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에 부안군에 조성된 변산마실길 걷기에 나섰다.
변산마길길은 워낙 풍광이 수려한 땅이라 길은 이내 명소가 됐다.
마실은 ‘마을’의 사투리로, 마실길은 옆집 놀러 가듯 걷는 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1구간은 서해를 걷는 해변길 가운데 가히 최고를 다투는 길이다.
화신풍(花信風) 맞으며 절벽과 바다, 그리고 우거진 숲길까지 행복하게 걸었다.
*화신풍(花信風)...꽃이 핀다는 소식을 알려주는 바람
변산마실길 1구간은 새만금홍보관에서 격포항까지 18km를 걷는 길이다.
새만금홍보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 있는 새만금 사업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다.
새만금 사업의 추진 과정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1995년에 개관하였다.
이곳에서 마실길로 나가는 통로가 없어서 되돌아 나왔다.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
마실길 입구에 예전에 없던 새로운 건물이 생겨서 궁금중이 생겼다.
간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담은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이다.
간척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이자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인데 개관 준비중이다.
서두(西斗)터
서두터는 옛날 옛적에 물소가 바다를 건넜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신기하게도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 길이 군산까지 이어져 있어 자동차가 바다를 가로질러가는 꿈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1구간 시작점
새만금 홍보관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변산 마실길 시작점’ 표지판을 볼 수 있다.
1구간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전국의 걷기 좋은 해안누리길로 선정되었다.
입구에 설치된 돌로 만든 검정고무신 조형물이 7080세대에게 추억을 선사해준다.
바다로 가자
마실길은 우리를 해안가로 안내한다.
우뚝 선 소나무 한 그루가 매우 운치있다.
마실길은 서해로 둥그스름하게 튀어나간 변산반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변산 마실길을 걸을 때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물때를 잘 맞추는 것이다.
썰물 때는 해안이 길게 드러나 길이 생기지만, 밀물에는 길이 없어지기도 한다.
아치형 다리 밑을 지나는 우리들은 마실길의 또다른 풍경이 되었다.
대항리 패총(貝塚)
패총은 변산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약 1㎞ 떨어진 합구미 마을 동쪽 산 밑 밭에 있다.
바닷가에 접한 밭이 파도에 깎여 낭떠러지를 이루자 지층이 드러나 1947년 발견되었다.
빗살무늬토기와 돌로 만든 석기가 나와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파도가 만들어낸 기묘한 물결 무늬가 환상적이다.
숱한 사연을 가진 우리네 인생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난 느낌이다.
변산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
볏짚을 활용하여 해변에 새로 설치된 그늘막이 이국적이다.
국립공원에 묶이면서 개발이 제한되어 1960년대 모습으로 남아 있는 해수욕장이다.
송포(松浦)항
변산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끝나는 서쪽에 있는 마을이 송포다.
사람들이 이 소나무를 중심으로 모여 살게 되어서 송포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
어선 20여 척으로 싱싱한 바닷고기를 잡아와 같은 마을의 횟집에 제공한다.
녹슨 철조망
이 길은 과거 군 초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길이다.
1960년대 전후 북한 간첩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녹슨 철조망에 갖가지 사연을 적은 조개껍데기가 걸려 있다.
조개껍데기에는 다양한 사연이 적혀 있었다.
용호♡수진 그리고...승우♡은영의 사랑은 여전할까???
출렁다리
‘부안에도 출렁다리가 있었나?’ 하는 방문객이 많다.
마실길 1구간에 포함된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짧지만 두 개나 있다.
고사포해수욕장
다른 해수욕장들과 달리 고사포 해수욕장은 주변에 상업 시설이 밀집되어 있지 않다.
해수욕장과 가장 가까운 국도 30호선 사이에는 논·밭들이 있고, 해수욕장 바로 뒤로는 방풍림이 있다.
점심식사
고사포해수욕장의 송림 사이에서 점심 식를 하였다.
해풍에 묻어오는 솔향기에 머리가 맑아진다.
박해진씨가 가져온 양귀비술을 한 잔 마시니 모든 여인들이 양귀비로 보였다.ㅎㅎ
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 벽에 몰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돗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더욱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까지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문병란 <바다가 내게> 부분
성천마을
솔향 가득한 송림 사이를 지나게 되면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성천에 도착하게 된다.
마포면 쪽에서 흘러온 성천이 만나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성천포구 맞은편 언덕을 넘으면 하섬을 마주보는 갯벌 해변이 있다.
썰물 때면 하섬과 이어지는 곳이다.
부안변산마실길
어찌 보면 가장 순수하고 정통한 해안누리길이라 할 수 있다.
변산반도의 해안 도로를 따라 8코스의 마실길이 조성되어 있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변산마실길은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옛 해안초소
변산마실길이 가로지르는 지역 대부분은 군사 지역이었다.
