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경주시 양남면 소재 월성 원전 1호기. 지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올해 11월로 30년 설계수명이 종료될 예정이다.
올해로 수명이 다한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10년 시동연장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원전 주무부처의 고위관계자가 안전성을 무시한 채 원전 업계의 이익을 위해 가동연장을 밀어붙이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아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이 고위관계자는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들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뭣도 모르고 반대한다"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은 지난 2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가진 강연에서 "월성 1호기 연장해야 할 것 아니겠느냐"라고 운을 뗀 뒤 "연장 허가가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수리비용으로) 7천억원 돈부터 집어넣지 않았나. 그리고 허가 안내주면 7천억 날린다고 큰일 난다고 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조 차관이 노골적으로 월성1호기 시동연장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이 강연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의 신년인사회 특별강연이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원전수출산업협회의 이날 신년 인사회에는 한국전력, 현대.두산 등 원전관련 기업들 임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조 차관이 언급한 경주시 양남면 소재 월성 1호기는 지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올해 11월로 30년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국내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노후 원전이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원자로 압력관 교체, 수소재결합기 설치 등 2년 3개월에 걸친 수리 끝에 지난해 7월 재가동 됐는데, 6개월만인 지난 1월 12일 고장이 나 가동이 중단됐다가 14일 재가동 됐다. 정부는 이 고장이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순환시키는 냉각펌프의 온도를 감지하는 장치에 이상이 발생해 자동정지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월성1호기 10년 시동연장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안정성평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고 있으나,
환경단체와 지역에서는 지난해 무리한 재가동에 이어 정부가 안전성을 무시한 채 10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경주시의회도 지난 16일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반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차관의 발언은 정부는 원전 업계를 위해 시동연장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조 차관은 원전 업계와 자신을 '우리 원자력계'라고 동일시하면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민중의소리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20일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신년인사회 강연 뒤 업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조 차관은 "우리 원자력계 일하는 방식 있지 않나"라며 "가동연장 안되면 실제로 큰일난다. 만약 시동연장을 못해봐라. 관계되는 분들 중에 연말에 애보러 가야하는 분들 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업계 관계자들에게 '미션'을 하달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상황변화와 더불어 반핵 교수, 의사, 변호사 모임 등 반핵 모임들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어떤가.
지난번에 야당 최고위원에 나온 9명 중에 5명을 반핵 2명은 탈핵, 2명은 (원전)재검토였다. 자 이런 분위기였다.
금년 1년 동안에 이런 것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이게 저와 여기 계신 분들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산업자원부(지경부) 원자력국장, 원전사업기획단장을 지내는 등 지식경제부 원전관련 요직을 거친 조 차관은 원전 안전성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들과 "싸우면서 외로웠다"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제가 원자력국장을 4년 하면서 느낀 게 외롭다는 것이었다. 막상 반핵론자들하고 싸움이 붙으면 아군이 안보인다.
정부 관계자만 앞에 나가서 맨몸으로 막고 있다.
제발 부탁드리는데 정부 혼자 싸우게 하지 말아달라.
저는 원자력이 아니라도 봉급 나온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원자력 해서 애들 가르치지 않았나.
제발 혼자 싸우지 않게 해달라."
조 차관은 반핵론자들과의 싸움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원자력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하라",
"젊은 사람들을 설득하라"는 것이었다.
"싸우는 방법은 주위에 '중립존'에 있는 사람들, 원자력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움직여줘야 한다. 여러분들이 10명씩만 설득해도 된다고 본다. '중립존'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원자력 안하면 안된다더라' 라고 해야지 국민들이 알아 듣는다.
둘째는
젊은 사람들이다. 뭣도 모르고 아니라고 한다.
집에 가서 자제분들에게부터 얘기해 달라.
젊은 애들은 무조건 반핵이다.
전기는 쓰는데 원자력은 안된다고 하는데 어쩌라는 것이냐."
[[젊은이들을 무시하지말라 !!!]]
ⓒ뉴시스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
한편 정부는 지난해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 21기 전체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해 한달만인 4월에 '모든 원전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1978~2007년 30년 수명종료)는 지난 2008년 10년 수명연장이 허가됐으나 지난해 4월 12일에 고장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고장 643건 중 고리1호기에서 일어난 사고는 127건으로 전체 사고.고장의 2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지난달 13, 14일 울진1호기와 고리3호기에서, 이달 12일 월성 1호기에서 고장이 발생했다.
두번째로 오래된 월성1호기의 지난 12일 고장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14일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정지의 원인이 됐던 냉각재펌프 상부 추력베어링 온도스위치의 전력공급단자를 전량 새것으로 교체했으며, 그 외 동종의 전력공급단자에 대해 전수 정밀점검을 실시,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도측정 오류라면 온도계 교체로 해결되는 경미한 문제"라면서도 "온도감지장치 베어링 노화가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