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산(峯洞山 481.2m)은 시루봉 남동릉에서 다소 동떨어진 한갓지고 외진 봉우리로서 구천계곡 위에 솟은 산이다.
아무데도 자료가 없으니 그 유래는 알길이 없으나 굳이 이름으로 그려보면 ‘깊고 그윽한 골짜기에 솟은 산’이라는 뜻.
무슨 봉따묵기도 아니고 굳이 봉동산을 가려고 한 건 몇 번이고 그 언저리를 맴돈 기억이 있어서다.
들머리는 시루봉 남동릉 끝자락인 웅천동 북부소류지.
나는 ‘☞진해 웅천빙고지를 답사한 뒤 웅천동 관정마을에 차를 댔으나 대중교통(웅천정류장~평발정류장)이 편리하겠다.
찾는 이 별로 없는 봉동산은 하산시 길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능선길은 선명한 날등이라 그렇다쳐도 내가 내려설 계획인 지계곡과 산허리길은 또 다르다.
봉동산에서 하산루트를 구천계곡으로 잡은 건 지난번 두 번씩이나 구천계곡을 다녀왔기 때문. ☞ 구천계곡,불모산>
한번은 시루봉남동릉 390m봉에서 봉동산을 올려다본 뒤 ‘진해드림로드’임도에서 봉동산 허리길을 따라 구천계곡 합수점까지 들어갔다 나왔고, 다음날엔 다시 들어가 구천계곡 상류를 거슬러 불모산까지 계곡치기로 오른 적이 있다.
특히 이 ‘출입금지’ 봉동산허리길은 구천계곡까지 아주 호젓하고 반듯하게 이어져 있어 조금도 염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였던 건 봉동산에서 구천계곡 합수점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지계곡이라 수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가을장마가 신경에 거슬렸다.
그런데 문제는 뚜렷한 봉동산허리길에서 발생하였다.
구천계곡 합수점 선명한 등로에서 지난번 올랐던 구천계곡상류를 올려다본 뒤 되돌아 나오다 빗물에 끊어져버린 등로에서 그만 길을 놓치고 만 것.
지금 생각하니 참 어이가 없다.
오래전이긴 하나 두 번씩이나 들락거린 데다 너무나 뚜렷한 사면길이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앱이 없던 시절이라해도 구천계곡 사면길은 고도 2~300m 등고선으로 평이하게 이어지고 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길을 잃었을 땐 원점으로 리턴해야만 하는 게 기본.
나는 길을 찾느라 자꾸만 헤매기만하다 체력을 소진하였다.
해는 저물고, 그 좋았던 산길은 보이지 않으니 초조함은 더해졌다.
나는 그만 그렇게 아주 깊은 골짜기 출입통제지역(상수원보호구역)에서 길을 잃고 말았던 것.
그렇게 40분을 넘게 헤매다 바로 발아래에서 그렇게 찾아헤매던 산길을 발견하였으니 그 기쁨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알고보니 기존의 등로와 거의 나란히 산사면을 헤매고 있었던 것.
조상이 돌봐 망정이지 만약 그때 산길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자마산(子馬山 243.4m)은 ‘잣메’로도 불리는 ‘자마왜성’이 있었던 곳으로 왜성 답사를 포함해서 두 번이나 다녀왔다.
성(城)은 옛말로 ‘잣’이라 했고 ‘산(山)’을 ‘메’ 또는 ‘뫼’라고 하니 성(城)이 있는 산이라는 뜻.
그렇게 ‘잣메’가 ‘자마’가 되었고, ‘자마산’이 된 것이리라.
☞자마왜성(子馬倭城)’은 웅천과 웅동의 경계를 이루는 와성만의 북쪽인 자마산 정상부에 축조되어 있는 복곽성이다.
명동왜성과 함께 웅천왜성의 2개 지성 중 하나로 기존의 감포산성을 선조 26년(1593)에 소 요시토시(宗義智)가 수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곡산’은 내가 가진 지형도엔 높이(298.9m)만 나오고 이름은 보이지 않는 산이다.
