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마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김종길(1926~2017)
1926년 11월 5일 경상북도 안동군 길안면 지례동(現 안동시 임동면 지례리) 635번지[2]에서 태어났다. 이후 보통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청송군 진보면으로 이주했고, 경상북도 대구부(現 대구광역시)를 거쳐 혜화전문학교와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졸업 후 대구공업고등학교 교사, 경북대학교 강사를 거쳐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해 1992년까지 재직했다.
시인으로서는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1947년 <문>이 입선되어 등단한 이래, 1969년 <성탄제>, 1977년 <하회에서>, 1986년 <황사 현상>을 펴냈고 198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7년 4월 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나무위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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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의 뒷모습을 봅니다.
세상은 힘들고 부족하고 어려운 것이 있지만
감사하며 어르신의 말씀에 순응하며
그렇게 살아가자는 시인의 마음을 배웁니다.
어제 초저녁에는
노오란 토끼가 커다란 둥근달을 타고
낮게 떠서 서쪽으로 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달이 말을 했습니다.
내일도 온다고 그만 바라보라고...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