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가 준비가 부족한 팀들은 연습경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연습경기는 감독들의 화풀이의 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아마농구 팀들이 그렇다. 연습경기를 하더라도 훈련한 부분을 연습경기에 접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냥 내가 별로 가진 게 없으니까 연습경기 때 선수들을 혼낸다. 이거 안됐잖아. 저거 안됐잖아. 이렇게. 그때그때 말도 바뀐다. 그러면 선수들은 혼란스럽다. 내가 뭐 때문에 잘못한지 모르고 혼이 난다. 그리고 우리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모른다. 이런 부분을 코칭스태프가 틀을 잡아줘야 한다.
신한은행의 예를 들면 구나단 감독은 연습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조합을 계속 맞춰갔다. 수비가 필요할때는 이멤버, 공격이 필요할때는 저멤버, 지역방어를 깰때는 요멤버 이런식으로 라인업들을 계속 시험하면서 맞췄다.
구나단 감독이 저에게 경기 중에 쓰는 메모지를 보여줬는데 거기에는 선수라인업이 10개 정도 있다. 그 라인업이 어느때 써야되는 라인업인지 써 있고 시간 구간을 어떻게 가져가야 되는지 40분이 다 쪼개져 있었다. 그거를 경기 전날 선수들에게 브리핑을 한다. 내일 경기에 주전이 누가 나가고 우리는 이에 따라 이런 로테이션으로 경기 운영할 예정이다 즉, 경기 플랜을 선수들이 알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구나단 감독의 경기 준비가 얼마나 철저한지 예를 들어보면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유승희를 포인트가드로 기용할 거라고 예고를 했다. 그 이야길 들으면서 놀랐던 게 2,3,4번을 소화하던 유승희를 1번 포지션에 배치하는 것을 연습경기를 하며 준비를 했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하게 김애나가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는 바람에 3라운드쯤에 실행에 옮기려던 유승희를 포인트가드에 배치하는 것이 좀 앞당겨진 거 뿐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거기까지 준비가 다 되어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고 대행이 아니고 빨리 정식 감독으로 올려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런 대화를 하면서 구나단 감독은 "내가 특별한 게 아니다. 나는 캐나다에서 이렇거 지도자를 배워왔다. 플랜을 짜고 로테이션을 짜고 계획을 세워서 선수들에게 브리핑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게 여지껏 내가 배워온 거다" 라고 얘기했다. 배운대로 실천하는 거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농구코치는 학생들에게 "너네는 농구의 길을 몰라"라고 하지만 농구의 길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맨날 요즘 애들은 농구의 길을 모른다고 한다. 지도자들이 농구의 길을 알려주면 될텐데 안알려준다. 왜냐하면 자기도 모르니까.
구나단 감독도 선수들을 엄청 혼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아무때나 "야 이거 잘못했잖아. 저거 잘못했잖아" 혼내지는 않는다. 준비한 부분을 벗어나면 혼을 낸다. 가장 선수들을 다그치는 부분은 역습을 맞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신한은행은 6개 구단 중 선수들의 신장이 가장 작은 팀인데 가장 작은 만큼 활동량이 많고 빨라야되는데 빨라야되는 팀이 역습을 당하면 이길게 없다는 것이다. 즉 선수들에게 "아 우리팀은 이런 이유 때문에 역습을 당하면 안되겠구나" 머리속에 넣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유를 모르고 혼난다. 예를 들면 한 팀에 있는 두 명의 선수가 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앞선을 지키는 선수가 있는데 뚫려서 상대가 치고 들어오는데 이 경우 뒷선에서 헬프를 가는데 헬프를 가면 자기 담당 선수에게 골을 헌납하는 것이다. 근데 감독은 견제하느라 맨투맨 신경을 못쓴 나를 혼낸다. 도와주러 가다 맞은건데. 이 선을 감독이 정해줘야 한다.
"뚫리더라도 헬프가지마. 앞선이 뚫려도 넌 맨투맨 끝까지 해" 라던지 "뚫리면 헬프를 가. 그리고 그 다음은 이쪽으로 이동해서 다음 동작 준비해" 라던지 "뚫려도 되니까 일단 헬프 들어가서 강하게 압박해. 이거부터 막자"라고 선을 그어줘야 되는데 선을 긋지 않는다. 이거를 같은 팀의 앞선 선수도 고민하고 뒷선 선수도 고민한다. 고민하다가 내가 골얻어맞는다고 내탓할게 뻔하니 그냥 안도와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한다.
