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잡스엔
하숙생 때 쓰던 청소 도구에서 아이디어
만능 빗자루 ‘쓰리잘비’ 개발
론칭 1년 6개월 만에 190만여개 판매
연매출 50억원 기업으로 성장
현재 프랑스, 일본, 호주 등으로 수출
전문 사서를 준비하던 중 암 투병 중이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가족들은 패닉에 빠졌고 가세는 기울었다.
사서의 꿈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하숙생 시절 방 청소할 때가 떠올랐다.
방에 굴러다니는 잔먼지나 머리카락를 치우기 위해 매번 청소기를 써야 하는 게 불편했다.
돌돌이 테이프도 매번 리필해야 해서 번거로웠다.
간편하면서도 액상 오염물까지 한 번에 청소할 수 있는 빗자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 물기 제거를 위해 쓰던 스퀴즈(전면에 고무 날을 장착한 T자 형태의 청소도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닥 마찰을 이용해 먼지를 쓸어내는 다용도 빗자루 ‘쓰리잘비’를 개발했다.
방과 거실 청소뿐 아니라 욕실 청소, 반려동물 털 청소에도 유용하다.
입소문이 나면서 론칭 약 1년 반 만에 190만여개가 팔려나갔다. 연매출은 50억원에 달한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큐어라이프’ 양혜정(31) 대표의 이야기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큐어라이프’ 양혜정 대표. /와이낫 |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양혜정 대표는 전문 사서를 꿈꿨다.
졸업 후 사서직 공무원을 준비했고 2015년 1차 시험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어머니와 함께 20여년 간 제조업체를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큰 충격에 빠졌다.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대신해 제조업에 뛰어들었고 2018년 ‘큐어라이프’를 창업했다.
화장실 청소할 때 쓰던 스퀴즈에서 아이디어 얻어 첫 아이템은 다용도 빗자루였다.
공시생 시절 하숙집에서 지내면서 방 청소할 때 느꼈던 불편함을 제품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잔먼지나 긴 머리카락을 치우기 위해 매번 시끄럽게 청소기를 돌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반 빗자루를 썼는데 먼지가 잘 안 쓸려 불편했죠. 돌돌이 테이프는 리필해야 해서 귀찮았어요.
화장실 물기 제거를 하기 위해 쓰던 스퀴즈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바닥 마찰을 이용해 먼지를 깨끗하게 쓸어내는 빗자루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죠.”
양혜정 대표는 직접 제품 개발에 나섰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업단지에서 20여년간 제조업체를 운영하신 아버지에게 자문했다.
또 시화 공단 내에 있는 플라스틱·고무 등 제조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빗자루에 쓸 재료를 고민했다.
“제품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빗날에 쓸 고무를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마찰계수가 높은 타이어 고무나 일반 고무, 실리콘 등을 쓰면 ‘끼익’ 소리가 나면서 마찰음이 발생합니다.
소음이 크고 바닥에 자국이 남아요.
오랜 연구 끝에 잘 쓸리면서도 소음은 발생하지 않는 합성고무와 빗날의 각도를 찾았습니다.
빗날의 높이와 간격이 조금만 달라져도 소음이 나요. 내구성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소비자가 제품을 한 번 사면 10년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양혜정 대표는 빗자루·와이퍼·스크래퍼 기능 결합한 ‘쓰리잘비’ 개발했다. /큐어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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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와이퍼·스크래퍼 기능 결합한 ‘쓰리잘비’ 개발
그렇게 2019년 다용도 빗자루인 ‘쓰리잘비’(bit.ly/3uqSssi)가 탄생했다.
쓰리잘비는 빗자루, 와이퍼, 스크래퍼 세 가지 기능을 하나에 담았다는 뜻이다.
고무와 바닥이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 머리카락, 반려동물의 털까지 쓸어낸다.
또 액체까지도 쉽게 닦여 욕실 청소에도 유용하다.
거실, 방뿐 아니라 화장실까지 함께 청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빗자루인 셈이다.
사용 후에는 흐르는 물로 가볍게 헹구기만 하면 된다.
일반 빗자루와 가장 큰 차별점은 ‘특허받은 4중날 빗날’이다. 쓰리잘비는 총 4개의 빗날이 있다.
