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
가시연꽃
양산 물금은 2024 여름 막바지에 하수처리장에 피어난 가시연꽃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인터넷 사이트에도 '양산 가시연꽃'이 사진과 함께 줄을 잇는다. 이른 아침 시각에 찾았는데도 초대형 렌즈를 장착한 사진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들은 부산에서 단체로 왔다지만 서로 흩어져 숨을 죽이면서 촬영에 매달리고 있었다. 작년 가을 이맘때쯤 유수지에 처음 가시연꽃이 관찰되었지만 그것이 1년 만에 넓은 하수처리장 전체를 덮을 줄은 몰랐다. 그땐 벌써 몇 년째 꽃을 피우며 영역을 넓힌 연꽃이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베리아 등지에서 찾아오는 겨울철새 고니에 꽂혀 자주 하수처리장을 찾았다. 이곳엔 집 나온 거위도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어쩌다 내가 한밤중에 들르기라도 하면 거위는 자신이 어디에 있다는 신호인지 소리를 꽥꽥 내질렀다. 녀석 덩치는 고니만큼이나 컸다. 오늘 낮 쌍을 이룬 두 마리 거위를 만났다. 카메라를 꺼내느라 배낭을 뒤지는데 먹을 것을 주는가 싶어 데크 바닥에 쪼그리고 졸다가 다가와서는 배낭 안을 이리저리 살핀다. 하지만 오늘은 카메라 장비를 담느라 건빵봉지를 빼놓고 온 터라 난감했다. 부산 사직동에서 온 키 작은 노인과 거위를 불러 기념촬영을 하는데 한 녀석은 먹이 때문에 토라졌는지 끝내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았다.
부산과 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금정산 고당봉이 하수처리장에선 동남쪽으로 가깝게 조망된다. 이곳 배수처리장은 2007년 봄에 생겼고 그 다음해 봄, 난 양산시민이 되었다.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하수처리장 바로 앞은 부산지하철 2호선 남양산역이다. 인터넷에 대부분 '양산 가시연꽃'으로 올리는데 양산 전역은 땅이 부산만큼 넓다. 그래서 인구 13만인 물금읍으로 표기해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배수처리장을 완전히 덮은 가시연꽃이 겨울철새가 돌아오면 어떻게 그들에게 자리를 내줄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