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의도는 신앙생활을 보다 더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나 의식(儀式)이 오히려 온전한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온전한 신앙생활은 그 본질이고, 이를 위한 제도나 의식(儀式)은 비본질입니다. 예배를 드릴 때 보다 더 거룩하게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어떠한 예배 순서의 전통이 세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서는 본질이 아닙니다. 더 온전한 예배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서 자체에 매여서 참된 예배를 방해한다면 모순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이 온 이스라엘로 퍼져나가니 예루살렘에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을 파견하여 예수님의 사역을 살펴보며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1절). 아마 이들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예수님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예수님의 사역이나 가르침에서 트집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예수님의 제자 몇 명이 음식을 먹을 때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2절). 유대인들은 음식을 먹을 땐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하는 정결(淨潔)의식을 행했습니다(3절). 시장 등에 다녀왔을 땐 물을 뿌려 씻고, 잔이나 주발, 놋그릇 등을 씻도록 하였습니다(4절). 그렇게 하여 정결함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정결함을 위해 그렇게 하면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기면 안 되는 절대적인 규례가 되어 이를 지키지 않을 땐 엄중하게 그 죄를 묻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이를 트집 잡은 것입니다(5절).
정결함을 위해 가능하면 손을 씻고 음식을 먹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올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이를 지적하며 예수님을 비난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들에게 외식(外飾)하는 자들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사야 29:13의 말씀을 인용하여 입술로만 하나님을 공경하면서 마음은 하나님에게서 멀어졌음을 지적하셨습니다(6절).그러면서 사람의 계명과 하나님의 계명을 구분하여 말씀하십니다(7절~9절). 하나님의 계명은 원래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계명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계명은 하나님의 백성이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지켜야 할 삶의 기준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람의 계명을 덧붙였습니다. 사람의 계명이란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키기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만든 규례와 전통 등을 의미합니다. 물론 사람의 계명을 처음 만들 땐 하나님의 계명을 더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킬 수 있는 하나님의 계명을 구체적인 전통과 의식(儀式), 기준 등으로 제한하여 하나님의 계명이 우리에게 주는 스펙트럼(Spectrum)을 제한하는 어리석음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계명보다 사람의 계명, 즉 사람들이 만든 전통과 의식 등이 더 절대적인 잣대가 되어 원래 하나님의 계명에서 목적하고 의도하는 바를 왜곡하는 결과를 낫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계명에서 의도하신 본질보다, 전통과 관습이 되어버린 비본질이 더 우선하게 되는 어리석은 결과가 생겨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한 예로 고르반이라는 것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출애굽기 20:12에 나오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의 제 5계명과 레위기 20:9에서 말씀하신 부모를 모욕하거나 저주하면 반드시 죽이라는 말씀을 인용하시면서(10절), 부모를 공경하여 부모에게 드려야 할 것들을 고르반이라고 하고는 부모에게 아무것도 드리지 않는 편법(便法)을 행하는 그 당시의 관행을 지적하십니다. 고르반(Κορβᾶν)은 제물, 예물 등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코르반(קָרְבָּן)을 헬라어로 표현한 것입니다(레위기 2:1, 4, 13 등에 예물로 번역되어 있음). 하나님께 드릴 제물, 예물이라고 하면 그것은 구별되어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구분한 예물을 언제까지 하나님께 드려야 하는가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기에 고르반이라고 해놓고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 대해 예수님께서 지적하시면서, 유대인들이 전통과 관습, 그리고 여러 의식(儀式)들을 강조하고, 그것에 매이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명의 본질적 의미를 상실한 채 비본질적인 전통과 행습(行習), 의식(儀式) 등에 매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13절에서 “너희가 전한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며 또 이같은 일을 많이 행하느니라”라고 지적하십니다.
원래 전통이나 관습, 의식(儀式) 등은 좋은 의도로 출발했습니다. 그 본질적 의도를 잘 살려서 행한다면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본질적 의미는 상실한 채 외형적인 부분만 강조하여 매이게 하는 것은 온전한 신앙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관습에만 매이게 하여 온전한 신앙생활을 오히려 저해(沮害)하게 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 됩니다(8절).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데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된다면 과감하게 바꾸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 본질적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熟考)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저 전해져 내려오는 관습이나 전통이기에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태도로 신앙생활과 신앙 행습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혹시 내가 깊이 있는 묵상 없이 종교적 관행으로 행하면서 본질의 요소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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