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6 (화) '킹메이커' 김종인에 달려간 윤석열·이준석… 등판 초읽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1월 15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공개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일제히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선대위는 이르면 이번주 중 주요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김 전 위원장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거 출동해 '김종인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축사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향해 "국가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또다시 김박사님께서 역할을 하셔야 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어려운 정권 교체와 국가 개혁의 대장정을 벌여나가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쌓아오셨던 경륜으로 저희를 잘 지도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리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해, 선대위 합류를 사실상 공개 요청했다.
이준석 대표도 축사에서 2011년 박근혜 대선후보 비대위 시절 72세의 김종인 전 위원장과 27세일 때 처음 만난 인연을 언급하며 "비대위를 승리로 이끌면서 총선 승리를 할 때 즈음 이분에게 참 배울게 많다는 걸 저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이분이 하신 말씀 중 저에게 도움되지 않는 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에게 정치의 방법론이나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은 김종인 위원장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이번 대선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많은 역할을 해주실거라 확신하고 제가 최선을 다해 보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선대위 합류를 요청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나라의 방향타를 이끄는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를 거론하며 "해방 이후 지금껏 온전한 대통령이 하나도 없다.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행사를 기점으로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와 선대위 조직 구성과 인선에 대한 물밑 논의 상황에 따라 선대위 합류 시점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윤석열 후보에게 선대위 합류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몇몇 중진 의원의 배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홍구·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와 정치 원로 등 3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당에서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대선 경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경선 당시 윤 후보를 도운 정진석·주호영 등 '친윤계' 중진 의원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가깝고 윤석열 선대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태섭 전 의원은 발간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또, 제3지대 대선 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참석해 "김종인 박사님이 정치판에서 세 번째 역할을 해주실 거라 믿는다"라고 축사를 했다.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정파와 당파가 아니고 단순한 정권교체와 정권연장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와 경제와 모든 틀을 바꿀 수 있는 정치판 교체, 정치 세력의 교체, 대한민국 앞날을 위해 피날레를 장식하는 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잡초처럼 밟혀"… '기운 운동장' 연일 언론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장동 의혹부터 "부산은 재미없잖아" 발언에 대한 비판까지 언론의 견제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보다는 자신에게 집중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여기에는 이런 불균형이 해소가 안되면 대선판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돼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월 12∼14일 사흘간 진행한 부산·울산·경남 순회 일정에서 즉석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았다.
11월 12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 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간다"고 말했다. 11월 14일에는 거창군청 앞 광장에서 "저는 어디 가서 말실수 하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만한 거로 이만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가 있어도 '노코멘트, 나 몰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요새 조금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 "잡초처럼 밟히면서" 등의 표현을 동원했다. 이재명 후보의 이런 발언은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순간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대장동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낙상사고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느낀 것을 표현한 것에 가깝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재명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언론이 성남시장 시절의 배임 의혹에만 유난히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보수언론이 후보의 발언 중 일부를 맥락과 무관하게 부각해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이달 초 불거진 '오피스 누나 이야기' 웹툰 관련 발언이나 부·울·경 순회 경선 도중 나온 '부산 재미없잖아' 발언 등의 경우를 그런 사례로 꼽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1월 15일 통화에서 "후보 본인은 매우 억울해한다"며 "발언의 일부만 따서 맥락과 흐름을 보지 않고 악의적 공세의 용도로만 사용하니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인 낙상사고와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상황에서 '소방 갑질' 보도 등까지 나오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선대위에도 이러한 언론 보도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부산 재미' 논란으로 인해 핵심 메시지이던 지역 균형발전이 뒤로 밀린 데서 보이듯, 발언의 일부분만 부각되는 일이 반복되면 향후 대선 캠페인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바탕에 깔려 있다.
선대위 대변인인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댓글 조작 방지 프로그램을) 임대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 본인이 워낙 많은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튀는 돌발성 발언을 하다 보니 거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의 출범 등과 맞물려 민주당이 언론개혁 논의에 다시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적인 대응책을 얘기한 바는 없다"며 "전체적으로 우리의 주장이 잘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공보 대응을 더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 정도를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윤석열과 목포서 '폭탄주 만찬'… 與 인사들 "해당행위 징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남 목포 지역 원로 정치인들과 저녁 식사를 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목포시지역위원회는 민주당 당적 보유자의 해당 행위가 확인되면 전남도당에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 등을 직접 사과하기 위해 지난 11월 10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 했지만, 시민들 항의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을 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로 이동해 전직 목포 시의원과 지역 정치인 등 10여 명과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폭탄주가 오가고, 필승을 기원하는 건배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 목포지역위는 10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목포에서 이광래 전 목포시의장 등 10여 명과 만난 후 DJ계와 면담했다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DJ계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통 DJ계를 만나고 싶고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고 싶었다면 오랜 시간 변함없이 민주당을 지켜온 원로 당원들을 만나 쓴소리를 들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포는 5·18 광주민중항쟁의 한복판에서 광주시민과 함께 싸웠으며, 고 김대중 대통령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해 온 자랑스러운 곳”이라며 “윤석열 후보의 목포에서의 정치쇼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목포지역위는 만찬 참석자 가운데 민주당 당적을 가진 이들에 대해선 참석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해당 행위가 확인되면 전남도당에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후보 측 관계자는 “오랫동안 권노갑 전 의원을 도왔던 분들을 만나 덕담을 나눈 것”이라며 “그분들이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녁 장소나 메뉴도 그분들이 준비했고, 윤석열 후보는 폭탄주를 먹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8살 많은 상관이… "공군 내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 있었다"
성추행과 2차 피해를 입고 숨진 공군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즈음에 또 다른 공군 부사관이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11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11일 강원도 원주의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도 여군 부사관이 사망한 사건을 확인했다"며 "피해자는 공교롭게도 이예람 중사와 같은 연차의 초급 부사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와 피해자는 계급이 하사와 준위로 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 나이도 가해자가 28살이나 많았다"며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숙소에 홀로 방문하거나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집 근처에서 간 것이 최소 일곱 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피해자에게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자주 보내고 전화도 걸었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는 3~4월 초와 4월 21일 두 번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음을 자백했다"며 "실제 4월 21일부터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수가 늘어난 점도 군사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그러면서 "8비 군사경찰은 변사사건수사 결과에 강제추행 관련 사실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며 "변사자는 자재관리 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체계 불안정에 따른 업무 과다, 코로나-19로 인해 민간보다 제한되고 통제되는 군대에서의 삶, 보직변경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군본부 법무실과 8전투비행단 군검찰, 군사경찰이 작당해 거짓말을 둘러대며 유가족에게 강제추행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음을 숨기고 사건을 축소, 은폐해 주거침입 등만 기소했다가 뒤늦게 슬그머니 강제추행 건을 입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사망의 인과관계를 살펴 가해자를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은 물론 아울러 사건 은폐와 축소를 모의해 온 수사 관련자 및 지휘계통에 대한 처벌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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