예전 ‘진해시 행정지도’와 몇몇 지도에 올려져 있어 그를 따라 ‘鳥谷山’이라 작명도 하였다.
새(鳥)들의 골짜기(谷) 위에 솟은 산으로, 설마하니 조상(弔喪)하며 곡(哭)하는 산은 아닐 터.
산행궤적
크게.
나는 차량회수를 위하여 원점회귀하였으나 평발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10km정도에 5시간이면 충분하겠다.
고도표는 차량회수를 위하여 걸은 거리를 뺐다.
<산길샘>
미리 준비한 표지기. 조곡산은 오래전의 진해시 행정지도를 따랐고, '鳥谷山'은 임의 작명이다.
'창원시 진해구 북부동 426-1'를 입력하여 관정마을 추어탕집 '향원' 앞 도로에 차를 댔다.
관정이 있었다고해서 관정마을 또는 정동마을이라고 불린다.
북부소류지 위로 내가 올라야할 산을 한번 쳐다보고...
그 아래 커다란 느티나무 쉼터를 당겨 본다.
개천을 건너는 다리는 관정교. 관정교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계류를 좌측 겨드랑이에 끼고 걷는 농로.
우측으로 내가 답사할 조곡산과 자마산.
냇가(동천) 건너 커다란 고목 쉼터를 곁눈질하며 걷는 길.
정면으로 천자봉이 솟아있어...
살짝 당겨보았다.
가을햇살에 익어가는 벼이삭.
농로에서 북부소류지(저수지)로 올라...
잔잔한 저수지 수면을 내려다 본다. 저수지 위로 조곡산과 자마산.
산자락 아래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들머리가 있다.
산밑 삼거리에서 우측방향.
2~30m에서 산길로 붙는다.
벌초꾼들이 작업해 놓은 듯한 산길.
석주를 지나면...
여러기의 무덤.
자주 보이는 노란 리본은 한전의 송전탑(철탑) 표지기. 나는 오늘 내내 이 표지기를 참고하였다.
송전탑(철탑)을 지나면...
곧 정자쉼터가 있는 임도를 만난다. 계속 이어지는 시루봉 능선길은 임도건너.
'진해드림로드' 이정표. 나는 정자에서 쉼을 한 후 시루봉 능선길을 올랐다.
시루봉 남동릉 길은 의외로 좋은 편.오래전에 내가 올랐던 길은 여기에서 우측으로, 날등이 아니었으니 길이 없었던 것.
커다란 바위를 지나자 나무 사이로 조망이 빼꼼 열리는 바위전망대.
열린 공간으로 웅천과 남문지구를 내려다 본다.
남문지구의 좌측 남산(웅천왜성)과 우측 제덕산을 내려다보다...
카메라를 셀프로 놓았다.
좌측으로 엊그제 다녀온 밤갓산도 모퉁이를 드러낸다.
이만하면 좋은 길.
390봉을 비스듬히 좌측으로 돌며 노란 색 한전 철탑시그널이 달린 너덜지대 통과 후...
안부에 닿아 지형도를 확인하니 지난번 올랐던 390봉이 바로 뒤에 솟아있어...
뒤돌아 올랐더니 기억도 선명한 무덤 몇 기와...
도드라진 바위. 예전에도 저 바위에 올라 시루봉과 그 주위를 돌아 보았다.
바위 꼭대기에 오르는 건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 그 밑에서 셔터를 눌렀으나 성이 차지 않아...
꼭대기에 올랐다. 멀리 인상착의가 선명한 시루봉과 능선이 펼쳐진다.
정면에 보인 봉이 내가 오를 봉동산인 듯하고, 우측 멀리는 화산(?)과 두동지구 공단.
시루봉 남동릉은 남동으로 뻗어내려오다 포물선을 그리며 곧장 남으로 뻗어 내려온다.그 남동릉 우측 외떨어진 한갓진 곳에 솟은 봉(▽)이...
