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 바람에 의지해 배를 타고 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바다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파도까지 곁들여 복잡하고 강렬하다. 바람은 요트, 파도는 서핑으로 진화했다. 요트는 한때 귀족과 부자들의 전유물에서 최근 대중화됐다. 19세기 미 해군 전략가 앨프레드 마한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했다. 바닷바람 이용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요트처럼 기상천외한 전술 역량으로 ‘물의 세계사’ 꽃피워 ●속도와 확신 손자병법 제11편 九地(구지)는 遠程(원정)시 지형에 따른 군사력 운용과 함께 속도와 승리에 대한 확신을 말한다. 兵之情(병지정)은 主速(주속)이라, 乘人之不及(승인지불급)하고 由不虞之道(유불우지도)하야 攻其所不戒也(공기소불계야)니라. 이것은 군대를 운용하는 핵심은 빠른 속도에 있다. 상대방이 쫓아오지 못할 시간을 틈타 생각하지 못한 곳을 통과해 전혀 대비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는 것이다. 情은 핵심, 乘은 틈타다, 虞는 헤아리고 짐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禁祥去疑(금상거의)면 至死無所之(지사무소지)니라, 吾士無餘財(오사무여재)는 非惡貨也(비오화야)라. 無餘命(무여명)은 非惡壽也(비오수야)라. 이것은 ‘병사들 사이에 미신을 금지시키고 의심을 제거시키면 죽음에 이르더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병사들이 재물을 싫어하는 것은 돈을 싫어해서도 아니며, 목숨을 돌보지 않는 것은 오래 살기를 싫어해서도 아니다’는 뜻이다. 이 의미는 비단 병사뿐만 아니라 장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요트는 바닷바람을 이용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 요트와 기상천외 요트(sailing)는 17세기 세계 제일 해양 강국 네덜란드어 ‘야트’에서 왔다. 사냥하다 또는 쫓는다는 의미다. 대양을 누비며 얻은 부로 크루즈와 모의 전투에 적합한 야트를 만들었다. 1661년 영국 찰스 2세는 템스 강을 따라 요트 레이스를 펼쳤다. 매치 레이스는 두 배가 1대1로 붙어 상대를 압도하고 상대가 규칙을 위반해 벌칙을 얻게 유도하는 것이다. 선단 레이스는 2척 이상이 참가해 일련의 레이스를 통해 누적된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올림픽에서는 두 가지 코스다. 사각코스는 따로따로 출발해 결승선에 들어오며, 4개 구간 코스를 3개 전환점을 거쳐야 한다. 풍상풍하 코스는 2구간이다. 첫 구간은 ‘비트’로 바람을 안고 가며, ‘런’은 바람과 함께 항해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 바람을 안지도 등지지도 않고 가는 구간은 ‘리치’라고 한다. 바다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파도,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무한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상상력은 그냥 우연히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강과 바다를 지배한 ‘물의 세계사’ 속에 기상천외한 전술이 적용됐다. 奇想天外는 기발한 생각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엉뚱함을 이른다. 평소 병법의 지혜를 익힌 연후에 그 역량이 빛을 발한다. ● 비잔틴 제국 최후의 날, 1453년 기상천외한 방법의 사례는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이 있다.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살라미스 해전 패배는 천 년이 지나 콘스탄티노플 함락으로 되갚았다. 콘스탄티노플은 오늘날 터키 이스탄불의 옛 이름이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전함 72척을 산을 넘어 공격해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비잔틴 제국을 1123년에 정복했다. 그는 3중 성벽과 성 주위를 둘러 판 해자(垓子ㆍMoat)로 구축된 난공불락 요새를 54일 동안의 격렬한 공방전 끝에 이겼다. 공격하는 오스만 군대 8만 명에 비해 방어하는 비잔틴군은 불과 700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오스만군의 보스프러스 해협을 통한 해상공격과 지상공격에도 불구하고 성은 쉽게 함락되지 않았다. 메흐메드 2세는 알렉산더 대왕의 히다스페스 강 도하공격 사례를 차용했다. 알렉산더는 B.C.326년 봄, 인더스 강을 건넌 뒤 육중한 선박들을 모두 분해·해체시킨 다음 히다스페스 강까지 육로로 운반한 후 선박을 다시 조립해 기습을 감행해 승리했다. 메흐메드 해군은 쇠사슬로 봉쇄된 골든 혼 갈라타 언덕 3.4km를 우회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난 1453년을 기점으로 세계사는 중세에서 근대로 전환됐다. 르네상스가 꽃 피게 되고 지리상 발견이라 일컫는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전함이 산을 타고 넘은 결과다. 그런데 승리 요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메흐메드의 전사에 대한 통찰과 전투현장에서 지형의 불리함을 역이용한 결실이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