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중동戰 확산 긴장감… ‘3차 오일쇼크’ ‘北 모험주의’ 경계해야
입력 2023-10-30 23:57업데이트 2023-10-31 08:47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세력 하마스를 격멸하기 위한 지상전을 개시하면서 중동에는 확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무장세력뿐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과도 정면 충돌할 경우 중동 전역이 전화에 휩싸일 수 있다. 세계은행은 어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전쟁의 확대로 중동권 금수 조치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스라엘 측이 ‘전쟁 2단계’ 돌입을 선언하면서 ‘전면전’ ‘침공’ 같은 표현은 피했지만 이번 하마스 궤멸 작전은 지상전의 본격 개시로 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군은 이전의 치고 빠지기 식 지상작전 때와 달리 가자지구에 진입한 부대를 철수시키지 않고 하마스 땅굴과 지휘소 파괴 등 점령지를 초토화하며 전선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민간인의 대거 희생이라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우려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해 이스라엘은 몇 주면 끝낼 수도 있는 전면전 대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계적 확대 방식의 제한전을 선택한 것이다.
전쟁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미 “길고 어려운 전쟁”을 예고했다. 전쟁 장기화는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우려를 키우면서 세계 경제와 안보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물론이고 국제경제 전반에 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년 반 넘게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동의 전쟁 확산은 전 세계적 안보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동전쟁의 확산은 한국에도 큰 불안정 요인이 될 것이다. 당장 유가 등 원자재값 급등은 가뜩이나 성장이 둔화하면서 경기침체 우려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유럽과 중동에서 두 개의 전선을 마주한 미국의 군사력이 한계를 노출했다고 여겨질 경우 북한과 중국의 모험주의적 도발 유혹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3차 오일쇼크’ 발생은 물론 ‘동북아 제3전선’ 형성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