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인 듯 아닌 옛날 싸이월드의 기억.… 1
🙏🎋幸福한 삶🎋🎎🎋梁南石印🎋🙏
내가 살아온 어느 길목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고단한 삶을 놓을 수 없었던 어느 시절,
사람들은 얼굴을 먼저 보지 않고
마음을 먼저 보며 살아가던 때를 건너왔습니다.
먼저 메인 화면을 화려하게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아 꾸미거나
지향한 꿈을 대신한 집을 짓듯 꾸미고
여러 카테고리를 배열했습니다.
으뜸 중의 으뜸은 소소한 일상
자신의 솔직담백한 글과
사진 방명록 안부 주고받는 글과
지금의 알고리즘과 대비되는 파도타기였습니다.
지금처럼 익명의 너울 뒤에 양심을 숨기고
마구잡이로 험한 말을 쏟아내지도 않았고
그럴듯하게 가식으로 포장된 사진과 영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놓고
어느 때는 야단을 치고,
그러다가 조언을 건네고,
어느 날은 따끔히 나무랐던
말 한마디, 글 한 줄, 사진 몇 장,
그리고 정감 있는 짧은 인사 속에
서로의 온기를 건네며 살아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는
우리 세대만이 누릴 수 있었던
소박하지만 참 행복한 풍경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카페라는 작은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쉼터로 자리를 내주었고,
외로운 그에게는 세상과 이어지는 외다리였으며
어둠 속 빛이 스며드는 작은 창문이기도 했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서러움을 글로 남기고
그 글을 읽어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또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던 곳.
그곳에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잘나고 못나고를 따질 필요도 없었고
좋은 배경이나 연줄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품어주었습니다.
“나 외로워요.”
“이 시간 참 힘드네요”
“다들 나처럼 힘들까?”
그 한마디를 숨기지 않고 공개하면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찾아와
살갑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도 그래요.”
“내가 친구님 곁에 있잖아요”
“우리 잘 이겨내 봐요.”
그리고 글과 사진에 어울리는
작은 이모티콘 하나를 남겨주었습니다.
그 이모티콘은
현금으로 구입하거나 선물로 주고받은
도토리로 구입한 이모콘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짧은 흔적 하나가
어떤 날에는 참 이상할 만큼 따뜻했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하며
마음을 다시 추스를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로의 손길이 조금씩 더해질수록
호감과 공감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글만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하루도 사진 한 장에 담아
서로에게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싸이월드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싸이월드는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SNS 문화를
미리 보여주었던 낯선 신세계와도 같았습니다.
초대를 통해 관계를 맺고
“일 촌”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연결하면서
마치 우리 민족만의 특징 그래서 더 친숙한
촌수와 인연의 감각을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맺은 인연은
단순한 온라인 친구 이상의
묘한 동질감을 주었습니다.
가입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사람들,
초대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들,
그때의 싸이월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인터넷은 지금보다 느렸고
불편한 것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지금보다는 곁에 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막 세상의 빛을 본 갓난아기를 안고 찍은 사진
출산 직후 아직 부기도 빠지지 않은 산모의 모습
가족과 함께한 사진 친구들과 웃으며 찍은 사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의 한 장면까지.
혼자서도 한 방 찰칵.
매무새를 다듬고 직접 찍기도
함께하고 싶은 가족이 찍어주기도 하고,
“야, 일로 줘 봐. 사진발은 역시 나지.”
하며 친구가 카메라를 빼앗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어디에서든 특별한 제약 없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사진 한 장과 소소한 일상,
그리고 마음속 고민 하나를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찾아와 말을 걸었습니다.
여러 카테고리와 폴더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보며
우리는 서로의 삶에 말을 걸었습니다.
“잘 지냈지?”
“이거 뭐야?”
“어디야? 좋겠다.”
“멋있다.”
“아름답다.”
“참 예쁘다.”
“참 앳되다.”
“어 그곳이 어디야?”
“나도 꼭 가봐야겠다.”
“어쩜 이렇게 아름답냐.”
“친구님, 행복해 보여요.”
그리고 때로는,
“그런 일이 있었어?”
“나라고 다르지 않아요”
“내가 그랬듯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우리 서로 힘내야 해요.”
그 짧은 말 한마디가
만남보다 오래 남고,
사진보다 깊이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로가 되었고 설렜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는 것이 좋았고,
내 사진을 봐주는 것이 좋았고,
내 하루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아보니
결국 남는 것은 화려한 표현도
많은 방문자 수도 수많은 사진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서로에게 건네었던 작은 온기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서로를 걱정하고,
이름도 모르는 낯선 사람을
친구라 부르던 그 따뜻한 기억.
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손가락 몇 번 까딱하면
순식간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온갖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정보의 바다.
가상의 공간이었던 인터넷 카페와 싸이월드는
단순한 온라인 공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외로움을 견디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누군가의 하루를 잠시 들여다보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던
아픔은 나눠지고 즐거움은 더해지는
유토피아 세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이 지나갔습니다.
카페도, 미니홈피도 그때의 방명록도
우리 곁에서 하나둘 흔적을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갔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의 기억 한편에는
그때 남겨진 사진 한 장과 댓글 한 줄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가 건넨
짧은 인사 한마디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 역시 그렇습니다.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정겨웠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따뜻했던 시절.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과 사람이 화면 너머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던 훈훈한 시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서로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낯선 사람에게도 친구라는 이름을 건네던 시절.
돌이켜보면 우리는 인터넷을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났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가 붙잡고 싶었던 것은
인터넷 카페도, 싸이월드도, 사진도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 남겨두었던 사람의 온기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문득 그 시절을 붙잡아 봅니다.
아직도 내 기억 어딘가에 오롯이 남아 있는
그 오래된 인터넷의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참 좋았던 시절이었다고.
참 따뜻했던 사람들이었다고.
그리고 그때의 우리도 참 잘 살아냈다고.…
추신 : 어딘가 있을 싸이월드 친구님,
..........잘 지내셨지요?
..........참 오래된 시간이 흘렀네요.
..........세월은 흘렀지만 그때 우리가 주고받은
..........따뜻한 온기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저도 잘 살아냈으니
.........친구님도 참 잘 살아냈겠죠.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글을 읽으며 잠시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