첫 번째 빗날은 바닥과의 마찰력으로 만들어진 정전기가 먼지를 흡착한다.
두 번째 미세모 빗날은 러그, 카페트 등에 있는 먼지를 긁어낸다. 반려동물 털을 청소할 때 유용하다.
세 번째 빗날은 끌어낸 먼지를 뭉쳐내 돌돌 말아내는 역할을 한다.
네 번째 빗날은 남은 미세한 먼지까지 쓸어낸다.
쓰리잘비는 바닥과의 마찰력으로 만들어진 정전기가 먼지, 머리카락, 반려동물 털, 액체까지 쓸어낸다. /큐어라이프 제공 |
최근 출시한 '쓰리받기'는 반자동 폴딩 기술을 적용해 쉽게 뚜껑이 접힌다. 또 내구성 테스트를 거쳐 5만회 이상 접었다 펴도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큐어라이프 제공 |
쓰리잘비는 2019년부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5번의 펀딩에 성공했다.
펀딩 누적 금액은 약 6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양혜정 대표는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을 보완해나갔다.
이후 빗자루 길이를 길게 조절할 수 있는 쓰리잘비 조절형,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핸디잘비, 미니잘비 등을 출시했다.
디자인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을 위해 제품 색상도 추가했다.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해 나갈 때 소비자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제조사다 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깔끔하게 담고 버릴 수 있는 ‘쓰리받기’ 출시
최근에는 ‘쓰리받기’를 새롭게 출시했다.
빗자루와 함께 쓸 수 있는 쓰레받기를 만들어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많았다.
일반 쓰레받기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
소비자 2000여명에게 4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고,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꼼꼼하게 살폈다.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몰(bit.ly/3uqSssi)에서도 인기다.
김정연 아나운서가 핸디잘비를 들고 있는 모습, 고객이 직접 후기 사진. /큐어라이프 제공 |
양혜정 대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좋은 품질로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큐어라이프 제공 |
“설문 조사 결과 먼지, 머리카락, 액체 등 어떤 오염물이든 깔끔하게 잘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어요.
또 오염물이 날리지 않게 쓰레받기 뚜껑이 접혔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많았죠.
이러한 의견을 담아 ‘쓰리받기’(bit.ly/2SuGqB2)를 개발했습니다.
적당한 탄성력으로 바닥과의 밀착력을 높여 오염물을 깨끗하게 담아낼 수 있게 했어요.
액체까지 담아낼 수 있죠. 또 사용 후 뒤로 살짝 젖히면 자동으로 뚜껑이 접혀요.
특허 출원 중인 자체 신기술입니다.
전력이 필요하지 않은 반자동 폴딩 기술이에요.
그래서 쓰리받기에 담아낸 먼지나 머리카락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 날리거나 흘리지 않아요.
또 일반 플라스틱은 오래 사용하면 깨집니다.
여러 번 접었다 폈다 하면 경계선이 하얗게 변하면서 깨지거나 갈라지죠.
내구성을 위해 고탄성 플라스틱을 개발해 활용했습니다.
5만회 이상 접었다가 펴도 깨지지 않는 내구성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쓰리잘비’는 지금까지 약 190만개(2021년 4월 기준)가 팔려 나갔다. 작년 매출은 50억원에 달한다. 올
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까지 판로를 넓혔다.
현재 프랑스, 일본, 호주, 싱가포르, 인도, 대만, 홍콩 등 약 15개국에 수출 중이다.
국내외 홈쇼핑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카페나 식당 등에 갔을 때 누군가가 제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제조사다 보니 제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유통까지 하나하나 직접 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애착이 커요. ‘쓰면 쓸수록 만족스럽다’ ‘작은 먼지부터 고양이 털까지 깔끔하게 쓸려서 좋다’
‘청소기를 쓸 땐 기계 소음이 커서 불편했는데 간편하게 청소할 수 있어서 좋다’
‘액체까지 쓸어 담을 수 있어서 편하다’ 등 고객 후기를 볼 때 기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소비자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원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등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소리를 듣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고 싶어요.
또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더 많은 국가에 수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좋은 제품으로 국위 선양을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CCBB 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