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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연안어민 '쓸쓸한 설날' |
<새만금리포트>김제 거전마을 주민들 |
마을을 접어들어 새들이 무리지어 있는 물가로 가보니 검은 색깔로 저수지를 덮고 있었다. 얼음이 얼어붙은 자리는 피해서 앉아있었다. 가장자리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쇠오리떼도 보였다. 만원경을 보면서 개체수를 새어 보니, 7만5천여마리나 되었다. 이곳에서 가창오리 떼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대개 금강호와 올 겨울엔 만경강 화포 앞 물가에 최소 30만 마리 정도가 무리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제 거전마을행 시내버스를 차기 위해 만경읍에 도착했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트럭에 탄 채 누군가 손짓을 한다. 다가가니, 김제 거전마을에 사는 아주머니다. 올해로 40세 되는 분이다. 이 분은 2006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잡아온 백합 양과 1kg당 단가, 총 금액을 매일 매일 기록해 주셨던 분이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는 백합 잡는 일을 그만두고 김제 심포항에서 조개구이를 파는 포장마차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참고로 이 분이 작성해 준 ‘새만금 연안 어민 맨손어업 수익 조사표’는 아래 <표>와 같다.
트럭 옆 좌석에 앉아서 몇 마디 말을 여쭈었다. 그러자, 수입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을 하지 않고 “하루에 8시간 넘게 일을 하고 있고 토요일, 일요일도 쉬지 않는다”고 말을 한다. 두 달 전엔 만났을 때 하루에 3만원을 받는다고 한 적이 있다.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해서 그런지, 다른 포장마차보다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귀뜸해 준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단다. 명절이 대목이니, 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침 거전마을 행 시내버스가 도착했다. 명절 잘 지내시라고 말하고 시내버스에 옮겨 탔다. 시내버스엔 네 사람뿐이다. 명절이 다가왔는데도 북적거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도 설날에 ‘고향방문 환영’ 플래카드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찬바람과 함께 쓸쓸한 명절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다. 그 만큼 새만금갯벌에서 어민들의 수입이 거의 없고, 그래서 씀씀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리라.
바닷가에 위치한 식당에 가방을 잠시 맡겨 놓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에게 동화책(도요새 공주, 김회경 글)을 보라고 주고, 난 후 다시 갯벌로 이동을 했다.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가 만나는 거전마을 끝지점에 도착했다. 제법 멀리까지 바닷물이 빠져 있었다. 바닷가 옆 수로엔 바닷물이 없어서 인지 새들이 보이지 않았다. 만원경으로 갯벌을 둘러보는데 멀리 사람을 실고 나르는 트렉터가 갯벌에 서 있고, 그 옆에 사람들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조개를 잡는 모양이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사막처럼 변한 갯벌을 걸어 들어갔다. 차들이 들어간 자국이 선명했다. 앙상하게 죽은 채 갈색으로 변한 염생식물 군락지 사이를 지나자, 떠내려 온 어선이 갯벌에 놓여 있었다. 갯벌엔 마도요가 그랬는지 부리로 구멍을 뚫어 놓은 자국이 보였다. 트렉터 옆에 다다르자, 몇몇 주민들이 열심히 갈코리질을 했다. 한 아저씨가 열심히 갈코리 질을 하지만 가끔씩 모시조개만이 잡혀 나올 뿐 백합은 거의 잡혀 나오지 않았다. 겨울철엔 백합이 깊이 들어가고 모시조개는 상대적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지만, 그동안 백합을 많이 잡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말로는 “바닷물이 많이 들어올 때는 이곳 자리까지 스티로폴엔 단 펌프배가 들어와 조개들을 잡아가 거의 없기도 하고, 방조제를 막아서 백합이 서식하기에 좋지 않아진데다가 그동안 많이 잡아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갈코리로 계속 갯벌을 뒤집자, 가끔씩 개맛과 맛조개가 뒤집힌 채 나왔다. 맛조개가 다시 갯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갯벌에 발을 내딛기 위해서인지 허공을 휘졌기도 했다. 다시 주변에서 갈코리 질을 하고 있던 한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열심히 갯벌을 뒤집지만 간간히 조개가 나올 뿐이다. 이곳 주민이냐고 묻자, “10년전 IMF가 터지고 나서 김제 시내에서 이곳 거전갯벌로 들어와서 부부가 조개만 잡아 살아왔다. 트렉터까지 장만했다”면서 “이제 조개도 거의 나오지 않고 바닷물도 자주 빼주지 않아 이제는 노가대(노동판)에 나가서 일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3일째 갯벌에 나오는데 이틀간 10만원 벌었다”고 말했다. 조개잡이가 별로 나오지도 않아서 더 힘드시는 지 허리를 자주 펴면서 일어섰다. 멀리서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왔다. ‘그레’를 등에 지고서 말이다. 갯벌을 깊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겨울철에 깊이 파고 들어간 백합을 잡기 위해서다. 갯벌에 들어온 것이 늦지 않았다고 묻자, “도매상 주인이 새만금 방조제 밖 부안 합구마을 앞 갯벌에 뿌린 백합을 잡으로 아주머니들과 같이 갔었다. 그런데 바닷물이 다 들어와서 작업도 못하고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술을 한잔 한 모양이다.
