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실 분데스리가 20라운드에서는 소위 말하는 '빅 매치'들이 많았다. 상위권 팀들간의 격돌이 많았다는 얘긴데, 그 중에서도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 샬케 04의 경기는 중상위권 싸움의 판도를 미리 점칠 수 있는 경기라 많은 주목을 받은 경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올시즌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고 있는 MG와, 미르코 즐롬카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한 샬케이기에 더욱 더 흥미있는 경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호어스트 쾨펠은 옆집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인상에서 보이듯이, 실제로도 상당한 '신사'로 알려져 있다. 이 중후한 노신사가 팀을 이끌고 있어서 그런지, 묀헨글라드바흐의 올시즌 전력은 "상당히 차분하다"라는 느낌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비 라인의 정비를 우선시한 쾨펠의 올시즌 구상은 이미 상당 부분 진전을 본 듯한 느낌이다. 지난 시즌과 올시즌을 넘나들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발견으로 평가받는 마르첼 얀센이 왼쪽을 굳게 지키고 있고, 2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경력은 '베테랑' 급으로 올라서고 있는 카스퍼 뵈겔룬트가 양 측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캡틴 예프 슈트라서와 기대 이상의 수확인 제 안토니오가 지키는 중앙도 묵직한 힘이 있다. MG 최후의 보루인 케이시 '헐크' 켈러의 활약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안정된 수비 라인의 형성은 비단 포백만의 힘이 아닌데, 바로 페어 클루게와 하산 엘 파키리라는 미드필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역동적인 날개 클루게는 공수 양면에서 MG의 밸런스를 맞춰주고 있고, 테크니션 엘 파키리는 이제 MG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두 선수는 적절한 공수 분배로 MG의 전체적인 팀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있어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 여기에 새로운 신예가 하나 가세했으니, 바로 오이겐 폴란스키다.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독일 출신 유망주라고 할 만한 폴란스키는 올시즌 팀에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동화하며 MG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찬사를 받는 인물이다. 보통 중앙 미드필더 혹은 공격쪽에 다소 치우친 자리에서 출전하는 폴란스키는, 이날 닐스 오데 캄푸이스를 대신해 홀딩 미드필더로 출전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받았고, 이는 샬케라는 거함을 맞아 비교적 성공적인 성과로 귀결된 듯하다. 부여 받았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음은 물론, 이날 비교적 부진했던 플레이메이커 토마스 브로이히의 역할까지 일정부분 수행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 얼마전 어떤 분께서 "폴란스키의 플레이 스타일은 현 대표팀에서 누구와 흡사합니까?"라는 질문을 해온 적이 있다. 이러한 질문에 답변을 내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기본적으로 폴란스키의 경기를 많이 보지 않은 나의 무지탓이겠지만, 머리속의 여러가지 기억을 조합해봐야 뚜렷히 연상되는 선수가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토어스텐 프링스, 파비안 에른스트, 미카엘 발락, 팀 보로프스키. 폴란스키의 플레이 스타일은 어쩌면 이 네 선수의 장점을 고루고루 가지고 있는, 즉 2006 독일 월드컵 조 추첨에서 한국을 뽑으셨던 그 분과 가장 흡사할 지도 모른다. 능력적 측면을 배제하고, 오로지 스타일만 따지자면 말이다. 안정된 패싱 게임 전개 능력과 공격 가담 능력, 영리하기보다는 거친 맨마킹. 그리고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듯한 저돌적인 질주 본능까지.
이번 경기에서 폴란스키가 자신의 능력 혹은 재능을 얼마나 보여줬는지, 나의 아둔한 시각으로는 그 비율을 잴 수가 없다. 이러한 모습이 폴란스키의 100% 모습인지, 120% 모습인지, 아니면 70~80%에 지나지 않았는지 말이다. 만약 이것이 폴란스키의 재능 중 70~80% 밖에 발현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10년 후 로타 마테우스의 재림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이것이 100% 이상이었다면, 하노 발리취의 전철을 밟는 것이겠지만.
- 즐롬카 감독은 공공연히 전술 변화를 언급했지만, 사실 샬케의 전술은 랄프 랑닉의 시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크리스티안 폴센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와중에서, "4-3-3 같은 새로운 포메이션을 시도하지 않을까?"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으니 말이다. 즐롬카는 파비안 에른스트를 홀딩으로 기용, 폴센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면서 즐라탄 바이라모비치와 구스타포 바렐라를 양 측면에 기용, 에른스트를 돕도록 했다. 원정 경기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신중함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즐롬카는 아직 감독 커리어로서 증명된 것이 전무한 인물이다. 랑닉이 경질됐을 때, 오트마 히츠펠트, 크리스토프 다움, 마티아스 잠머 등 거물급 감독들을 하마평에 올린 샬케가 즐롬카를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한 도박이 어떤식으로 마무리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 전반기가 끝나고 나서, 'Kicker'는 각 포지션별로 몇 명의 선수들을 코멘트 한 바 있다. 그 중 클래스가 사라진 선수로 꼽힌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에베 산. 산은 분데스리가에서만 70골 이상을 터트린 역전의 노장이지만, 올해로 34살이 되는 나이의 무게는 이겨낼 수 없는 듯 싶다. 여전히 영리한 축구적 브레인은 살아있는듯한 모습이지만, 신체가 따라가지 못하는 브레인은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되는 법이다. 이제, 프랑크 로스트가 암스밴드를 착용할 시기가 됐다.
- 보통 하나의 취약 포지션 문제를 해결할 때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그런데, 샬케의 경우 고질적인 오른쪽 측면 수비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으니 바로 하핑야의 가세다. 거친 분데스리가에서 어찌보면 여려보이기까지 하는 하핑야는, 뛰어난 스피드와 테크닉, 그리고 정확한 크로스로 샬케가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하핑야~"를 외치게 하고 있다. 솔직히 브라질 대표팀에서 경쟁하는 카푸나 시싱요에 비해, 커리어를 제외하고는 크게 떨어지는 건 없어 보인다. 카푸가 은퇴한다면, 수비쪽에 문제가 있는(물론 상대적으로) 시싱요도 밀어낼 수 있지 않을까.
- 20라운드 세 경기를 봤는데, 전부다 0:0 무승부 게임이었다. 이런 ㅅㅂ.
* 내 맘대로 매기는 평점(객관적 평가와는 항상 거리가 있음)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 켈러(7.5) - 뵈겔룬트(7), 스벤손(7.5), 제 안토니오(7.5), 얀센(7) - 폴란스키(7.5) - 엘 파키리(6), 클루게(6.5) - 브로이히(5.5) - 카헤(6), 뇌빌(6.5)
교체 : 송크(-), 오데 캄푸이스(-)
FC 샬케 04 : 로스트(7.5) - 하핑야(8), 보르돈(7.5), 크르슈타이치(7.5), 코비야쉬빌리(6.5) - 에른스트(6.5) - 바렐라(5.5), 바이라모비치(6) - 링콘(6.5) - 쿠라니(6.5), 산(6.5)
교체 : -
Man of The Match : 하핑야(샬케 04)
http://blog.naver.com/skullboy
첫댓글 꾸준히 하핑야가 성장해준다면~정말 브라질 자원이 많긴 하지만 풀백 자원도 정말...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듯한 저돌적인 질주 본능까지.............최곱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