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8. 불날. 날씨: 좋다.
아침열기ㅡ빨래ㅡ그림그리기ㅡ감 따기 ㅡ점심ㅡ바구니 만들기ㅡ저녁ㅡ생리대만들기ㅡ마침회
[손을 쓰는 아이들]
아침 당번이라 일찍 일어나 하늘을 보니 구름이 산자락을 휘감고 있다. 허아람선생이 자연속학교에서 첫 이끔이 노릇을 하는 날이다. 아이들이 설거지를 하면서 비눗방울 놀이를 한다. 무슨 일이던지 즐거운 놀이로 바꿔버리는 아이들답다. 세제 거품이 많아 큰 비눗방울이잘 만들어진다. 서로 즐거워 한참을 한다. 아침열기 마치고 아이들이 빨래하는 동안 그림그리기에 쓸 감을 따러 성두마을에 다녀왔다. 잘 익은 단감가지를 세 개 꺾어오니 아이들이 야무지게 빨래를 하고 있다. 자연속학교를 4년, 5년, 6년째 다닌 아이들이니 자기 앞가림은 몸에 익어있어 뭐든지 척척이다. 집을 떠나 부모 도움 없이 자기 앞가림을 하는 아이들은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손이 뇌이니 잘 자라고 있는 게다. 둘이서 마주 잡고 짜서 널고, 금세 빨래를 마친다. 빨래 빨아 널고 대봉시를 먹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 그리기는 예상 시간보다 많이 걸렸다. 이야기하며 놀면서 천천히 해서 그런 건데 덕분에 감따기가 늦어졌다. 왕규식 선생님 부모님 산소에 가서 절을 한 뒤 바로 옆 대봉 밭에서 잘 익은 단감을 딴다. 감 한 그루에서 두 상자 가까이 감이 나온다. 홍시도 따고 먹을 게 풍성한 가을답다. 아이들은 하동 오면 실컷 감을 먹는다. 제철 과일을 직접 따서 원 없이 먹는 게다. 점심 채비하는 동안 형들이 딴 감을 동생들에게도 나눠주고 왔다. 감밭에 있던 개구리가 따라왔다.
낮에는 장흥 바구니 장인 하얼과 바구니를 만들었다. 하얼 선생이 딸 비파랑 같이 왔는데, 순창에서 곽호종 선생이 딸 소담이를 데리고 놀러를 왔다. 장흥에서 온 비파와 순창에서 온 소담이 덕분에 아이들이 신이 났다. 하얼 선생은 지난해 삶을 위한 교사대학에서 연 여름 생활기술연수에서 우리에게 바구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인연으로 지난해 우리 아이들 졸업여행에서 바구니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올해는 가을 자연속학교까지 연결되어 좋다. 장흥 동백숲에서 전기없이 살아가는 멋진 부부로 방송에도 나온 나름 유명한 분이기도 하다. 먼 곳까지 기꺼이 달려와주니 고맙기만 하다. 순창에서 온 곽호종 선생은 안양벼리학교 선생 노릇을 하다 결혼하고 순창으로 내려온지 6개월 됐다는데 우리 소식을 알고 전화를 했더랬다. 사람이 그리운 게다. 과천에서 미리 걷어 삶아온 칡넝쿨을 물에 담가 놓고, 먼저 지끈으로 사방엮기와 십육방엮기를 해서 바구니를 만들어보았다. 손끝활동을 그다지 반기지는 않지만 잘 하는 성범이가 바구니 짜기가 자기 적성에 맞은 손끝활동이라며 아주 좋아한다. 지끈으로 두 번 연습 한 뒤, 칡넝쿨로 심대를 대고 지끈으로 엮어간다. 손을 쓰는 아이들답게 바구니 만들기에 푹 빠진다. 네 시쯤 마치고 하얼과 비파는 다시 장흥으로 돌아가는데 비파가 손을 흔들어준다.
저녁에는 생리대 만들기를 줄곧 이어가고 일과 놀이로 날마다 풍요로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