다시 멀리서 조개를 잡고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도요새 무리가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흩어져 먹이를 잡고 있었다. 망원경을 확인 해 보니, 개꿩 66마리, 민물도요 450마리다. 민물도요 한 마리가 부리로 ‘갯지렁이’를 잡아 올리자 주변에 있던 민물도요 서너 마리가 달려든다. 먹이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얼마나 먹이가 없길래 그럴까. 우리나라에선 일부 민물도요와 개꿩, 마도요가 추운 겨울철을 나기도 한다. 대개 수컷일 가능성이 크단다.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던 도요물때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오르더니 군무를 펼치다가 제법 멀리 날아갔다. 마을 주민들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조개들 잡듯이 이들 도요물때새들도 들어난 갯벌에서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서 건너편 갯등으로 이동을 했다. 트렉터 두 대에 8명 정도의 주민이 연신 갈코리질을 하고 있었다. 한 아저씨가 코만 남긴 채 두건을 쓰고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아침 7시에 들어왔단다. 왜 트렉터 뒷부분이 없냐고 묻자, “갯벌에 들어오는 어주머니가 많이 줄어들어 때고 다닌다”고 말했다. 얼마나 잡았냐고 묻자, 말꼬리를 흐리신다. 두 명의 아주머니가 주변에 늘어놓은 자루들을 물가 쪽으로 옮겨 뻘을 싣고 크기와 종별로 고르기 시작했다. 그 중 한분은 5만 원 정도 벌었다고 하신다. 다리가 불편하신 한 아주머니는 아직도 갈코리질에 바쁘다. 거전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마을에서 사는 분인데 시내버스로 매일 매일 조개잡으로 다니신다고 말씀을 한 적이 있었다. 오늘 얼나마 잡으셨냐고 묻자, “4만 원 정도 벌었다”고 대답했다. 이번 설 명절나기에 충분한지 모르겠다.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찬바람이 계속 불자 모두들 조개자루를 모아 실고 갯벌을 하나 둘 빠져 나갔다. 트렉터를 다고 가거나 걸어 나갔다. 나도 도저히 추워서 더 돌아볼 수가 없어 따라 나왔다. 오후2시쯤이다. 가방을 맡긴 식당에 들어가자, 거전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10여명 앉아있었다. 그중 구복 어촌계장도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칼국수 한 그릇을 시켰다. 마을 아주머니는 겨울철앤 동죽 보다 굴이 들어간 국수가 맛있다고 하면서 한 그릇(4천원)을 가득 담아 내놓았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아까 갯벌에서 ‘그래’로 백합을 잡던 주민이 들어오더니 소주병을 내놓고 먹기 시작했다. 힘들게 일했는데도 별로 잡히지 않았는지 술로 달래려는 모양이다. 이렇듯 기쁘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설날이 다가오는데도 마을 주민들은 수입이 많이 줄어들어 쓸쓸하게 명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그들에게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오후 4시쯤 시내버스를 타고 만경과 대야를 거쳐 전주로 향했다. 피곤했지만 버스 속에서 잠시 오지 않아 이 생각 저 생각이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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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5 14:24:44 주용기 기자 |
부활하는 순장제
(1)
농촌공사, 지자체에게
법망은 왜 이리도 성긴지
왠만한 법은 다 빠져나가고
어민들,해안가주민들에게
법망은 왜 이리도 촘촘한지
조그만 일자리도 다 걸리네
(2)
고대에는 주인의 내세를 위해서 순장 당하고
현대에는 공기업과 해당지자체의 이익을 위해서
어민들이 순장 당하고
공공의 이익이 순장 당하고
국민세금이 순장 당하고
등등등 순장 당하고
이천년전에 사라진 '순장제'가 부활하는 새만금
어디 이뿐이랴
시화호, 화옹호, 영암호, 금호호, 고흥만, 마동호 등등
이천년전에 사라진 '순장제'가 부활하는 세계적인 갯벌들
(3)
해안경제인 수산업, 양식업, 해수욕장, 관광 등등은
하나 하나가 '일자리창출'과 '소득재분배'에 있어서 삼성전자인데
전북내륙의 광할한 24억평을 놔두고
굳이
서해안의 해안경제를 온통 위협하는 이런 행위를 해야 쓰것는가
태안기름유출사태에서
갯벌의 중요성과 해류의 확산속도에 놀랐으면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손절매해야지
모르면 몰라도 어민들이 실직하고, 지역경제가 망가지고, 지금 전 국민이 경험하고 있는데
굳이
기진맥진한 어민들과 피폐한 해안경제에 결정타를 매겨서 KO 시켜야 쓰것는가
서구에서는 70년대 이래 死문화된 간척문화에 열광해서
정권말,선거말에 특별법들을 만들어
굳이
바다를 회복 불가능한 말기암환자로 만들어야 쓰것는가
세계적추세는 어장을 안보차원에서 다루는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요로운 칠산어장의 근원이 새만금갯벌인 줄 뻔히 알면서
굳이
어민들과 어족자원을 순장시키는 이런 행위를 해야 쓰것는가
동북아는 여전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살벌한 지역인데
굳이
백년전을 연상시키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계속해야 쓰것는가
지금 시작한다면 대부분 반대할텐데
사업초라서 손절매 할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고작 3조원이 아까와서
굳이
'울며 겨자먹기식 사업'에 수십조원을 더 투자해야 쓰것는가
우리아이들에게 널리 알려주심 감사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08. 2
오솔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