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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과 반찬을 곁들이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영양소 보충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언제부턴가 우리가 먹는 밥과 음식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쌀밥마저 살을 찌우는 식품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가 비만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뇌와 신체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필수 영양소다. 건강하게 신체 기능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적정량의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한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주식인 쌀밥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1.2kg에서 56.4kg으로 약 21% 감소했다. 지속적으로 쌀밥 섭취가 줄고 있는 가운데, 최근 쌀밥의 영양학적 가치와 건강상 이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며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든 탄수화물을 같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최근에 급증하는 비만 예방을 위해서라도 쌀밥은 기피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쌀밥과 반찬을 곁들이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영양소 보충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쌀은 지방이 적고 식이섬유, 단백질,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된 복합 탄수화물이다. 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 자료를 살펴봐도 백미밥 100g에는 탄수화물 33.2g, 수분 63.6g, 단백질 3g, 지방 0.1g 등이 함유됐다.
강재헌 교수와 호주 시드니대학 공동 연구팀은 시드니 거주 주민 70명을 대상으로 쌀밥 중심의 식사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한식 섭취군과 서양식 섭취군으로 나누고 12주간 각각 한식과 양식을 섭취하도록 했다. 이때 한식 섭취군은 쌀밥과 각종 반찬으로 구성된 한식 도시락을 제공받았다.
밥 중심으로 식사를 한 한식 섭취군은 양식을 먹은 그룹보다 더 많은 열량을 섭취했음에도 허리둘레 감소 효과가 더 컸다. 양식 그룹에서 허리둘레가 3.4cm 감소한 반면, 쌀밥 중심 그룹에서는 5.1cm 감소한 것이다. 이에 더해 쌀밥의 전분이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흡수돼 포만감이 오랫동안 지속돼 과식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쌀밥 중심은 혈당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밥 중심 그룹의 공복 혈당은 5.1mg/dl가 감소한 반면 양식을 먹은 이들은 0.5mg/dl 증가했다. 인슐린은 한식 집단 5.0mg/dl, 양식 집단 1.3mg/dl가 감소됐다. 쌀밥이 식사 후 혈당 상승을 억제해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한식을 먹은 집단의 당대사 기능 개선 효과가 양식 집단보다 뛰어났다.
밥 대신 흔히 먹는 탄수화물인 빵과 비교했을 때도 쌀밥의 이점은 명확했다. 강재헌 교수는 “밥은 알곡이 씹히면서 천천히 흡수돼 혈당이 서서히 상승한다”며 “반면 밀가루 제품은 소화가 빨라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체지방 축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강 교수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사 패턴은 영양소 균형이 잘 잡힌 이상적인 식사 모델”이라며 “특히 쌀은 다른 곡물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며 건강한 식생활의 근간이 될 수 있어 이런 식생활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