봉동산. 봉동산 방향으로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 게 보인다.
우측(東)으로 웅동저수지가 나무숲에 가렸고, 바로 옆에 계산, 뒤로 마봉산과 좌측으로 굴암산, 마봉산 뒤는 보배산으로 신낙남정맥이 해달리고 있다.
급조한 390m봉 표지기를 암봉 옆에 걸었다.
그렇게 내려선 뒤 한전의 송전탑표지기가 안내하는 산판길인 듯 제법 반듯한 길.
시루봉 날등을 버리고 우측으로 돌아가며 한전표지기를 따른다.
높낮이가 평이한 묵은 산판길 옆으로 편백나무가 식재되었고...
굽이도는 지점에 멧돼지 목욕탕.
그 아래에 송전탑이 있다. 아까 390봉에서 보았던 두 번째 송전탑인 듯.
임도급 산판길은 등고선을 따라 산허리를 맴돌다...
작은 능선을 만난다.
비스듬하게 우측으로 난 사면길이 좌측으로 꺾어지는 지점이 능선. 이 지점에서 산판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봉동산을 향한다.
10여분 만에 고만고만한 바위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봉동산 고스락에 닿았다.
선답자들의 흔적 옆에 준비해간 표지기를 건 뒤...
작은 바위 위에서 담금주를 곁들인 요기를 하였다.
앵앵거리는 모기떼가 따끔따끔 온몸을 공격해대기 시작한다. 준비물인 작은 부채는 잊고 왔다.
땀의 주성분이 이산화탄소(CO2)가?
몸에 찰싹 달라붙은 셔츠를 뚫고 모기들의 길쭉한 침이 등어리를 파고든다.
다시 돌아나온 임도급 산판길엔 아무런 지형지물이 없어 그 10여m 옆에 비닐로 묶은 나무가 보인다.
무슨 용도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U6'이란 표식이 있다.
계속 이어지는 산판길에도 한전표지기가 달려있고...
얼마안가 산판길 우측으로 90도 꺾으며 촘촘이 한전표지기가 붙어있다.
산판길은 등고선을 따라 사면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나 그 길의 끝은 알길이 없었고, 나는 여기서 잠시 고민을 하였다.
우측으로 내려서는 급한 길은 지계곡으로 구천계곡의 합수점에 닿을 것.
"그래, 결정했어"
촘촘한 한전표지기를 따라 조심스레 내려서는 산길.
잡목 숲을 헤치는 데는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고, 송전탑을 관리하는 한전 직원들이 내려가는 길이란 확신이 들었다.
얼마안가 돌들이 물에 씻긴 듯한 너덜지대 지계곡이 나타난다.
작은 계곡을 타고 조심스레 내려서면 합수점.
가을장마로 이 계곡에 수량이 불어나면 어찌하나 걱정을 했던 것.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시리도록 차갑다. 배낭을 벗고 세수도 하였다.
이 계곡치기는 지리산 버전. 덩쿨나무가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데도 있었지만 내려서는 길은 대체로 무난하다.
그러다가 예전 두 번이나 다녀갔던 구천계곡 등로에 닿았다.
딱 8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구천계곡과 나란히...
상류쪽으로 올라가...
불모산으로 향하는 계곡을 바라보았다. 홀로 저 계곡을 거슬러 깊숙이 파고들어 불모산에 올랐던 추억이 생생하다.
이제 돌아가는 길은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이한 사면길이라 안심을 하였고...
길을 잃어버릴 것은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40여분을 헤매게 될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않았다.
되돌아 나오다 빗물에 쓸려버린 산길을 만나 무심코 아래로 내려서며 희미한 산길을 따랐더니 자꾸만 고도가 낮아진다.
이게 아니다 싶어 직등으로 치고 올라 길을 찾았으나 금방 찾을 것 같았던 산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아래로, 아니야 다시 위로...
시간은 일몰로 치닫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헤매다 체력을 소진하였으며 조바심은 더해갔다.
길을 잃었으면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게 기본.
