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골프는 한방의 '클러치(clutch) 퍼트'가 있어야 했다. '결정적 순간 성공하는 퍼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클러치 퍼트의 고수는 타이거 우즈(38·미국)다. 허윤경(23·현대스위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여섯 번째 대회인 2013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연장전에서 터져나온 한 방의 버디로 그동안의 준우승 징크스를 모두 날려버렸다. 무려 3년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19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 사이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 7언더파 단독 3위로 출발한 허윤경은 이날 2타를 줄인 끝에 장하나(23·KT), 이정은(25·교촌F&B), 변현민(23·요진건설) 등 3명과 함께 합계 9언더파로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지난해 네 차례나 준우승에 그치며 불운에 울먹였던 허윤경은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내리막 3.5m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장하나 등 3명을 꺾었다. 허윤경은 이로써 2010년 KPGA 투어에 데뷔한지 41개월만이자 자신의 50번째 출전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우승의 물꼬를 텄다. 우승상금 1억원도 챙겼다.
국가대표 출신인 허윤경은 지난해 정말 불운했다. 지난해 9월 한달 동안 한화금융클래식과 메트라이프·한국경제 제34회 KLPGA챔피언십, 그리고 KDB대우증권 클래식까지 3개 대회 연속 준우승했다. 이어 그해 10월 들어서도 제13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연장전에 나갔다가 또 패했다. 이 때문에 우승자보다 더 많은 팬들을 몰고다녔다.
허윤경은 생애 첫승에 대한 소감을 묻자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는 "오늘은 정말 내 자신을 이겨보고 싶었다. 지난해 네 차례나 준우승을 하면서도 '아쉽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실은 속으로 많이 울었다. 그동안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정말 통쾌하다"고 말했다.
골프에서 기회는 정말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상대의 멘털을 붕괴시기고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버디 퍼트. 균형이 깨지지 않고 남은 홀이 서 너개 밖에 없을 때의 버디는 승부의 분수령이 된다. '장타자' 장하나는 15번 홀(파5)에서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쳐 어려운 경기를 풀어나갔다. 17번 홀(파3)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1.5m 버디 퍼트가 홀(컵)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장하나의 우승은 그렇게 조금씩 빗나갔다. 이미 첫 홀부터 삐끗했다. 보기로 출발했고 8번 홀에서도 보기가 나왔다. 12번 홀의 버디로 허윤경과 다시 통타를 이뤘지만 15, 17번 홀에서의 결정적인 버디 퍼트를 놓쳤다.
첫날 7언더파로 단독선두를 질주했던 김효주(18·롯데)는 2라운드에서 4타를 잃고 마지막날 2타를 줄이는데 그쳐 최종 합계 5언더파로 공동 9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우승자 김자영(22·LG)은 이날 1오버파를 치는 바람에 합계 3언더파로 공동 15위에 그쳤다. 올 시즌 들어 제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김하늘(25·KT)은 합계 2언더파로 공동 20위에 만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