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이숙경
낱알 볕 쪼아 먹던 새떼가 날아간 뒤
가뭇없이 지우고 선 가장자리 물억새
속엣말 무어라고 한참 습지에 끄적인다
묻거나 썩히거나 그렇게 버텨 왔던
슬픔을 드러내기에 익숙한 저물 무렵
궤도 밖 별의별 일쯤 별일이야 있을까
강둑길 끝에서 소실점이 된 사람
돌아올 이맘때 발기척 궁금하다
저 멀리 개 짖는 소리 뭇별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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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이숙경
순한 짐승 한 마리 숨 가삐 지나간 길
가파른 절벽을 발굽에 딛는 비탈진 삶
먼 길을 다시 돌아와 고요에 깃들엇네
어둠에서 일어나 어둠으로 숨어들어
피나무며 신갈나무 들르기는 했는지
두 귀로 맑히던 바람 고분고분 대주네
때때로 들이닥치는 숲 안팎 날쌘 무리
지레 떨며 도망치다 돌부리에 멍든 나날
홀연히 되새김질한 기억일랑 죄 잊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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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콩/ 이숙경
말린 장어 떨이가
몹시도 고마운지
여투어 둔 콩꼬투리
덤을 주는 항구 아낙
밥물에 붉게 우러나
무늬지는 무서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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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이숙경 시조집/ 가장자리 물억새/ 작가/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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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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