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강아지 똥> 권정생 시인의 ‘내 잠자리’
| 크리스천투데이 : 2025.02.28 07:13
[조덕영의 신앙시, 기독 시인 13] 권정생 시인
▲‘종지기’ 권정생 선생이 치던 일직교회 종탑. ⓒ홍성사 제공
내 잠자리
밤 안개 깔린
포플라나무 밑으로
가랑잎처럼 굴러갔습니다
그날
갈릴리의 밤은
저렇게 달려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도
신호등 불빛도 없었겠지요
여우도 굴이 있고
날아가는 새도 깃들 곳 있다시던
그 갈릴리엔
넓은 하늘 반짝이는 별빛만이
오늘 밤도 그렇게 반짝입니다
사람의 손이 만든
콘크리트(콩크리트) 다리 밑
오늘 밤은 거기를
빌어들었습니다
주님
어쩌면 이런 자리에
누추하게 함께 주무실런지요
(괄호는 원문)
“기도원을 나와 그날 밤부터 노숙을 마음먹었던(그해 비가 잦았던 여름 3개월여 거지 생활을 하다)” 당시, 권정생 작가의 시
권정생 시인(1937-2007)은 일본 출생이다.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1969)과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1975)을 받은 아동문학가요 시인이요 동화 시인이었다. 그리고 평생 안동 일직면 송리 일직교회 종지기 ‘권 집사’였다.
생전 권 선생에게는 두 명의 아동문학가 지인(知人)이 있었다. 문경새재 너머 중원의 관옥(觀玉) 이현주 목사(1944-)와 교육자(교장 퇴직) 이오덕 선생(1925-2003)이었다. 이오덕 선생 고향은 경북 청송이었으나 중원 신니면 광월리 산골에 은거하며 우리말 연구와 한글 글쓰기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였으며, 이현주 목사는 중원 엄정에서 권 시인과 교류했다. 존경하는 관옥 목사는 필자의 동향 선배였고, 함께 <월간 새벗>의 고정 필진 겸 편집자문위원이었다.
“현주야 난 행복(幸福)하다.
앞으로는 널 좀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동(安東)에 한번 오너라.
가능하면 내 곁에 많은 시간 있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책 좀 읽고, 예수를 더 배우고 싶다.”
정생(正生) 선생의 편지 중에서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시인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신앙시 ‘엘리… 엘리… 엘리…’
| 크리스천투데이 : 2025.02.20 05:39
[조덕영의 신앙시, 기독 시인 12] 박두진 시인
▲박두진 작가 생가의 생전 사진과 병풍. ⓒ크투 DB
청록파 박두진(朴斗鎭) 시인의 ‘갈보리의 노래 2’
<예수와 민중과 사랑 그리고 詩>에서, 고정희 엮음, 基民社, 1985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 있었는가? 뜨물 같은 치욕을, 불붙는 분노를, 에여내는 비애를, 물새 같은 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 있었는가? 꽝꽝 쳐 못을 박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 맞추어 배반하고, 매어달아 죽이려는, 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강할 수가 있었는가? 파도 같이 밀려오는 승리에의 욕망을 어떻게 당신은 버릴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패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약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이길 수가 있었는가? 방울방울 땅에 젖는 스스로의 혈적(血滴)으로, 어떻게 만민들이 살아날 줄 알았는가? 어떻게 스스로가 신인 줄을 믿었는가? 커다랗게 달리어진 당신의 두 팔에 누구가 달려들어 안길 줄을 알았는가? 엘리--- 엘리--- 엘리--- 엘리--- 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가 매어달아, 어떻게 당신은 죽을 수가 있었는가? 神이여! 어떻게 당신은 인간일 수 있었는가? 인간이여! 어떻게 당신은 神일 수가 있었는가? 아!--- 방울방울 떨구어지는 핏방울은 잦는데, 바람도 죽고 없고 마리아는 우는데, 마리아는 우는데, 人子여! 人子여! 마지막(마즈막) 쏟아지는 폭포 같은 빛줄기를 어떻게 당신은 주체할 수 있었는가?
※괄호는 시 원문임.
박두진(朴斗鎭) 시인(1916-1998)은 경기 안성 출생. 정지용 시인 추천으로 1939년 <문장>지로 데뷔했다. 박목월, 조지훈 시인과 공저로 『청록집』을 내면서 이후 꾸준히 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이었다. 자연과 기독교 신앙을 노래하며 우석대(현 고려대), 이화여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노년에는 충주댐이 건설되기 전 주말마다 산·돌·물의 고장 중원(충주)의 남한강 양변을 거닐며 수석을 탐색하며 자연과 신앙의 시편들을 쏟아냈다. 이때 늘 동행하던 문인은 단양 출신으로 충주에서 거주하던 중원의 참 선비, 소설가 강준희(姜晙熙, 1935-) 선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