나는 그 기본을 망각하고 말았던 것.
아까 그 끊어진 산길로 되돌아가 다시 바른 길을 찾았으면 이토록 고생은 하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40여분을 헤매다 5m 발아래에 꿈처럼 나타난 산길.
"이제 고생끝, 행복시작이다"
길이 없는 험한 사면길을 끝까지 가리라 마음먹었으니 "참 용감하기도 하였다 이넘아~"
"만약 그랬으면 조난신고에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줄 몰랐을 끼다. 알았나? 이넘아~"
"이넘아~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 하더니, 네놈이 딱 그쪼다"
내가 내게 타박을 하며 행복한 걸음을 걷는다.
여름을 지나며 잔 나뭇가지가 산길로 많이 뻗어있지만 룰루랄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전의 호젓한 느낌은 그대로다.
작은 폭포.
길을 찾은 지 30여분 만에 경고판이 있는 입구로 나왔다.
'진해드림로드'가 지나는 임도.
돌아본 내가 나온 경고판이 있는 산길.
우측으론 예전에 있었던 방화수물통이 보이지 않고...
좌측 임도로 걸어내려오다 조곡산 능선길로 올랐다. 예전엔 제법 반듯한 길이 있었는데.
예전에 보았던 해군에리어 표지석이 보이고...
바위 듬성듬성한 조곡산에 표지기를 걸었다.
예전엔 제법 길이 좋았으나 그새 많이 묵어 잡목을 헤칠 수밖에 없었다.
이 자연석 바위가 서있는 지점 위로 자마산을 올랐고,
뒤로 자연석 석주뒤로 조곡산을 올랐는데, 그때완 달리 많이 묵었다.
자마산을 제일 가깝게 오를 수 있는 곳으로...
금방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자마산에 올랐지만, 에고~ 예전이나 다름없이 잡풀더미가 앞을 막아선다.
키만큼 자란 풀숲을 헤치고 산불초소가 있는 꼭대기에 올랐다.
예전에도 보았던 석주는 해군표식.
남쪽으로 와성만과 웅천 남문지구 아파트단지와 남산(웅천왜성), 좌측으로 밤갓산.
엊그제 다녀간 밤갓산과 마천지구. 나는 자마산 남쪽능선으로 길을 찾아보려 하였으나 풀숲으로 언감생심이다.
초소 쇠줄에 표지기를 걸었다.
초소를 내려와 올라온 길로 되내려가지 않고, 예전에 올랐던 능선을 따라 내려가려다 "아나,곶감아"다.
그래서 올라간 길로 되내려 왔다.
그런뒤 화장실과 방화수 탱크가 있는 곳. 평발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예전엔 수조탱크 뒤로 자마산을 올랐다.
잡풀이 우거진 농로를 통해 평발마을로 내려간다.
제초작업이 이루어진 곳은 말끔해.
계속 직진을 하다 풀이 웃자라고 어두워져 좌측 마을로 내려서니...
평발고개 버스 정류장이다. 사실상 산행은 여기까지다.
여기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될 것.
나는 내킨 김에 차가 대있는 관정마을로 타박타박 걸었다.
이 마을에 '주자정동강당(朱子井洞講堂)'이 있어 회암 선생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한다.
호가 회암(晦庵)인 주희(朱熹, 1130년~ 1200)선생은 중국 남송의 유학자로 주자(朱子)라는 존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해도 산에서는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오늘이 그런 경우다.
가게에 돌아온 뒤 아내에게 불쑥 내뱉은 말.
"이제 산에 안 가."
저녁 샤워를 끝낸 뒤 무릎 아래에 보이는 까만 점.
이게 무얼까하고 떼려 하였으나 진득하게 살을 물고 떨어지지 않는다.
힘을 주어 떼어냈더니 이넘, 말로만 듣던 '진드기'다.
아까 자마산 풀숲에서 옮겨 붙었다가 무릎보호대를 내릴 때 다시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
잠복기가 6일~2주라 하던데, 괜찮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