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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9 09:13l최종 업데이트 23.08.29 09:14l 오문수(oms114kr)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푹푹찌는 더위에 괜히 짜증이 난다. 매일 아침 일어나 저녁까지 계속되는 일상사에 지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 TV를 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도 정치인들의 말싸움에 진절머리가 나고 모든 게 심드렁해진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
배부른 소리 같지만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그러면 왜 여행을 떠날까? 그것은 새로움을 찾아서다. 설렘을 맛보기 위해서다. 새로움은 도파민을 분출하게 만든다.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며 새로운 목적지에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누구를 만날까?를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는 도파민이 분출된다는 신호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낯선 식당에서 예전에는 전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맛보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고 새로운 성취감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지난주(18~20일) 국내유일 범선 코리아나호는 경향 각지에서 온 40여 명의 관광객을 싣고 다도해 명품섬 관광에 나섰다. 두 번째 참여했다는 분도 있었지만 코리아나호 탑승은 처음이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코리아나호는 길이 41m에 135톤으로 정원이 72명이다. 네델란드의 유명한 선박회사인 룬스트로회사에서 건조한 배에는 30미터에 달하는 마스트가 4개이고 멋진 돛이 11개나 된다. 이중 가장 넓은 돛을 펼치면 108평이나 된다. 코리아나호가 외국 항해할 때는 5~6개의 돛을 펴고 대양을 달린다.
일본 나가사키와 고베에서 열린 세계범선축제에 참가한 코리아나호를 타고 항해했었던 필자에게는 돛단배가 주는 대양 항해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었다.
처음 코리아나호를 탄 사람들은 41미터나 되는 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갑판과 조타실, 사람들이 모여 담소하거나 회의할 수 있는 살롱, 선원과 승객이 잠잘 수 있는 선실을 둘러본 일행은 "아! 배 안에 사람들이 잠잘 수 있는 공간이 오밀조밀하게 잠 꾸며져 있네요"라고 말한다.
2박 3일간의 여행 기간 중 참가자 모두는 코리아나호에서 숙박과 식사를 한다. 식사할 때는 갑판에 뷔페처럼 차려진 공간에서 밥과 반찬을 배식해 식사하며 선상 여행을 한다.
18일 오후 1시, 여수 소호요트항을 떠난 배가 금오열도를 따라 연도까지 항해하는 동안 일행은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한다는 조성아씨는 선수에 걸린 로프를 잡고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찍으며 환호했다.
30미터나 되는 마스트 중간까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그녀를 보니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이 연상됐다.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그녀가 범선항해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가 많아 여행하면서 명상하거나 먼바다를 바라보며 영혼을 정화하기도 합니다. 이번 범선 여행은 어려움이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한없이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힐링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멀리 동해시에서 온 이효웅씨는 카약을 타고 연도 해식동굴을 탐사한 후 일행에게 멋진 동굴 사진을 보여줬다. 일행과 함께 동행했던 (전)KDI 부원장 우천식 박사의 얘기다.
"눈부신 바다와 빛, 지난 며칠 코리아나호에서의 꿈같은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 아침, 현실 도회 공간이 새롭게 반짝이며 아름답습니다. 이번 코리아나호와의 인연, 마법의 시간으로 더욱 빛나는 여지껏과 오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살면서 가장 절친했던 친구를 들라면 대개는 고등학교 시절에 사귄 친구가 가장 좋다고 얘기한다. 초등학교 친구는 너무 멀리 떠나 있는 경우가 많고 대학 시절에 만난 친구는 이해 관계로 얽힌 경우가 많아 친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일행 중에는 나이든 5명의 고교동창생이 참여했다. "OOO아! 너 뭐하냐?"며 친밀도 높은 대화를 하는 그들을 지켜보다 물어보니 용산고등학교 29회 동창생들이란다. 격의없이 농담하며 지내는 그들의 대표인 정용화씨에게 이번 여행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범선항해에 대한 호기심과 남해 명품섬을 근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끼리 밤늦게까지 술과 노래를 즐길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였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한 배를 타고 어울리는 소중한 경험을 얻는 항해였습니다."
20일 오후 여수 소호항으로 돌아온 그들은 헤어짐이 아쉬운지 "그냥 가시게요?"라며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