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밤샘 실습 많고 방학 때도 인턴활동으로 바빠… 틈틈이 동아리·봉사 활동도
'최고의 수재'들로 인식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학기 내내 이어지는 치열한 공부와 실험, 방학생활, 자기계발과 여가까지, 바깥에서 궁금해할 만한 것들에 대해 카이스트 재학생들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인터뷰에는 손민탁·서은영·김형준씨(이상 07학번), 김지나씨(08학번), 박재철씨(09학번), 현유나씨(10학번)가 참여했다.
◆학기중―밤 11시에 수업 끝나는 '올빼미형'
카이스트는 1학년 때 전공을 정하지 않은 무학과(無學科) 상태로 공부한다. 2학년 1학기에 전공 신청을 해 배정받는데, 다른 학교처럼 학과마다 정원을 두고 성적별로 배분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과를 지원하면 그대로 갈 수 있다. 학생들은 "무학과 동안 여러 전공을 체험해 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학기 중에 대개 6~7개 과목(15~18학점)을 수강한다. 특이한 점은 1학년은 교양수업을 듣지 못하고 2~4학년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양수업은 팀별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짜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험·실습 과목이 많아진다. 이런 수업들은 교수 재량에 따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데, 때론 밤샘 실험하는 수업을 만나기도 한다. 밤을 꼬박 새우면 그 다음 날은 어떻게 하나? "다음날 아침 수업이 비도록 시간표를 짜 놓지요." 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다 보니 카이스트 학생 중에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올빼미형 인간'들이 많다. 밤 11시가 돼야 수업 준비나 동아리 활동, 음주 같은 '여가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수면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침은 거의 먹지 않아요. 그 시간에 열심히 잠을 자 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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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여름방학 넉 달 동안 쉴 틈이 없다
2007년부터 카이스트는 여름방학이 15주(5월 마지막 주~9월 첫째 주)로 길어진 대신 겨울방학은 6주(12월 말~2월 첫째 주)로 짧아졌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처음엔 불만을 품던 학생들도 점차 자신에 알맞은 방학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적응이 됐다고 한다.
보통 1학년은 토익·토플·회화 등 영어공부나 다른 여러 가지 자기계발 활동을 한다. 2학년 때는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서머 세션' 프로그램을 통해 100~ 150명 정도가 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간다. 3~4학년은 자기 전공을 살린 인턴활동을 하거나 연구실에서 일한다. "인턴은 두 가지예요. 카이스트 각 사업단 내에 있는 8~13주짜리 인턴이 있고, 삼성·LG 같은 외부 인턴도 있지요. 사업단 인턴은 월급이 80만원 정도예요."
손민탁씨의 경우 방학만큼은 '아침형'으로 변신한다. 오전 7시에 일어나 8시 30분까지 인턴으로 일하는 연구소에 출근해 '모바일 하버'와 관련한 기술 연구 보조와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오후 6시에 퇴근하면 9시까지 교내 헬스시설을 이용한다. 9시부터 10시까지는 미드(미국드라마) '플래시포워드'를 시청하고 10시부터 3시간 동안 학과 공부를 한 뒤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든다. 서은영씨의 일과표도 비슷하지만, 오후 8~10시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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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문화생활·축제, 그리고…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들'이라는 일각의 선입견과는 달리 카이스트 학생들은 "여가의 대부분을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보낸다"고 말한다. 남학생들은 주로 밴드 동아리나 축구·농구 같은 운동 동아리를, 여학생들은 악기나 봉사 동아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연극·국악·오페라·재즈·무용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는 '카이스트 문화행사'가 1년에 20여 차례 교내에서 열린다. 최신 영화를 보기 위해서 택시값이 5000원쯤 나오는 대전 시내까지 '원정'을 가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 축제는 1년에 한 번, 3월 말에서 4월 초에 열린다. 이때 논산 농민들을 돕기 위해 학교에서 직거래로 딸기를 사와 학생들과 나눠 먹기 때문에 '딸기축제'도 열리는데, 노천극장에서 기숙사 앞까지 500m에 걸쳐 핀 벚꽃과 어우러져 한껏 젊음의 분위기를 발산한다. 올해는 봄축제가 천안함 애도기간과 겹쳐 가을로 연기됐다.
가을에 열리는 포스텍(포항공대)과의 교류행사는 한 해씩 돌아가며 '카포전' '포카전'으로 불린다. 구기종목도 열리지만 대학 특성을 살려 스타크래프트 경기, 과학 퀴즈, 해킹대회 등도 함께 진행된다.
대부분의 학생이 묵는 카이스트 기숙사는 독실이 아니라면 한 달에 7만2000원~12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교내식당은 모두 4개다. 학사식당 '카이마루'는 카페테리아 식으로 밥(500원), 찌개류(1000원), 주메뉴(600~1400원), 세트메뉴(2800원) 등 다양한 식사를 골라서 할 수 있다. '그랑K'에서는 저녁 8시 이후부터 맥주와 안주를 싼값에 판다.
면적이 127만㎡에 이를 정도로 캠퍼스가 워낙 넓다 보니 웬만해선 학교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교내 이동을 위한 자전거·스쿠터·롤러브레이드도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여기에도 '비밀의 문'은 있다. 캠퍼스 중심부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쪽문'이 나오는데, 그곳을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술을 마실 수 있다. 좀 더 가면 카이스트와 충남대 사이에 형성된 유흥가 '로데오 거리'가 나온다. 술 고픈 청춘들의 해방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