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와 정근우가 왔고, 안영명과 윤규진이 복귀했으며 2군 훈련장도 생겼는데 왜 여전히 꼴찌냐? 싶어 분통 터지시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참 아쉽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당연한(?)결과라고 봅니다.
지난시즌 WAR기준으로 보면 이용규+정근우가 팀에 더해주는 승수는 약 5승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전반기는 2~3승 정도의 기대효과가 있었는데, 그것은 '중견수 이용규' 기준이지 '지명대타 이용규'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군 복귀 선수는 다른팀도 다 많고, 피에가 팀에 큰 도움을 줬지만 그것보다 더 큰 도움을 준 외국인 타자들도 있습니다. 아쉽고 분하지만, 한화는 딱 할만큼 하고 있는겁니다. 선발투수 최약체팀이 외국인 선발 2명 모두 '부도'났는데 탈꼴찌에 성공할리가 없습니다. 가난한 넥센과 신생팀 NC가 야구를 잘하는 것도 결국 밴헤켄과 에릭, 찰리의 힘이죠.
(저는 전반기 MVP를 뽑으라면 박병호-강정호가 아니라 밴헤켄이라고 봅니다)
외국인 투수가 무너진 것이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선수 기용 등에 대해 일부 지분(?)은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스카우터나 구단 시스템이 나눠서 져야 할 책임이고 무엇보다도 외국인 투수 본인의 문제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을 크게 비판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반기 성적을 논함에 있어, 다른 부분에서는 김응용 감독에게 꼭 물어야 할 책임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시즌 초반 팀이 무너질 때 김응용 감독에게 가장 아쉬웠던 것이 유격수 송광민과 지명대타 이용규 문제였습니다. 이 카드가 김태완 외야수처럼 팀 수비진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거든요. 우리는 전반기에 한상훈과 이대수를 유격에 놓고 송광민과 김회성을 3루에 쓰면서 이용규는 재활에 집중시켜야 했습니다. 지명자리에는 김태완을 고정 시키면 별 문제가 없고요.
결국 이 선택들로 인해 수비는 크게 흔들렸고 김태완은 전반기를 날렸으며 6월에 수비 복귀한다던 이용규는 지금 7월 중반을 넘겼는데도 수비 및 주루 소식이 없죠. 안타를 많이 생산해내며 팀 득점에 기여했지만 승패와 순위표에는 사실 큰 영향이 없고요.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이 져야 합니다. 선택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그 책임 역시 모두 져야죠. 20년 전에 나온 야구만화 H2에서 주인공 고등학생들이 팀을 만들때도 가장 먼저 채운 것은 배터리와 센터라인이었습니다. 이제와서 얘기해봐야 의미 없는 후회겠지만, 왜 유격수 자리를 수비보다 공격에 주안점을 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이 우선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김응용 감독에게 가장 불만인 것은 불펜투수를 너무 많이 쓴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껏 모든 감독들이 다 불펜투수를 많이 썼습니다. 한화이글스 감독뿐만 아니라 9개구단 감독 모두 다 말입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좀 여유롭게 운용한 것을 빼면 말입니다. 투수가 없어서 그렇다는 얘긴데, 문제는 투수가 없다고 당겨 쓰면 나중에 투수가 더 없어집니다.
제가 김응용 감독에게 바란 것은 '노장'의 아우라와 포스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승을 10번씩이나 해봤으니까 승패에는 좀 초연하면서 [망가진 팀을 재건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한 모델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습니다. 남들이 투수 막 당겨쓰고 치고 박으며 싸울때도 마치 "어이 동생들, 열심히 해봐~ 우승 그거 아무리 해봐도 별 거 아니더라고" 하는 마음으로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 않을까 하는 기대였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 자체에서 한발짝 벗어나 조금은 초연하면서도 큰 기틀을 잡아놓고 그 방향성대로 천천히 나아갈 것 같다는 기대요. 하지만 그 부분은 제가 김응용 감독을 잘못 판단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응용 감독과 한화이글스의 [궁합]은 아주 나쁘다고 봅니다. 올해 그 인연을 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모양새가 될 것 같습니다.
한화의 가장 큰 문제는 투수였고, 두번째로 큰 문제는 포수였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인성의 출장 비율을 지금보다는 좀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주일에 2경기, 혹은 3경기 정도는 마스크를 씌우고 그 모습을 1군의 다른 포수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게 해야 됩니다. 장기적으로야 다른 포수들이 더 성장해야겠지만, 경험이라면 일주일에 4경기, 혹은 3경기 정도를 맡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사실, 한화의 젊은 포수들이 다 의외로 1군 경험은 많거든요. 지금은 뛰어볼 때가 아니라 보고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후반기에는 조인성을 좀 더 많이 앉혀놨으면 좋겠습니다.
