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독일 월드컵을 유치하는 경기장 중, 육상 트랙이 있는 경기장은 세 개이다.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을 비롯, 슈투트가르트의 고트립-다임러 슈타디온, 그리고 뉘른베르크의 프랑켄 슈타디온이 그것이다. 그 중 가장 축구 전용 구장처럼 둔갑한 경기장(-_-)이 바로 올림피아슈타디온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무지 초록색의 그라운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의 육상 트랙을 파란색으로 바꿔놓은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시각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느낌이다. 한편 고트립-다임러 슈타디온의 경우 축구 전용 구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단다. 총 공사비가 약 1억 3천만 유로 정도 든다고 하는데, 차라리 새로 짓는게 어떤지..?
- skullboy가 바이에른 빠돌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 당연히 바이에른에 중심을 두고 볼 예정에 있었던 경기였지만, 오히려 볼 것은 헤르타 베를린쪽이 더 많았던 경기로 생각된다. 바이에른의 경기력에 특별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전반기에 비해 헤르타는 전술적으로 큰 변화를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리다이 바스튀르크의 말대로 1년 6개월 동안 고정된 전술이 없었던 헤르타의 방랑 생활이 계속 이어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비교적 성공적인 전술로 평가된다.
- 헤르타가 들고 나온 전술은 어찌보면 그들의,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팔코 괴츠의 스타일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원톱 시스템에다가, 마르셀링요를 프리롤로 두는 공격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것은 쓰리백 시스템. 중앙 수비수 세 명을 포진하는 전형적인 쓰리백 시스템과는 다르게, 말릭 파티와 캡틴 아르네를 좌우로 넓게 포진시킨 변형적 쓰리백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동량이 많은 소피안 카헤트와 엘레리 카이로를 윙백으로 두며 수비적 안정감을 꾀했다. 수세때는 파티와 프리드리히의 안정된 수비력에 기반하여 카헤트와 카이로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바이에른의 공세가 거셀때는 순간적으로 다섯 명의 수비수가 일자 라인을 형성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마르셀링요와 바스튀르크라는 두 명의 공격 재간둥이에게 좀 더 많은 자유도를 부여,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이끌어냈다. 괴츠가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전술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절반의 성공이 아닌가 싶다. 바이에른의 공격력이 무서운 것도 있지만, 어쨌든 홈 경기인만큼 공격도 해야했으니 말이다.
- 물론 이러한 무난한 전술 전환에도 불구하고 헤르타가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고질병인 대형 스트라이커의 부재다. 파클라스 스베르코쉬는 분명 재능이 있는 스트라이커이며, 분데스리가에서 오랜 기간 그 재능을 인정 받아온 스트라이커. 그러나 홀로 팀의 공격을 책임지기에는 여전히 그 포스가 약하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적 후 몇 경기 뛰지 않은 상황에서 스베르코쉬를 선택한 헤르타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던 경기. 지난 여름 이적 시장때 헤르타가 200만 유로만 쓸 수 있었다면, 지금쯤 훨씬 나은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 전반적으로 형편 없었던 바이에른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올리버 칸의 눈부신 선방쇼였다. 경기 초반 바스튀르크의 결정적인 슛팅을 막아낸 이후 안정감을 찾은 칸은, 이날 비교적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루시우와 이스마엘의 실수까지 무난하게 커버하며 주장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리자라쥐와 자리를 나눠먹고 있는 '마이티마우스' 필립 람의 활약상도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 모습만 계속 보여준다면,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람의 모습을 볼 수 있을듯 하다.
- 후반기 들어 재수 좋게 바이에른의 경기는 모두 보고 있는데, 로이 마카이의 부활 여부는 아직까지 물음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마카이 특유의 원샷원킬이 부활하며 2골을 몰아친 MG전을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두 번째 경기였던 레버쿠젠 전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을 뿐이지 움직임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마카이는 이날 헤르타 수비진의 철저한 봉쇄에 막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AC 밀란과의 스페샬 매치를 앞두고 있는 바이에른은 여전히 마카이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 가끔 독특한 머리 스타일을 선보이지만, 전혀 헤어스타일의 판도에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마르셀링요는 후반기 들어 또 빨간 닭벼슬 머리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베컴이 했을 때는 정말 독특해 보였는데, 마르셀링요가 하니깐 솔직히 실패작이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암튼, 자네 말이야. 요즘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안들어...
* 내 맘대로 매기는 평점(객관적 평가와는 항상 거리가 있음)
헤르타 베를린 : 트렘멜(7) - 프리드리히(7.5), 반 뷰릭(7), 파티(7) - 카헤트(6), 코바치(7) - 카이로(6.5), 바스튀르크(7.5), 보아텡(7) - 마르셀링요(6.5) - 스베르코쉬(5.5)
교체 : 판테리치(6), 막스(-)
바이에른 뮌헨 : 칸(8) - 살리하미지치(6), 루시우(7), 이스마엘(7), 람(7.5) - 데미켈리스(6) - 다이슬러(6), 슈바인슈타이거(6) - 발락(6.5) - 피사로(6.5), 마카이(5.5)
교체 : 카리미(6), 게레로(5.5), 오틀(-)
Man of The Match :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
http://blog.naver.com/skullboy
첫댓글 skullboy님 정말 대단
역시 프리드리히
'skullboy가 바이에른 빠돌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부분에서 피식했습니다. 역시 유머감각이 있으셔요^^
원래 헤르타에는 좀 한다하는 공격수 갖다놓으면 이상하게 조용해지는 전통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