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 탕수라...?
풍류방에서 우럭탕수 번개모임을 한다고 했다.
나는 후기를 보고 구경이나 할 참이었는데
심심 방장이 콕 찍어서 참여하라니~
그것 참!!!
그래서 별걸 다 먹어봤다.
탕수란 육(肉)이 더 붙는 요리로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녹말을 입히고 튀겨내어
달콤 새콤한 소스를 얹어 내는 음식인데
통 우럭을 식재로 해서 그렇게 하는 요리였다.
어제 참여치 않은 분들은 한번 가보시라.
그 요리집이 창신이었는데..
창신...?,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참고로 새것을 만들어 내는 게 법고창신인데
탕수육을 변형해 탕수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렸다~
그 요리집은 조선시대 한옥을 개조해 영업장으로 쓰던데..
바깥사랑채, 안사랑채, 안채, 별채...
그러면 이런 집에서 손님맞이 하려면
우럭 대짜 네 마리 이상은 있어야 한다.
물고기 네 마리라~~~?
그래서 옛이야기가 떠오르더라.
어느 암행어사가 얼굴이 훤칠한 종자(從者) 천서방을 데리고
달천강을 건너는데, 태풍 카눈과 폭우로 물살이 세어
“이크” 하는 사이에 마패(馬牌)를 물 속에 빠뜨렸것다...ㅠㅠ
이제 공무(公務)를 수행할 수 없는지라
낭패를 당한 어사가 천서방에게 이르기를
“천서방, 물고기 네 마리만 잡아 오너라”
“나리, 그건 어디에 쓰려하옵니까?”
“너는 알 것 없느니라”
어사가 물고기 네 마리(魚四)를 칡넝쿨에 엮어
너덜너덜 들고 가는데
아리따운 아낙이 어사를 보고 뒤를 졸졸 따라오는 지라
“천서방, 저 아낙이 우리를 알아본 모양인데
그 사연을 듣고 오너라“
“예, 나리.”
천서방이 한참 뒤로 물러나 아낙을 만나고 와서 어사에게 하는 말이
“나리, 저 아낙이 신을 빼앗겼답니다요.”
“그래? 그럼 그 신이 집신이라더냐? 짚신이라더냐?”
“나리, 그건 잘 모르겠사옵니다요.”
“어허, 그럼 네가 가서 잘 어르고 오너라.”
“예, 알겠습니다요.”
어사의 명을 받고 아낙의 집에 갔다가 한참 만에 돌아온 천서방이 이르기를
“나리, 제가 잘 어르고 왔습니다요 헤헤...”
“자알 했구나, 그런데 그 신이 집신이었더냐? 짚신이었더냐?”
“그게 짚신이 아니고 집신이었사옵니다.”
(짚신은 발에 신는 신이요,
집신은 집안에 모시는 어른 즉 남편을 이름인데)
“어허, 그럼 어찌 어르고 왔느냐?”
“제가 살짝 접신만 하고 왔습지요 헤헤...”
“그래, 아낙이 좋아하더냐?”
“아주 좋아 했습죠.”
“그러면 됐다. 관원이 삽신까지 하면 원성을 사느니라.”
“예, 나리. 앞으로도 삽신까지는 아니하렵니다요.”
그렇게 한 백성의 원성을 다스리고 그들은 다음 임지로 갔는데
남의 아녀자에게 삽신(揷腎)은 말도 안 될 일이지만
접신(接身)도 잘못하면 성추행으로 몰리게 되니 각별 조심할 일이요
더더구나 사람과 달리 짐승의 경우는 교미를 접신이라 하니
요즘의 상황으로는 상상도 못 할 일인 것이다.
한참 걸어가려니 어둑어둑 밤이 되었는데..
어느 민가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지라
천서방이 다가가 기웃거려봤더니
"어머니, 잡수실 거 없으면 똥이나 먹으세요."
" 그래 아들아, 먹을 거 없으니 똥이나 먹으련다." 그러더라나
이 대화를 엿들은 천서방이 어사에게 달려가 아뢰니
어사가 말하길
"빈부격차가 심하다더니
먹을 게 없어 제 어미에게 똥을 먹이는 구나." 하면서
관가에 가서 금 일봉을 받아와 그 모자에게 갖다 주라 했는데
종자가 금 일봉을 가지고 당도하니
모자는 고스톱 판을 정리하고 있는지라
금 일봉을 꼭 쥐고 오던 길로 다시 돌아왔다니 얼마나 신통한가.
