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8, 선생님께 드릴 책 포장
이미숙 선생님에게 『월평빌라 이야기 2023』 포장을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드리기로 했지만 그렇다면 이미숙 선생님에게 드릴 책은 우리가 포장해야 한다.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 우선 포장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에 가보기로 한다. 해민이 발길이 이끄는 대로 가보면 혹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르는 기대감을 마음 한편에 품은 채로….
당초에는 하교 후 도은주 선생님과 운동을 마치고 오후에 매장에 들르기로 했지만 물리치료 후 곧바로 샤워를 하게 되어 저녁 식사 후 외출하기로 했다. 덕분에 해민이와 처음으로 밤 외출을 하게 되었다. 해가 많이 길어졌지만 약간 어둑발이 내리려는 초저녁에 집을 나서니 기분이 새롭다.
첫 번째로 찾은 곳에서 해민이는 부지런히 매장 이곳저곳을 활보한다. 좀처럼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카운터 직원 분께 책을 보여드리며 이 정도 크기의 책을 포장하려고 하는데 좋은 용품이 있는지 여쭈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답이 돌아왔고 대안으로 찾은 제품에 해민이도 큰 관심이 없는 듯해 다음에 오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다음으로는 I엠피카소미술학원에서 멀지 않은 문구점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아이가 책 포장하는 것을 도우려고 하는데, 어떻게 포장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요. 제가 손재주도 좋지 못하고….”라고 말씀드리고 책을 보여 드리며 “이 정도 되는 책입니다.” 했다.
사장님은 문구들을 구경하는 해민이를 부르며 몇 가지 포장지를 보여주시고는 마음에 드는 포장지가 있는지 물으셨다. 포장지 무늬(버스, 캐릭터 등)를 자세히 설명하시며 해민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포장지를 손에 쥐여주셨다.
“혹시 포장도 따로 해주시나요?” 여쭤보자 “포장은 안 해드립니다.” 하셨다.
그래도 해민이가 고른 포장지를 얻은 것만 해도 좋았기에 결제를 하려는 순간,
“책 포장 안 해봤어요? 나도 예전엔 참 많이 했는데….” 하시며 친히 포장을 해주실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은 직접 포장을 시작하셨는데 어쩐지 포장지 재질이 해민이 책에는 조금 맞지 않아 보인다. 사장님은 잠깐만 기다리라시며 종이로 된 포장지로 다시 가져오셨다. 해민이가 고른 포장지와는 다른 모양새였지만 깔끔한 포장을 위해서는 이편이 나을 수도 있다 싶었다.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게 되자 해민이가 힘들어 보였다. 그렇잖아도 걷기도 꽤 걸었기에 힘들만했다. 사장님은 물을 좀 줄까, 의자를 줄까 하시며 해민이를 살피셨다. 카운터의 무거운 의자를 번쩍 들어 건네주시기에 넙죽 받아 해민이에게 앉기를 권했다. 덕분에 해민이는 안정적인 자세로 기다릴 수 있게 되었고 나도 사장님과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사장님은 해민이와의 관계, 해민이 나이 등등 해민이를 궁금해하셨다. 최대한 해민이 입장에서, 해민이가 할 수 있고 할 법한 대답을 드렸다. 온전한 대답이 될 수 없는 부분은 직원의 생각을 보탰지만 이때에도 ‘보통의, 여느’ 학생으로서 하는 대답이었음을 하는 바람을 담았다. 사실 해민이를 대신해서 대답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모순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말해보고 고민해보고 해민이도 나도 더욱 서로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길 바란다.
꽤나 긴 시간과 섬세한 노동을 할애해주신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도 잊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알고 보니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장님은 해민이가 가게를 나서기 전 축복하시는 말씀도 해주셨다. 나도 온 마음 다해 사장님이 복 받으시기를 기원했다. 카운터 위 부스러기를 쓸어 담으려 하자 그냥 두라시며 마지막 청소까지 한사코 사장님 몫으로 돌리시며 가게 앞까지 배웅을 해주신다.
또 뵙기로 마음먹으며 해민이와 인사를 드렸다.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서무결
이런 분이 계시군요. 사람들 마음속에 있다는 공동체 의식,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을 거듭 확인합니다. 사회사업가는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살피고 살리는 사람이고요. 봄꽃 만발한 세상처럼 이웃 인정 꽃 핀 세상도 참 아름답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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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장님이 해민이에게 마음에 들어하는 포장지를 고르게 하셨군요. 사장님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