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육군사관학교(육사) 개조 작업’을 모두 원상 복구시킨다고 합니다.
‘독립영웅 흉상’을 재배치하고 백선엽 장군 관련 ‘웹툰’을 복원시킨 데 이어 공통필수 과목에서 전공 선택 과목으로 전환돼 ‘군 정신전력 약화’라는 반발을 산 ‘한국전쟁사’ 등 6·25전쟁 전사(戰史) 관련 세 과목이 내년 1학기부터 공통필수 과목으로 전환됩니다.
육군 관계자는 1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2019년 공통필수 과목에서 전공 선택으로 전환된 한국전쟁사·북한학·군사전략 등 3개 과목을 5년 만에 다시 공통필수 과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현재 공통필수 19개 과목이 내년부터 22개 과목으로 확대됩니다.
문 정부는 출범 후 국방백서 대북정책인 평화구상 실현과 연계해 ‘북한=주적’ 개념 삭제와 함께 6·25전사를 가르치는 3개 과목의 선택 전환을 단행하자 군 안팎에서는 ‘대적관(對敵觀)’ 약화와 군 정신전력 형해화란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육사 개조 작업 일환으로 6·25전사 과목 선택 전환에 앞서 ‘한국군의 뿌리는 독립군’임을 강조하기 위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를 통해 2017년 12월 “국군은 대한제국-의병-독립군-광복군으로 이어진 국군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내용의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 책자를 발간한 데 이어 2018년 3월 1일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을 가졌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육사 졸업식에서 ‘육사의 뿌리는 신흥무관학교’라고 밝힌 것은, 1946년 국방경비대 창설 후 초기 육사교장 등 간부들이 일본군·만주군 출신들이 포함된 것에 대한 ‘친일 프레임’ 씌우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앞서 육사는 지난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기로 했다”며 “나머지 5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박승환 대한제국 참령)는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의 기사 중에서).
요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로 여야가, 전 정권 인사들과 현 정권 인사들이 첨예한 갈등으로 서로 상대를 비난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는 생각입니다.
이 사달의 원초적 문제는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초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름만 특별전이지 초라하기 그지없다. 1층 귀퉁이 15평여 공간에 마련된 유리전시관 5개, 패널 부스 10여 개가 전부다. 전시품도 6·25전쟁의 참상을 담은 외국 매거진, 군복 두세 벌, 훈장 몇 개가 고작이다. 한미동맹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왜 전시했는지 모를 낡은 카메라 4점도 있다.
더 아연실색한 부분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실종이다.
눈을 씻고 봐도 그의 이름 석 자가 없다. 부스 2-3 ‘정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에는 “전쟁은 종료된 것처럼 보였지만 불안한 휴전상태가 지속되었고, 비극적 분단과 냉전체제가 고착되었다. 강력한 반공이데올로기를 표방한 한국 정부 요청으로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마침내 정식 조인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는 떨떠름해 하는 미국에 ‘단독 북진 통일’을 외치는 벼랑 끝 전술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한미동맹을 일궈냈다. 평가는 인색하다. ‘한국 정부 요청으로’라는 문구 하나로 한국의 운명을 고심했던 지도자의 심경을 뭉뚱그렸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은 단순한 역사논쟁이 아니다. 본질은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인식,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견해의 차이다.
원래 육사는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등 5인의 독립영웅 흉상을 모실 장소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탄생은 독립영웅들의 자체적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미국의 태평양전쟁 승리에 따른 부산물이었다.
미국은 1945년 8월 점령군으로 남한에 들어와 군정을 실시했고 같은 해 12월 군사영어학교를 창설했다. 당시 국내에는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 좌우익 인사로 갈라진 조선임시군사위원회, 조선국군준비대, 대한국군준비위원회, 중앙육군사관학교 같은 군사 단체가 즐비했다.
미 군정은 북쪽의 공산주의 물결이 거세지자 일본 육사와 만주군, 신흥무관학교 인사를 주축으로 훗날 한국군으로 자리 잡는 국방경비대 제1연대를 출범시켰다. 또, 장교 양성을 위해 1946년 5월 1일 국방경비사관학교를 창설했다.
이 학교가 육사의 모체다. 현재 육사 개교기념일도 같은 날을 쓴다. 씁쓸하지만 육사가 독립군 항일 무장투쟁 정신을 토대로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팩트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1절에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육사 충무관 앞에 설치했다. 다음 해 육사 75기 졸업·임관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육사의 역사적 뿌리는 100여 년 전 신흥무관학교”라고 선언했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친북·친중 노선으로 일관했다. 한미연합훈련도 멈춰 세웠다.
그들은 유엔사령부 해체로 이어질 정전체제 종식과 한미동맹 구심력 약화를 원했다. 그러려면 육사는 미국이 아닌 독립군과 광복군의 적통을 이어받아야 했다. 민족적 자긍심에 상처를 줄지 몰라도 사슴을 말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구나 독립영웅 5인 중 홍범도 장군은 1921년 자유시 참변에 개입된 의혹이 있다. 1927년 소련 공산당원이 됐고, 볼셰비키 활동도 했다. 육사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인 셈이다.
진보 진영에는 한미동맹을 푸대접하는 기류가 흐른다. 미국에 안보를 의탁하고 경제 성장의 꽃을 피웠건만, 한국이 미국에 선심을 쓴다는 태도가 묻어난다. ‘좌는 민주, 우는 독재’라는 인식에 갇혀 미국을 제국주의 침략국가로 여긴다. 낡은 운동권 사고다. 여기엔 지정학상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망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오판이다. 대국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국익뿐이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중국 쪽으로 다가간다면 미국은 언제든 손을 뗄 수 있다. 새로운 애치슨 라인을 그으면 그만이다. 남한 무력 점령을 노리는 북한이 간절하게 원하는 전개다.
올해도 육사에서는 300여 명의 생도가 배출된다. 전투·기술 병과 등을 부여받은 장교들은 유사시 위국헌신의 마음 하나로 또래 병사들과 최전선에 투입될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먼저 희생되는 것도 그들이다.
육사의 기원을 따져보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합당하다. 더 이상 정치적 이념을 위해 육사의 젊은 장교를 이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문화일보. 이제교 정치부장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이제교의 시론, 육사의 뿌리, 한미동맹과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군사영어학교”를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체했거나 아니면 정말 몰라서 이를 부정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신흥무관학교는 1912년 7월 20일(음력 6월 7일),만주 봉천부(奉天府) 통화현(通化縣) 합니하(哈泥河)에서 100여 명이 모여 신흥무관학교 낙성식을 가지며 시작되었습니다.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이미 문을 열었고 여기서 많은 독립군 장교들과 의용군들이 배출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신흥무관학교를 대한민국의 육군사관학교와 연관을 짓는 것은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경희대학교가 신흥무관학교의 후신이라고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재임시절에 그렇게 종전선언에 매달리고 북한의 눈치만 보더니 이제 그 업보가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