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공동대표로 위촉한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배려차원으로 통합진보당의 노동 현장 행보를 본격화 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허영구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는 3월 4일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합당을 예고한 진보좌파정당(진보신당) 입당 선언 기자회견을 민주노총 15층에서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새노추)가 진보좌파 정당 입당을 선언하는 자리로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와 안효상 사회당 대표가 참석했다. 진보신당과 사회당 모두 4.11 총선 민주노총 지지정당이다.
이갑용 전 위원장은 “8년 동안 정치활동을 하겠다고 민주노동당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탈당을 했다”며 “개인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정치의 벽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진보좌파당이 노동자 정치의 중심이 되는데 일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을 놓고 첨예하게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훈 현 민주노총 위원장이 통합진보당 중심의 행보를 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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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노추] |
민주노총은 4.11 총선 선거방침에서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로 실시한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중에서 조합원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한 정당만 비례대표 집중투표로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집중 투표를 할 당으로 사실상 지지율이 더 높은 통합진보당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진보신당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이날 통합진보당 기자회견에 민주노총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정희성 부위원장, 이영희 정치위원장 등이 참가한 것을 두고 진보신당 쪽에선 민주노총의 행보를 우려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부대표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직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행보를 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한 정당만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기자회견에서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통합진보당에서 조준호 전 위원장을 공동대표 직에 위촉해 기쁘다”며 “민주노총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노동자 후보가 통합진보당을 통해 새로운 정치와 복지국가 건설의 장정에 나선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집행유예 기간이라 어떤 공직도 맡지 못하는 조준호 전 위원장이 대표직을 맡은 것은 어려운 각오와 결단”이라며 “노동정치가 필승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준호, “진보민주개혁세력 야권연대로 MB 심판” 강조
이날 통합진보당 기자회견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조준호 대표는 민주노동당 시절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 건설을 의결하는 논의과정에서 당대회 의장을 맡아 통합의 결의가 맺어지도록 역할을 한 분”이라며 “공동대표로 노동자의 이야기를 훨씬 생생하고 더욱 예리하게 적극적으로 정치에 반영되도록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조준호 대표를 소개했다.
조준호 대표는 입당 수락 연설에서“우리 국민은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진보민주개혁세력에게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으라 엄중한 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교체하고, 대선에서는 정권을 교체하여 진보적 민주개혁정권을 수립할 것을 명령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조준호 대표는 또 “저는 야권연대의 상대인 민주당이, 당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뜻에 성실히 따라 줄 것이라 믿는다”며 “연대의 상대를 존중하며 정해진 시한 안에 책임 있게 연대 협상을 마무리 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세화, “진보정치, 그 동안 노동자를 동원 대상으로 만들어”
반면 새노추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지금가지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방식을 비판했다. 홍세화 대표는 “그 동안 민주노총 상층에서 결정하면 조합원들은 따라야 하는 이런 구조의 진보정치는 노동자를 동원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며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바로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라고 지적했다.
허영구 상임대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당하던 시기에 탈당했고, 4년 동안 여러 가지 활동을 했지만 정당에 입당하여 활동하지 않았다”며 “진보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마땅히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한 정당도 없어 정치적인 소외감도 있었다”고 밝혔다. 허영구 상임대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2기의 시대를 열기 위해 진보좌파정당이 건설되는 시점에 합류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좌파당과 함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