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응복산 합실골
원시성에 탐험적 요소 갖춘 골짜기
백두대간을 이룬 응복산(鷹伏山·1359.6m)~만월봉(滿月峰·1,280.9m)~복룡산(伏龍山·1,014.5m) 능선 북쪽 깊이 형성된 합실골은 태곳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골짜기다. 협곡 안에 기묘한 형상의 폭포와 소가 속출하고, 우거진 숲은 원시림을 연상케 할 만큼 빽빽하다. 게다가 초입부터 산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아 물줄기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고, 골 양옆이 가파른 절벽이나 사면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지계곡이 수시로 나타나 지형도를 정확히 읽을 능력이 없다면 헤맬 수밖에 없는 골짜기다. 여느 계곡에서 누리기 어려운 탐험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계곡인 것이다. 합실골과 1211m봉~영골~가마소 계곡을 연결하면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남대천 최상류를 이룬 합실골 산행은 양양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남대천을 따라 오르다 어성전 사거리에서 용탄교를 건너선 다음 또다시 남대천을 15km쯤 거슬러 올라 찻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마지막 민가인 합실민박에서 전나무 빼곡한 임도를 따라 언덕을 넘어서면 곧바로 합실골로 들어선다.
합실골은 골짜기에 들어서자마자 길이 끊기고, 물줄기를 가로지르거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야 하는 구간이 많다. 따라서 산행 전 샌들을 준비해 가든가 등산화를 신었더라도 아예 적시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중간 중간 바위벼랑에 길이 끊겨 있더라도 계곡 좌우 사면을 잘 살펴보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축대 위나 사면 위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발견할 수 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다 주계곡 오른쪽으로 갈래친 지계곡을 두 번 가로지르고, 물줄기 오른쪽 급경사 사면을 가로지르다 세 번째 지계곡에 닿으면 두 계곡 사이로 뻗어오른 만월봉 동릉으로 올라붙어야 한다. 합수목 직전 거친 터에 3~4인용 텐트 한 동을 칠 수 있다.
만월동 동릉은 길은 희미하게 나 있지만 워낙 가파르고, 거친 바위지대가 나타나 애를 먹인다. 게다가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곳이 수시로 나타나 긴장케 하기도 한다.
만월봉에서 오대산 국립공원 경계를 거쳐 1121m봉까지는 백두대간 구간으로 길이 잘 나 있다. 국립공원 경계표시를 지나 완경사 오르막을 따라 25분쯤 가면 둔덕 같은 1121m봉. 정상이다 싶으면 영골로 빠지는 산길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갈림목 입구 나뭇가지에 묶여 있는 헝겊이 유일한 길 표시다. 이 길을 따라 10m쯤 들어서면 ‘경포번영회’ 리본이 보이고, 50분쯤 내려서면 오른쪽 영골로 내려선다.
영골을 따라 1시간쯤 내려서면 가마소계곡에 닿는다. 수위가 적당한 지점에서 계류를 가로지른 다음 낙엽송숲을 빠져나가면 부연동 윗상황 마을이 보인다. 이후 콘크리트길은 삼산초교 부연분교와 부연약수를 거쳐 찻길과 가마소계곡이 헤어지는 지점까지 이어진다(약 5km). 윗상황 마을에서 부연약수까지는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아 걷든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야 한다.
가마소계곡은 부연약수 아래서 시작된다. 부연약수터를 지나자마자 콘크리트길은 끝나고 비포장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더 가면 콘크리트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갈버덩야영장이 나타나고, 야영장을 가로지르면 가마소계곡으로 내려선다.
합실골 합수목까지 약 2km 길이의 가마소계곡은 초반부는 야트막하고 순한 산세를 이루지만 중간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점점 험해진다. 길다란 담이나 소가 나타나면 절벽 위쪽이나 사면길로 우회하도록 한다. 골짜기 왼쪽으로 지계곡을 하나 지나친 다음 10분쯤 더 걸으면 합실골이 입구가 보인다. 이 합수목에서 물줄기 왼쪽 자갈밭을 따라 내려가면 마지막 민가로 올라설 수
합실골과 가마소계곡은 수많은 지계곡의 물이 모여드는 골짜기다. 합실골뿐 아니라 부연약수~합실골 구간은 양쪽이 가파른 사면이나 바위협곡을 이루고 있어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 피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폭우 직후에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행 중 야영지로는 합실골 합수목 부근의 모덤터 2개소(3~4인용 텐트 2동 설치 가능)나 만월봉과 1121m봉 사이의 안부(오대산 국립공원 경계)가 적당하다. 안부에서 조계골 방향으로 100m 정도 내려가면 속새밭에서 물줄기를 찾을 수 있다.
교통
법수치리는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따라서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양양에서 택시로 접근해야 한다. 동해안을 따르는 7번 국도를 타고 접근할 경우, 하조대 해수욕장 부근의 현북면소재지에서 418번 지방도로 갈아타도록 한다. 어성전 사거리에서 용탄교를 건너서자마자 왼쪽 길을 따르면 팥밭무기를 지나 합실골 입구까지 갈 수 있다. 구 양양교 남단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59번 국도도 용탄교를 거쳐 부연동으로 이어진다.
부연동은 어성전 사거리에서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되는 59번 국도를 따라 접근할 수 있다. 6번 국도에서 전후치를 넘어서면 부연동까지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으나 노폭이 좁은 낭떠러지 길이므로 운전에 조심토록 한다. 진고개 마루턱의 휴게소에서 11km쯤 내려가면 도로 오른쪽으로 ‘산에 언덕에’란 이름의 크고 검은 통나무집 카페가 보인다. 이 통나무집 맞은편 부연골식당 옆 오르막 좁은 도로로 접어들어 전후치를 넘어선다.
구 양양교 남쪽 끝에서 남동쪽으로 어성전리로 들어가는 길이 나 있다. 어성전리부터 일부 구간은 비포장이지만 길이 넓고 안전하여 교행이 쉽다. 부연동 마을에서 영골 입구 마지막 농가까지 4km 구간은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다.
법수치리 입구인 어성전에서 합실골 입구까지 약 15km 구간은 노선버스가 없으므로 양양에서 법수치리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요금 25,000~30,000원. 양양콜택시 033-671-2300.
숙박(지역번호 033)
법수치리 일원에는 남대천 상류를 따라 펜션이 줄지어 있다. 합실골 들머리에 있는 합실민박(주인 김대기·673-2962)과 팥밭무기 부근의 배수경씨집(673-4515, 011-378-9669)은 15평 15만원, 통나무집(25평형) 20만원 정도 한다. 팥밭무기에서 아래쪽으로 1km쯤 내려가면 연어의 꿈(673-0108, 011-703-7018)과 네이처(673-1412), 산야초산장(673-3335) 등 전형적인 펜션들이 계속 나타난다.
부연동에도 민박집이나 펜션이 여럿 들어서 있다. 강릉시에서 임대 운영하는 부연민박휴양촌(661-2730)은 단독 콘도식 펜션으로 인기 있다. 삼산초교 부연분교 부근의 황토민박(661-9949, 011-9949-6008), 쉼터민박(661-5573), 약수터 부근의 부연약수터민박(661-4133), 부연약수터 먹거리쉼터(661-0975, 011-370-0975)는 민박과 식당을 같이 운영한다.
삼산리 주민들이 공동으로 조성한 야영장이 가마소 계곡가를 따라 네 군데 조성돼 있다(개념도 참조). 야영장마다 작은 숲이 있고, 급수대와 간이화장실을 설치해 두었다.
합실골 지도
합실골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