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수기도 전부 마무리 되는군요.
여행이 끝나는것 만큼 아쉽네요. 수기 쓰는 동안 마치 다시 하와이에 있는 기분 이었는데...
언젠가 다시 하와이 여행 수기를 쓸수 있길 기대하며 마지막 수기를 적어봅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결국엔 오는군요.
창밖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하와이 아침햇살이 오늘따라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어제까지만 해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는데,
오늘은 아주 슬픈 영화의 모습으로 보여요. 아마도 하와이와 이별하는 제 마음이 그렇게 슬펐나 봅니다.
슬픈 건 슬픈 거고, 밥은 먹어야겠죠?
오늘은 밥부이님이 팬케익이 맛있다고 말씀하셨던 ‘와일라나 커피 하우스’로 갑니다.
저희가 묵었던 하와이 프린스호텔에서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립니다.
가다보니 알라모 렌터카가 보이네요.
와이키키에서 렌트하시는 분들 알라모에서 많이 하시죠?
렌터카회사 셔틀을 타고 오시면 어렵지 않지만,
사무실이 숨어있어 찾기 힘들 듯 하여 직접 찾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릴게요
일라카이 호텔 건너편에 있구요. 렌트카 회사가 있는 건물 왼쪽 코너엔 맥도날드가 있고,
그 옆에는 써브웨이가 있어요. 1층이 아닌 반지하에 사무실이 있으니 잘 살펴 보셔야할거 같아요.
알라모를 지나고 아아홉을 지나고 와일라나 커피하우스에 도착합니다.
입구가 작아서 가게가 작은 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상당히 크네요.
마친 창가자리가 하나 나와서 자리에 앉습니다.
블루베리 팬케익 & 오믈렛 세트와, 메뉴판에 맛있게 보이는 햄버거 스타일의 샌드위치를 주문합니다.
여기도 상당히 인기 있는 식당인가 봅니다.
저희가 들어간 시간이 8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8시 반 정도 되니 대기하는 줄이 제법 길게 늘어섭니다.
먼저 커피를 보온통에 가져다 줍니다. 향이 아주 좋습니다.
팬케익과 오믈렛을 가져다 줍니다. 블루베리 시럽이 곁들여진 팬케익은 아주 먹음직 스럽습니다.
케익도 부드럽고 시럽에서도 블루베리 향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오믈렛은 조금 실망 스럽네요.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가요. 그냥 계란만...
잠시 뒤 샌드위치를 가져다 줍니다.
엥? 이건 우리가 시킨 게 아니에요!!! 저희가 시킨 건 햄버거 같은 건데
서버가 가져다 준 음식은 그냥 식빵에 카레가 올려져 있어요~--;
서버를 불러 메뉴판을 보여주고 확인 시킵니다. 그게 맞답니다.
알고 보니 저희가 다른 음식을 주문한거네요.
저흰 당연히 사진 옆에 적혀있는 음식이 그 음식인줄 알았는데,
사진과 저희가 주문하고 싶었던 음식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최후의 만찬이 우울해집니다.
밥을 먹고 힐튼 빌리지 산책을 갑니다.
나중에 태윤이 데리고 오게 되면 여기에서 묵을 예정이거든요.
역시 “빌리지”라 불릴 만 하군요.
호텔 건물도 여러개고, 안에 쇼핑 할 만한데, 식당, 커피전문점 등등 안에서만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에요.
빌리지 안을 통과해 라군쪽으로 갑니다.
아직 오전이지만 주위에 그늘이 없어서 해가 많이 뜨겁습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라군의 물이 반짝입니다.
주위에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그 모습이 마치 오아시스 같이 보입니다.
라군 주위를 돌아 물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런!!! 비린내가 너무 심하게 납니다. 자세히 보니 물 가까이에 물고기가 무슨 멸치떼 마냥 몰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여 있는 물이고, 물고기도 살다 보니 비린내가 심한 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물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없네요. 카약이나 패들보드 등만 탑니다.
라군을 한바퀴 돌아 힐튼 빌리지를 빠져나와 저희 호텔로 향합니다.
오는 길에 커피향이 매우 진하게 나 향을 쫓아가보니 코나커피를 파는 곳이네요.
그냥 둘러보고만 가려고 했는데, 시음으로 준 커피와, 초콜렛이 너무 맛있네요.
남아있는 달러를 탁탁 털어 커피 두봉을 사서 나옵니다.
향이 얼마나 진하고 좋은지, 걸어가는 내내 저희 주위에 커피향이 가득했어요~^^*
이제 짐을 챙겨 정말로 하와이와 이별입니다.
공항까지 가는 셔틀버스에서 나오는 하와이노래가 그렇게 슬프게 들릴 수가 없어요.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야속하게도 한번의 머뭇거림 없이 하와이 땅을 힘차게 박차고 날아갑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파라다이스 “하와이”를 뒤로한 채....
