으면 아무 문제없었다. 왜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는지 그걸 취재하란말이다.
하늘끝까지4시간전
이런 분석기사 쓸 시간에 왜 해마다 배지되던 기동대, 그것도 경찰이 너무 많고 구속을 많이 한다고 불평까지 나왔던 안전단속 기동대가 올해는 왜 하나도 배치가 안됐는지 그것부터 분석해봐라
JM4시간전
호텔 저 쪼그만 문 하나 열리면 뭐해. 전절역에서 계속 사람 나오면 몇초만에 가득찰 공간인데 골목으로 사람들 못 들어오게 진입 통제를 했어야지 핑계도 골고루 대네
닉네임5시간전
자꾸 다른곳에서 핑겟거리를 찾으려고 하네? 문제는 왜 사전에 인파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냐는 거잖아!
마늘빵4시간전
이젠 호텔 문 안열었다고 핑계니? 모든게 아쉽지만 그게 요인이 아닌건 알지?
백설공주5시간전
안전대책 안 한거나 비판해라,생사람 또 희생당하게 하지말고. 더 많은 인원 모였어도 사고 안났는데..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머리는 그냥 달고 다니냐? 생각좀 해라.. 종양일보 나라에 암덩어리 언론
언젠가는4시간전
벌레기야. 남탓거리 찾지말고. 콜걸데리고 해외여행가서 실실쪼개고 다니는 술섞열이 잘못을 쓸 생각없냐?? 에잇. 상종해선 안되는 친일쮸오일보네. 카악 퉷
BNKTOP4시간전
아스팔트가 아니라 흙땅이었으면 굴이라도 팔수있었는데 그치 기자야?
신 독5시간전
이래저래 탓할거리 찾지마라 사람이 그렇게 몰렸으면 당연히 관에서 안전지도 했어야 할 일. 비상문 열어놓고 사건 생기면 누가 책임져주나? 건물 옥상문도 비상시를 대비해서 열어 놓으라하지만 열어놓고 올라가 추락사고나면 누가 책임지나
알로하4시간전
물타기 하지마라 그냥 이거는 석열이 편하게 하려고 예전처럼 통제하지 않은 석열이와 정부가 죽인거니까
에라이4시간전
또 다른곳으로 책임넘기네ㅋㅋㅋㅋ무능의 극치정부
보통사람4시간전
남탓할려고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울거 찾는 정부와 경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