마실길을 걷다보면 지금도 철조망과 해안초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낡은 해안 초소에 예술을 입혀 멋지게 변화시킨 센스에 박수를 보냈다.
옛 초소 뒷편에 재미있는 조형물이 있었다.
남자가 누군가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는 형상이다.
이 길에서는 누구에게나 꽃다발을 줄수 있고, 누구나 받을 수 있다.
하섬(鰕섬)
성천마을 앞에 섬이 하나 떠 있다.
변산반도 앞바다에는 섬이 귀한 편이니 유명세를 타는 섬이다.
섬 전체가 솔숲으로 뒤덮여 있는데 새우가 웅크린 모습 같다 하여 새우 하(鰕)를 쓴다.
썰물 때는 해변과 육지가 띠처럼 이어지는 길이 드러난다.
하섬 안에는 원불교 수도원이 있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대숲길
마실길은 절벽과 바다, 그리고 우거진 숲길까지 부족함이 없다.
짙은 어둠이 감도는 대숲길을 지나는 기분이 새롭다.
반월안내소
반월마을은 약 370여년 전 유학자 반계 유형원이 전국을 유람하던 차 이곳에 들렀다 한다.
반계선생은 이곳의 마을을 반월(半月)이라 명명해 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리봉 산줄기가 마을을 반달처럼 휘감아 자손이 번성하고 재물이 풍성할 것이라 했단다.
형제나무? 부부나무?
반월마을 쉼터 뒤편으로 눈에 띄는 커다란 팽나무 두 그루가 있다.
어떤 사람은 형제나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부부나무라고도 부른다.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우애 깊은 형제가 되기도 하고 다정한 부부가 되기도 한다,
아름드리 팽나무들은 반월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팽나무 앞으로 'Happy Tree'라는 호텔이 들어서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회화나무 고목
반월안내소 옆에 세월이 느껴지는 회화나무 고목이 있었다.
조상들은 회화나무를 길상목(吉相木)으로 꼽았다.
500여년 전, 부안동헌에 심었던 것인데 고사목이 되어 이곳에 세워지게 되었다.
바다를 마시는 찻집
마실길 옆에는 이렇게 운치있는 찻집이 제법 있다.
이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에는 바다가 가득 담겨 있으리라.
적벽강(赤壁江)
“강이 어딨지?”라며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있다.
바닷가 붉은 절벽을 적벽강이라 부른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 놀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암반과 절벽의 암석과 자갈돌들이 적갈색을 띠고 있다.
바닷물과 햇빛, 암벽과 바윗돌들이 영롱하게 어우러져 신비한 색채의 조화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사자바위
적벽강과 이어지는 작은당사구에 이른다.
이곳에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사자바위를 만난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보아야 진짜 사자처럼 보인다고 한다.
수성당(水城堂)
조선말부터 해신 개양할미를 모시는 곳이다.
파도와 싸우며 생업을 이어가는 어부들을 돌보는 개양할미는 키가 무척 크단다.
그래서 바다를 걸어다니며 깊이를 재서 알려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개양할미는 딸을 여덟 낳아 팔도로 시집보내고 막내딸을 데리고 이곳 수성당에서 살았다.
격포에서는 매년 제를 지내 풍어와 안녕을 빌고 있다.
지금도 굿을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기도하는 사람들
수성당의 안팎에서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밖에서는 처녀무당이 바다를 바라보며 오색 천을 매듭짓고 있었다.
안에서는 서너명의 여인들이 정성스럽게 기도하고 있었다.
이런 행위들을 미신이라 치부하며 경멸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들의 기도하는 마음만은 우리보다 훨씬 깊고 뜨겁다
여인들이여 나에게로 오라
수성당 뒤로 너른 유채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유채는 가물어서 그런지,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지 볼품이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여인들이여, 나에게로 오너라."
필립보 신부님의 미소가 친근하고 온화하였다.
후박나무 군락지
격포리의 후박나무 군락은 해안 절벽에 자라고 있는데,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들의 높이는 4m 정도로 약 200m 거리에 132그루의 후박나무가 자라고 있다.
식물분포학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격포해수욕장
철이른 격포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초여름같은 날씨에 물놀이에 한창인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
18km를 걸어온 하루가 힘들었지만 뿌듯한 포만감이 밀려왔다.
첫댓글 부안마실길1구간, 출발해서 7시간동안 만보기 수치로 32,000보를 서해바다를 조망하면서 18km를 걷다보니, 별로 힘든줄도 모르고 다녀온 마실길...기분좋은 하루를 산행기와 함께 합니다~^^ 감사합니다~~~
높은 기온에 헉헉~ 대기도 했지만 스치는 바람과 풍광에 젖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세세한 기행문을 읽다보니.. 그 행복함이 배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보고 보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