감독이 그걸 넘어가면 코치라도 얘기해야 한다. "감독님 우리 여기서 자꾸 뚫려서 약속을 해야 될 거 같아요"라고. 그러나 가만히 있는다. 그냥 감독,코치가 "쟤 수비 또 저렇게 하는구나 농구 진짜 못하네" 이 소리만 한다. 라떼는 안그랬는데 하며. 이런 감독에게 억대 연봉을 주는 건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선수들 간에 신뢰가 깨지고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믿지 못한다.
대부분의 팬들의 큰 착각 중 하나가 선수시절에 잘했으니 지도자로 써야한다는 생각이다. 아마 대부분 구나단 감독이 대행으로 신한은행을 맡을 때 "누구야?" 이런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선수와 지도자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이름값을 많이 따지는 편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는 열댓명의 감독이 선수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지도전문가를 쓰는 것이다. 선수 때 잘하는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 지도하는 전문가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선수 때 이름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런 사람이 감독으로 가면 "쟤 뭐야?" 이렇게 반응한다. 대부분의 팬들이 그렇다.
지금이야 구나단 감독이 일타강사 소리를 듣지만 처음에 감독대행할 때만 해도 별의 별 소리를 다 들었다.
구나단 감독이 대행 임명 직후 꽤 많은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전화였다. 받아보니 "야 나 농구인 누군데 내가 농구 가르쳐줄게" "어 나 농구인 누군데 내가 지역방어 가르쳐줄게" 이런 전화가 엄청 왔다고 한다. 거기에는 이름만 대면 아는 감독도 있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구나단 감독이 어떤 지도자인지도 모르면서 "애는 뭐하는 애야?"라고 생각해서 "한수 가르쳐줘야겠군" 하며 전화한 것이다. 웃기는 일이다. 오히려 구나단 감독핫테 이들이 배워야 한다. 일타강사로서 선수지도는 이렇게 하는거라고 가르쳐줘야 한다. 이게 우리나라 농구인들의 현실이다.
구나단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 반드시 성공해서 농구인들에게 보여주고 한국농구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구나단 감독이 이번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신한은행과 정식 계약을 맺거나 다른 구단의 감독으로 가거나 좋은 사례가 된다면 우리나라 구단들의 지도자를 선임하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점프볼TV에서 정지욱 편집장님이 진행하는 매운맛 콘텐츠 1화를 요약 정리했습니다.
오랜만에 용병닷컴 방송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네요 ㅎㅎ
한 달에 한 번만 방송한다고 하고 현재 2화까지 업로드 되어있습니다.
농구인들이 현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풀 영상 다시보기)
https://youtu.be/vXJTbiAOE-I
첫댓글 👏👏👏👍👍👍
요약본 감사합니다.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이런 지도자가 많아지고 대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되게 능력있는 일타 감독이더라구요.
신한을 저 전력으로 이렇게까지 올리고 대단합니다.
관심있게 지켜보고있어요 ㅎㅎ
잘읽었어요저도구나단감독응원하고있습니다
신한은행을 10년 넘게 응원하고 있는데 정말 준비되어있고 열린 마인드와 깨어있는 지도자라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농을 안봐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본문 상의 내용을 보면 좋은감독님이시군요
전화해서 농구 가르쳐주겠다는 꼰대들은 좀 쉬시길
잘 읽었습니다. 요즘 여농은 안봤는데 한번 봐야겠네요!
구나단 감독 작탐이 이슈였죠 ㅋ 짜증 1도 없고 필요 없는 소리 없고..딱딱 필요한 얘기만 하는..
끝까지 읽어볼 가치가 있는 글입니다.
요즘 신한은행 선수들은 확실히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농구에 많은 귀감이 됐으면 합니다.
농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이네요.
wkbl 1라운드 구나단 감독 대행 새로운 감독 유형이라 생각했는데..시즌을 치를수록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중 한팀이고..40분 풀타임 출전이 가장 많은 팀중 하나가 되었네요. 무엇보다 구나단의 농구에 대해 상대가 분석하고 준비하니 1라운드만큼의 활약이 없는게 아쉽네요. 이건 몇년전에 keb하나은행에서 이환우 감독대행도 최약체 예상을 보기 좋게 어긋나게 초반에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그후에 성적이..ㅠ
wkbl 브레이크 기간중이니 그 기간동안 또다른 준비를 통해 나올 모습이 궁금하고 기다려지네요.
그리고 감독 평가는 1년은 두고 평가해도 늦지않을거같아요.(1년도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최소 한시즌은 치르고 평가해도 될거같아요.)
왜 자꾸 강을준이 생각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