위정자가 정책을 잘못 입안했더라도
현장에 있는 관리자들이 현실성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대목이니
나라의 풍수해 지원방안을 보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각설하고..
어제는 우럭탕수에 소주에 맥주에 막걸리에 잘들 마시던데
심심방장이 명주라는 감홍로를 내놓자 좋아라들 하더이
그걸 맥주에 칵테일 해 마셨더니
그 맛을 알랑가 몰라...?
용안육의 사향향이 혀끝에 머물고
정향의 향도 입안에 맴돌더라.
사실 국밥도 냄비가 아니라 가마솥에 끓여내야 제맛이고
막걸리도 도가에서 휘이휘이 저어 퍼내야 제맛인데
어제는 함께 어울려 즐거운 저녁모임이었으니
포시즌님을 비롯해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석촌(夕村)
사진은 버벅이님 작품이다.
첫댓글 아...저는 식도락 가는 아니지만 가지 못함을 석촌 선배님 글을 보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집신에 대해 새삼알게 되었구요
다음 번개가 있음 몸조리 잘할 겁니다~~ㅎ
몸조리는 잘하시고
어제 안오길 잘했지.
그자리에 내가 앉았으니까. ㅎㅎ
@석촌 ㅎ ㅎ 맞어요~~
@지호 ㅎㅎ
<뜻풀이>
* 접신 : 신체접촉 애무 스킨쉽 → 신을 접하는 일 → 음양소통
* 삽신 : 신장삽입 음경삽입 성교 → 신과 합하는 일 → 음양합일
* 짚신 : 짚으로 엮은 신
* 집신 : 집에서 신는 신,
집에서 하는 신, 집에 모시는 신
ㅎㅎ
은장도나 향낭은 몸에 잘 숨겨놓는 것이거늘
다 까밝혔구려.
@석촌 다들 많이 아시겠지만...
나는 짧아서~
요정도밖에 몰라요
말이란 게 쓰기 나름이라서...
@춘수 ㅎㅎ
接身의 기억은 아득하고
揷腎은 잊은 지 오래지만
추억만으로도 오늘 아침이
행복해짐을 느낍니다~ ㅎ
역시 시인답게 접신과삽신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그려~
건강하시다는 징조^^
그래도 그 신도 그 신도
굽신이면 안 되지요.
珍玉인지 正鐵인지 따지던 송강과 그 애첩의 고사만 보더라도 꼿꼿이 살아야지요.
ㅎㅎ
어제의 여운을 생각하게
만드는 석촌님의
맛갈스러운 후기글에
다시한번 좋은분과
찾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시간만 내시면 지호가 언제든
다시한번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래?
그래요 그럼.ㅎ
서두를건 없지 뭐.^^
건강하신
모습!
보기
참
좋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네에 반가웠다네요.
용녀들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오랜만에 선배 님
옆에서 한잔하니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냈습니다.
네에 어제 상 참 잘 차렸어요.
태풍 떠나보내는 제의 같았어요.
타이밍이 절묘했던거죠.^^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이야기했죠?
적당한 산행 길동무 많이 하세요.~
제가 술이 취해 선배님 배웅도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술이 죄인지 제가 모지란지 ㅎㅎ
좋은하루 되세요
난 슬그머니 화장실에 갔었지.
다시 와보니 아무도 없던데?
술취해서 가버렸군. ㅎ
우럭 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식감 좋은 광어에 빛을 가렸었거든요
석촌 님의 금나와라 뚝딱ㅡㅡ
우럭에 맛깔스런 옷을 입혀 탕수가 될줄을 ...^^
이젠 석촌님 안계신 벙개는 있을수 없다
이겁니다 ㅎ
그러게말이에요.
광어보다 우럭탕수~
비 온 뒤끝이라 더 맛있었죠.
맥주 베이스에 감홍로 칵테일~
그것도 진미였는데
안채에 안방마님들은 깊숙히 들어앉아 세상 돌아가는것도 모르게 재미있었죠?
바깥사랑채에 앉은 머스마들은
두부사려 새우젖사려 딸랑거리는 소리도 안주 삼았는데.^^
@석촌 헐~~~~리즈향 께겡 합니다
ㅎㅎ
@리즈향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