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이 다른 것은 단지 몸 뿐이 아니다. 마음이 다르다. 의식이 성숙해지고 마음의 작동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문제를 대처하는 것이 달라지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음이 달라지면 관계 방식 또한 달라진다. 아이때와는 다른 어른의 관계양식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이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바뀌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마음의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안타깝지만 아동기 부정적 경험은 이러한 심리발달을 방해한다. 아동기의 감정양식, 관계양식을 지닌채 몸만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관계방식과 어른의 관계방식은 무엇이 다를까?
첫째, '의존적 관계'에서 '주체적 관계'로 바뀌는 것이다. 아이는 돌봄을 받기만을 바란다. 스스로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맡긴다. 그리고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린다. 아이에게 그 관계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 된다. 싫어도 싫다고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어른이 되면 자신이 중심이 되어 관계를 맺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관계의 대상을 선택한다. 대상은 자신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
두번째는 '자기중심적 관계'에서 '상호호혜적 관계'로 나아간다. 아이는 인지발달 상 '1인칭 관점'밖에 없다. 자신의 관점에 갇혀 있다. 대상의 상황이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상이 자기만을 위해주기를 바란다. 아이는 대상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할 뿐 사랑을 나누어 가질 능력이 없다. 그러나 어른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모든 것을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알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세번째는 '마음읽기'에서 '마음 헤아리기'로 관계의 양식이 옮겨간다. 아이는 눈치나 짐작으로 상대의 마음을 즉각적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바로 사실화한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다면 상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된다. 9번 잘 했지만 1번 잘 해주지 않으면 상대는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이분법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은 마음 헤아리기가 작동한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바로 사실화하지 않고 상대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숙고하고 대화한다. 그리고 서운함을 느끼더라도 이를 전체화하지 않고 양면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네번째는 자기표현의 차이이다. 아이 때는 마음이 상하면 떼를 쓰고 토라지고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표현하면 자신의 마음을 알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달래주기를 바란다. 혹은 말로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말한대로 상대가 바로 다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어른은 자신의 불만과 욕구를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말로 표현한 것을 상대가 그 즉시 다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과 한계 그리고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고 변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일방적 이해를 요구하기보다 상대를 이해시키려고 여러번 노력할 수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이 외에도 여러가지 차이가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이의 관계와 어른의 관계는 무엇이 다른가? 당신은 아이의 관계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어른의 관계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아이의 관계 방식 | 어른의 관계방식 |
의존적 관계 | 주체적 관계 |
독점 관계 | 공유 관계 |
자기중심적(1인칭 관점으로만) | 상호호혜적 (여러 관점을 오갈 수 있음) |
마음읽기 (눈치나 짐작으로 사람을 이해) | 마음읽기 & 마음 헤아리기(숙고와 대화를 통해 사람을 이해) |
이분법적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 | 통합적 (건강한 면 & 건강하지 못한 면을 통합) |
미숙한 갈등대처 (토라지고 떼쓰고 말 안하고..) | 성숙한 갈등대처 (대화로 갈등을 푸는 능력) |
즉각적 기대와 반응 (참고 기다릴줄 모른다) | 지연된 기대와 반응 (참고 기다릴 줄 안다) |
미숙한 자기표현 (말 안해도 알아주기를 바라거나 반대로 표현) | 성숙한 자기표현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