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 후 처음 공개석상 발언을 통해 사법부의 '신뢰·권위' 회복을 키워드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 후보자는 23일 오전 김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찾아 취재진과 만나 "최근에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해 자유와 권리에 봉사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몇 차례 공개적으로 드러낸 '소신'의 연장선에서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간 발언이나 기고문에서 사법의 정치화나 사법부 신뢰 저하에 우려를 표해 온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 사법제도든 기본"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서 "그 이상 특별히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은 한 달 정도의 잔여임기가 남았는데 또 무슨 말을 남기고 물러날지 궁금합니다. 문재인 정권이 ‘사법의 정치화’라는 엄청난 과오를 저질렀는데 새 대법원장은 이제 다시 이를 바로 잡아야할 것입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무슨 ‘우리 법 연구회’에서 같이 활동했다는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으로 임명을 할 때부터 이미 그 앞날이 예견이 되긴 했지만 정말 이 정도로 사법부가 흔들리게 될 줄을 안 국민은 없었을 것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달 서점가에 뜻밖의 ‘벽돌책’이 나왔다.
미국 보수 운동의 역사를 분석한 ‘1945년 이후 미국 보수주의의 지적 운동’이라는 번역서다. 국내 출판 지형에서 이렇게 두껍고(783쪽) 비싼(5만원) 보수주의 연구서는 희귀종에 가깝다.
보수주의 ‘원전’인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이 국내 출간된 것이 겨우 5년 전. 프랑스 보수주의 학자인 레몽 아롱의 명저 ‘지식인의 아편’도 비슷한 사정이다. 아롱은 좌파인 사르트르와 20세기 프랑스 사상계를 팽팽하게 양분했던 우파 지식인이다.
공산주의 이론을 공박한 그의 세계적 저술은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유독 찬밥 신세였다. 10년 전 타계한 안병욱 교수의 번역서가 불편한 옛 편집 그대로 35년간 간신히 명맥을 이었다. 다른 출판사가 세련된 편집본을 다시 내놓은 것이 지난해. 프랑스 철학 유학파들이 차고 넘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기현상이다.
책 이야기가 길었다. 진보주의 저술은 넘쳐나는데 보수주의 이해를 돕는 책들은 왜 가뭄에 콩 나듯 할까.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며 좌파 지식인들이 사회적 우위를 점유한 우리의 특수 환경이 아니었다면. 역량 있는 국내 출판 기획자들이 보수ㆍ진보 성향으로 고루 포진했다면. 보수주의 관련서적들이 이렇게까지 빈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이례적인 과잉 판결에 논란이 거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허위 사실을 게재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명예훼손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애초 검찰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던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치명적인 유산은 사법의 정치화다. 지난 6년간 사법부는 정치집단이 되다시피 했다. “재판이 곧 정치”라고 대놓고 밝힌 판사도 있었다. 좌파 성향의 법원 내 모임과 민변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정권 따라 사법부가 치우쳤어도 이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판결 논란을 빚고 있는 판사는 소셜미디어에 정치 편향의 글을 계속 올려 왔다. 현재의 사법부 토양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김명수 사법부는 ‘우리 편’으로 요소요소를 꾸준히, 전략적으로 채웠다. 옛 운동권의 ‘진지전’ 방식 그대로였다.
겨우 6년의 결과가 이렇다. 운동권 정치에 사회적 프리미엄을 몰아서 얹어 준 시간이 지금까지 얼마인가. 민주화 항쟁을 기점으로만 잡아도 35년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은 진보 좌파가 헤게모니를 쥐었다. 진보를 참칭했든 어떻든 결과적 현실이 그렇다.
사법부, 입법권을 독점한 거대 야당만이 아니다. 행정부까지 정권이 바뀌어도 좀처럼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부처에 대통령이 측근을 차관으로 투입해 실무를 추동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현실인데도 주류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그럴 생각은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 비위 혐의들이 분명해질수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운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을 노골적으로 선동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딸이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되자 “옛날처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라”고 했다.
국민이 공분하는 입시비리에도 철 지난 약자 프레임의 여론전을 편다. 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이는 ‘개딸 직선제’로 당대표를 뽑자면서도 “민주항쟁”에 빗댔다. 내막을 모르고 보면 모두 민주화 투사들이다.
보다 못한 재야의 옛 운동권 인사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설거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덕적 우월감에 빠진 위선, 반지성의 진영 대결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기득권. 마침표가 찍혀야 하는 것은 운동권 정치만이 아니다.
그들이 동의한 것만 암묵적 정의로 강요된 30년 묵은 운동권 DNA. 사회 전반이 이 DNA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미래를 위해 양쪽 날개로 날아야 한다. 586 DNA에 너무 오래 주눅 들었다.>서울신문.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출처 : 서울신문. [황수정 칼럼] ‘586 DNA’부터 털어내야 한다
저는 79년 4월이 입대해서 82년 1월에 전역하고 3월에 대학에 복학을 했습니다. 80년대 초반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는 저는 한 번도 시위에 나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화 얘기를 하면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3년 동안 화천 최전방 철책선에 서서 나라를 지켰고,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교육을 담당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소위 운동권, 민주화 투쟁에 나선 사람들이 정치판을 휘젓고 다니며 온갖 이득을 다 누릴 때에 저는 그저 제 일만 묵묵히 했을 뿐입니다.
저도 오랜 시간, 제가 민주화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소위 민주화 세력에 대해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요즘에 와서는 그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민주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 이득과 권력을 위해 뛰어다니고 떠들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 자기 이득을 위해 목숨을 걸 뿐이라는 것을 요즘 새삼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