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행중 우연히 1000원에 판매하는 선지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1000원짜리 선지국... 그게 가능할까]라는 의심을 하면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바쁜 일정에 잠시 틈을 내서 확인하러 갔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존재자체가 의심스럽기도 했고, 있다 하더라고 1000원짜리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전역 서부광장 파출소옆 시장길을 따라서 들어갑니다.
동부광장의 시장과는 달리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정겨운 모습입니다. 곤계란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기차시간의 압박으로 먹지 못하고 온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곤계란은 부화직전의 계란을 삶은것입니다. 조만간 대전에 다시갈 이유가 생긴거죠...^^
대전역 서부광장 재래시장통에 위치하고 있는 점포의 이름도 없는 아주 오래된 작은 점포입니다. 당연히 전화도 없습니다.
점포앞에서는 솥 가득히 선지국이 끓고 있었습니다.
오~ 정말로 있군요... 1000원짜리 선지국의 존재는 확인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맛일까요? 과연 맛이 있을까요? 기대반 우려반으로 점포안으로 들어갑니다.
점포안에는 그동안 신문에 났던 기사가 벽면을 가득채우고 있었습니다.
2006년에 대전일보에 났던 기사네요... 20년간 가격동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이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질 선지를 사용한 역한 냄새 가득한 선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머리속에 가득했거든요.
보통은 1000원 곱배기가 1500원... 세상에~ 2000원짜리 소주가 가장 비싼 메뉴네요... 평소라면 당연히 곱배기를 주문했겠지만 점심식사를 거하게 한 직후였기도 하고, 맛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보통으로 주문했습니다.
선지국밥 보통이 나왔습니다. 뚝배기는 조금 작은 편이었지만 우거지, 파, 선지가 가득들어있는게 선지국밥으로서 외관상은 완벽합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밑지고 판다는 게 가장 큰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이 이걸 팔아서 과연 이윤이 생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찬은 딱 하나...
큼직하고 신선한 선지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세상에 이것이 1000원짜리 선지국이라니...
양은 많지 않지만 맛은 제대로였습니다. 칼칼하면서도 구수하고... 제가 매운 맛을 즐기지는 않지만 이 1000원짜리 선지국이 주는 매운맛은 속을 뒤집어 놓는 그런 저질 매운맛이 아니라, 입에서만 맵고 속은 편안한 고급 매운맛이었습니다. 아마 이런음식이 제가 사는곳에 있었다면 5000원을 주고도 자주 사먹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시간인데도 싸악 비웠습니다. 맛도 있었거니와 이런 음식을 남기는 것은 죄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전시장님이 보낸 글도 있네요. 왠만하면 직접 써서 보내시지... 시장의 격려와 감사의 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은 이런 식당은 시장님이 친필로 글을 써서 보내는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곳입니다.
환한 웃음이 아름다운 사장님... 식사를 하면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좀 나누었습니다. 제가 사장님께 [이렇게 팔아서 이윤이 남는게 있냐]는 우문을 하자 사장님께서는 [남는게 뭐 있겠어, 그냥 소일거리로 단골들 만나는 재미에 하는거지]라고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사는 곳은 멀지만 저도 이곳의 단골이 되어서 사장님을 자주 뵙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대전에 갈때마다 이곳에 들를겁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제 블로그에 이 식당이 자주 등장하더라고 [광고]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냥 자주 소개해서 사장님께 사람들 만나는 재미를 조금 더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네요. 팔때마다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닐까요?
원조선지국 주소: 대전시 동구 정동 1-275번지 찾아가는길: 대전역 서부광장에서 역사를 등지고 왼쪽에 파출소가 있습니다. 그 파출소 옆 시장골목으로 들어가시면 거의 시장 끝 오른쪽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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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eGrapher 원문보기 글쓴이: R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