김태균이 전반기 막판 부상 이후 올스타전 전까지 결장했습니다. 병원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 걱정이 좀 됩니다. 사람 몸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하고 묘해서 의학적으로는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데 통증이 있거나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실제로 김태균은 부상 이튿날 훈련을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김응용 감독이 부상자들의 복귀 기간을 타이트하게 잡는 편이고 어지간히 아픈 선수는 그냥 출전을 시키는 듯 보였는데, 최근 몇 경기에서 김태균을 대타로라도 출전시키지 않은 것을 보면 '생각보다 많이 아픈 것 아닌가' 싶은 우려도 생깁니다. 마침 올스타 휴식기간이었으니 이번 휴식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태양의 아시안게임 승선을 저는 아직은 부정적으로 봅니다. 이태양이 못해서가 아니라 주변 상황이 안 좋습니다. 엔트리는 10명 뿐인데 1명을 아마추어에게 준다면 9자리밖에 안 남고, 지난 WBC에서의 예선탈락으로 이번 대표팀은 [무조건 최고 전력으로 우승]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운이 없게도 이태양의 ERA순위가 계속 5~7위 안쪽이다가 지금은 10위권 밖으로 밀렸죠. "이재학도 잘하지만 올해는 이태양이 핫해"라고 우길(?)수가 있어야 되는데,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갑니다.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일본을 잡을 좌완선발과 대만을 잡을 우완선발, 그리고 약팀과의 경기에서 완투할 튼튼한 선발과 어지간한 경기에 죄다 등판할 연투되는 마당쇠들입니다. '불펜투수 이태양'은 아직 검증된 바 없고 대만전 혹은 약팀 상대 선발로서 윤성환-이재학보다 이름값이 밀리죠. 결국 남은 모든 경기에서 호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인을 잘 뽑고, 안영명의 건강을 지키고, 양훈이 돌아올 때 이태양의 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한화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인데, 그것이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암흑기에 빠진 팀은 '잘 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앨버스의 상태가 나아진다는 가정 하에) 외국인선발 중 1게임, 이태양 선발 중 1게임을 이겨서 '후반기 4할'을 목표로 삼되, 이기고 싶은 경기라도 투수진을 너무 타이트하게 운용하면 안 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타자들이 보여줘야 되는거고, 투수들은 투혼을 발휘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투수가 타자보다 잃어버리기 쉽고 다시 채워넣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후반기 남은 경기는 이 부분에 좀 더 집중해주기 바랍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 김감독에 대한 적확한 지적 예리하시네요 감독이란 자리가 성적과 무관할수 없다는 점이 어렵게 하나 봅니다 처음 오실땐 자신있었던것 같은데 언해피엔드네요
대부분 공감하지만 특히 투수에 대한 말씀은 강력히 공감합니다 투수의 의미없는 기용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김응룡 감독님의 노익장과 아우라를 가장 기대했었는데 전혀 보여주시질 못했죠 역시 말씀대로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봅니다 아무튼 좋은글 잘 봤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어차피 성적이 기대만큼 안나왔으면 이용규는 재활시키는게 맞다고생각했는데 결국 상황은 더안좋게되었네요 올해남은 기간만이라도 제발 몸 회복하게해주었으면합니다 이러다 남은 계약기간 먹튀되면 어쩌려고..이럴때는 프런트에서 개입좀했으면하는생각입니다
한화의 현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주신 것 같네요. 김응룡감독은 빙그레시절부터 악연이었는데, 악연의 고리를 끊기가 점점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지적하신 사항들, 송광민과 이용규 선수문제, 투수의 혹사문제와 함께 특히 아쉬운 부분은 감독의 코치 및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김성한 수석코치의 자진사퇴나 피에에 물병투척 사건에서 보듯....그의 구시대적 리더십의 문제이지 인격의 결함인지 제가 판단하긴 어렵습니다만, 분명한점은 우리 선수단을 이끌 인격적 리더십이 많이 결여된 부분입니다
절대공감입니다.
제가 김응용감독한테 기대했던부분도 이기는 욕심보단 팀재정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후반기에 위에 언급한 내용중 반만이라도 됐으면 좋겠네요.
특히 조인성부분은 진짜 이해가 안됩니다. 이럴꺼면 왜 델꾸왔는지...
너무나 같은 생각에 놀랐습니다. 전체적으로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공감합니다.
투수 운용 문제는 위에서 말하셨듯이 프로야구 전체적인 문제죠. 우리팀 투수자원이 워낙 없기에 도드라져 보이는 것뿐이고요. 김응룡이 아니라 다른 감독이었더라도 궁합이 그리 좋았을 거 같진 않네요. 결국 그걸 버텨낼 자원을 훈련시켜 키워내야 하는데 이걸 1군에서 할 수 있는 감독은 우리나라에 단 한분밖에 없죠. 근데 김성근은 구단에서 바라지 않는 감독이니 이 문제는 몇년동안 계속될 거 같다는게 김응룡이 바뀌여도 한화가 암울한 이유죠..
역시 필력 ㅎㅎ 늘 눈호강하구 갑니다
우리팀을 이해 하고 나야갈길을 정확히 지적해준글입니다.. 1번선발님 같은 분이 구단에 책임 있는 자리에 계셔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네요..
분석과 처방 모두 너무 공감이 갑니다.
한화 팬 글 중에서 전문성이 가장 뛰어난 글이라 늘 자세히 읽어요.
감사^^
벤헤켄 같은 외국인 투수가 1명이라도 있었다면 5승은 추가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후반기 4강 진입 어쩌고 했을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