<< 에필로그 >>
‘여행’은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길에서 멀어져야 길이 보이듯, ‘내’가 살던 주변을 벗어나야 '내‘가 보인다.
이번 여행을 몇 개월 전부터 기다렸던 이유도
갓난쟁이 돌보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우리 부부에게 부부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함이었다.
태윤이가 태어난 후 18개월 동안,
그 녀석 커가는 모습, 재롱 피는 모습에 ‘왜 이런 걸 진작 안 낳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가끔 이러다 우린 ‘부부’가 아닌 ‘태윤이 부모’로만 살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움도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여행은 마치 신혼여행을 다시 온 듯 행복했다.
오랜만에 탄 비행기는 좁은 좌석이었지만,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새우잠을 자는 시간도 즐거웠고,
먼지 풀풀 나고 와이퍼에서 까마귀 소리가 나는 소나타급 미드 사이즈 포커스를 타고 달리는 드라이브도
우리들 입엔 미소만이 가득했다.
태윤이가 없는 잠자리는 ‘옆구리 쿡쿡 신공’이 통하는 꿈같은 시간이었고,
“흘리지 마!”를 외지지 않아도 되는 식사시간은 뱃속이 아닌 입속을 행복하게 하는 식사가 가능했다.
수영하고 스노클링 했던 바다는 신혼여행 갔던 몰디브 바다만큼 맑았고,
푸르다 못해 눈이 부셨던 하늘은 1주년 여행이었던 제주도의 그것보다 높았다.
오랜만에 떠난 둘만의 여행은 매 순간이 로맨틱 했고, 매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함 끝이 개운하질 않았다.
‘태윤이도 함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항상 뒤에 남았다.
모든 행복했던 순간의 끝엔 태윤이의 모습이 보였다.
태윤이를 집에 놓고 왔는데도 마치 옆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태윤이로부터 벗어나 우리만의 시간을 갖자고 떠난 여행에서 아이러니하게 태윤이의 모습이 가장 많이 보였다.
나보다 아내가 더 심한 듯 보였다. 가족들 노는 모습에선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고,
한번은 태윤이가 보고 싶다며 달리는 차안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니 마음이 편해졌다.
하와이와 이별하는 아쉬움보다 태윤이를 볼수 있다는 반가움이 더 큰것 같기도 했다.
그제서야 우린 알수 있을 것 같았다. 태윤이가 우리 부부의 또다른 모습이란걸,
그리고 태윤이 없인 절대로 '가족"이 완성 될 수 없다는 걸...
‘나를 찾는 시간’...
나를 찾진 못했지만, 나보다 더욱 소중한 ‘가족’을 찾았다.
같이 있지 않아도 매 순간 함께하는, 나보다 더 소중한 ‘가족’을 찾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를 찾는 시간......" 너무 맘에 와 닿았습니다. 11월 신행으로 자유로 떠나는데 많이 설레게 되네요~~
준비한다고 하는데 글을 읽어보니 아직 부족한게 많은거 같네요~~
맘만 너무 조급해 집니다...^^
11월이면 얼마 안남았네요. 많이 설레시겠어요~
카페에서 수기, 질문방 등등 천천히 보시면 충분한 준비가 될겁니다.
신혼여행이니,"나"가 아닌 "우리"를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랄게요~^^*
저도 11월마지막날 가는데요...한 아이에 엄마로 에필로그 글 보면서 눈물이 찔끔...^^ 저희 부부랑 비슷하시네요~ 저희도 신혼여행은 몰디브 다녀왔는데~ㅎㅎ 저희도 아이때문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하지만 거의 데리고 다니네요. 한번 부부만 간 후엔 차라리 힘들어도 데리고 다니자~생각합니다. 이번 하와이 여행도 같이 갑니다 40개월 아이와~ㅎㅎ
네, 잘생각하셨어요~^^; 힘들어도 가족은 같이 다녀야 하나봐요~ 저흰 얼마나 후회했는지..
좋은 여행하고 오세요~^^*
사실 여행가기전 길상님 수기 몇번 읽고 갔었는데 여행 다녀온 후에도 다시 보게 되네요 길상님 글 중에 이 에필로그에서 태윤이가 보고싶어서 차안에서 목놓아 울기도 했다는 문구 볼때마다 저도 울었어요 ^^;; 저희도 호야 맡기고 여행 갈 생각 해본적 있었거든요 같이 다니면서 힘들긴 했지만 같이 다녀와서 참 다행이다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다음엔 꼭 태윤이와의 여행 후기도 기대할게요^^*
같이 다니면 정말 힘들긴 해죠~^^*
하지만 지나고보면, 같이 안다녀와선 후회해도 같이 다녀오곤 후회 안 하는 것 같더라구요.
언제가 될지 모르만, 태윤이와 같이 간 하와이 여행기를 저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