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보행자 이 행동 하나에…달리던 차 90%가 멈췄다
보행자가 손을 들어 건너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차가 멈춰선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한 지 3개월여가 지났다. 기존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자동차에 일시정지 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할 때는 물론이고 건너려고만 해도 일단 멈춰서야 한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3개월(7월 12일~10월 11일)의 계도기간 동안 우회전 교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고 건수는 24% 감소했고, 사망자도 45% 줄었다.
종전보다 우회전 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는 차량이 늘면서 교통사고와 사망자가 많이 적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앞으로 홍보·계도와 함께 단속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관련 규정이 모호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8월 말과 9월 초 서울역 부근의 한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실시한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공단은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번씩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량이 일시정지하는지를 살폈다.
우선 보행자가 별다른 의사표시 없이 그냥 길을 건너려고 했을 때는 50대 중 17대(34%)만 멈춰섰다. 33대는 보행자가 횡단보도 초입에 서 있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우회전 때 횡단보도에 통행 중이거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보이면 일단정지하고 보행자가 모두 길을 건넌 뒤 지나가야 한다.
하지만 보행자가 길을 건너겠다는 의미로 손을 어깨높이 정도까지 들어 올리자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50대의 차량 중 90% 가까운 44대가 일시정지했다. 이를 무시하고 지나친 차량은 6대에 불과했다. 손을 들고 안 들고에 따라 자동차의 일시정지율이 50%p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보행자의 가벼운 손짓은 운전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하는 일종의 넛지(Nudge)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러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차량)를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통행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비언어적 소통을 유도해 운전자의 일시정지를 이끌어내려는 취지에서다.
"단속과 처벌만을 강화해서는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교통선진국처럼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반사적으로, 습관적으로 차를 멈추는 문화의 확산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