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를 깎으며
한 차례 장마가 지나고 나니 정원에 잔디가 부쩍 자라났다. 자란 잔디는 깎아주어야 골고루 자라난다. 나는 창고에서 잔디 깎는 기계를 들고나와 잔디를 깎기 시작했다. 잔디정원은 앞마당과 뒷마당을 합치면 200편이 족히 넘는다. 한 차례 깎는데 무려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나는 내 마음의 무명초를 잘라내듯 잔디를 깎아냈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 번째 깎는 잔디다. 이만큼 넓이의 잔디밭을 가꾸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잔디가 아닌 풀을 뽑아주는 일이다.
제초제 등 일체의 농약을 쓰지 않다 보니 일일이 풀을 뽑아주어야 한다. 잔디를 뽑는 일은 주로 아내가 한다. 두 번째는 가뭄 시기에 물을 주는 일이다. 땡볕에 물을 주지 않으면 잔디가 탄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잔디를 깎는 일이다.
금가락지 잔디는 전형적인 한국산 들잔디이다. 잔디의 종류에 따라 깎는 횟수도 다르기 마련인데 들잔디는 주로 5~8월 사이에 연간 6회 정도 깎아주어야 한다고 한다.….
한 번에 1/3 이상을 깎지 않도록 하고 토양이 젖어 있을 때는 깎지 말아야 한다. 잔디가 너무 짧으면 생육이 어렵고, 너무 길거나 촘촘하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죽기가 쉽다는 것.
다음으로는 물을 주고 비료도 주어야 한다. 물도 무턱대고 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마르지도, 젖지도 않게 주어야 한다는 것. 이른 아침이나 오후에 30mm 정도 주어야 하는데 저녁에 물을 주어 잔디가 마르지 않으면 병해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 그러므로 물을 주는 시간도 아침이나 해가 지기 전에 주어서 반드시 물이 마르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잔디밭은 아주 비생산적이다. 원래 잔디정원은 유럽의 왕궁이나 귀족들이 부의 상징으로 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유행이 점점 퍼져 유럽이나 미국의 부자들이 저택을 지으면 으레 잔디정원을 만들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잔디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정원사를 두어야 하고 잔디 깎는 기계, 휘발유 등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미국에서는 1년에 잔디를 손질하는 비용으로 연간 400억 달러 이사이 소비된다고 한다.
금가락지 잔디밭을 손질하는 데도 1년에 휘발유가 50여 리터는 족히 들어간다. 내가 정원사 일까지 겸하고 있으니 인건비는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매년 잔디밭을 정성스럽게 가꾸었다.
그렇게 8년을 가꾸다 보니 원형탈모증에 걸린 것 같은 잔디밭이 융단처럼 멋지게 살아났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가꾸기 나름이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잘 자란 푸른 잔디가 시야에 들어와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잔디밭은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잔디를 깎고 나니 까치들이 날아와 벌레를 찾아 쪼아먹고, 조석으로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며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허지만 앞으로도 두세 번은 더 깎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