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동면(冬眠) 벗어나려고 부스스 눈비비고 눈꺼풀을 열
었습니다. 짓눌린 가슴을 풀어헤치고 힘버거워 채뜨이지
않은 눈으로 쏟아지는 세상(世上)의 빛을 보았습니다.
빨간 눈망울처럼 생긴 새순, 마른 팔다리,거친 피부(皮膚
) 색(色), 말 없는 고통(苦痛)을 찾아야 했던 시간(時間),
이제는 봄햇살이 따사로운 손길로 살며시 만져주고 봄비
마저 온몸에 생기(生氣)를 얻도록 촉촉히 열었던 몸을 씻
어줘
이제는 새로움을 알고 새들과 춤을 추게 된 실바람 속에
피어난 백목련(白木蓮)의 아릿한 향(香)으로 온몸을바르
고,
내 임 향(向)하여 한 발자국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봄의
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설레어 옵니다. 창(窓)가에 스며 들던 차가운 바
람도 설레이는 가슴을 멈추지 못하고 문(門)밖으로 뜨락
으로 마음을 끌어
먼산을 쳐다보며 그윽한 사색(思索)에 실눈을 뜨게 하고
꽃잎의 향기(香氣)를 눈(眼) 속에 감추며 나비의 춤을 머
릿 속에 그리면서 마음의 발 길이 옮겨 갑니다.
누가 부르나요? 부르는 이 아무도 없어도 따스한 햇볕이
나를 부릅니다.
황사(黃沙)의 자욱한 흐려진 공간(空間)도 실 눈 속에 감
추어진 꽃 향기(香氣) 가리우지 못하고, 아지랑이 피어오
르는 보리밭 사잇길로 불어 오는 미풍(微風)에 마음의 발
걸음은 옮겨 갑니다.
새들이 노래를 하나요? 새들의 부르는 노래의 곡조(曲調
)를 찾아 오선지(五線紙) 위에 악보(樂譜)를 만들어 봅니
다.
조금 있다 피어 날 꽃송이 송이의 예쁨을 분홍색(粉紅色)
종이 위에 가사(歌詞)로 적어 넣어
옮겨 가는 발걸음 자국마다 한 곡(曲) 한 곡(曲) 곡조(曲
調)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려 합니다.
봄이 창문(窓門)에서 미소(微笑)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