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영종대교 연쇄추돌 등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개편하는 등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여파로 건설현장의 안전도 도마위에 올랐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12월과 올해초 연달아 건설기계 가운데 굴삭기와 기중기의 안전대책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기중기 관련 자료는 천장크레인, 고소작업대(스카이) 등 건설기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장비들이었지만 일부 작업공정은 해당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면에 게재한다. 이번 호에는 정부가 건설기계와 관련된 어떤 안전사고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살펴본다.
◆ 굴삭기 버킷 탈락에 대한 대책은
현재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건설기계는 기계화 시공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성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에 비해 안전은 일부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전에 발생치 않았던 굴삭기 버킷이 탈락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09~2013)의 건설기계 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굴삭기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버킷 탈락이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굴삭기 버킷 탈락 사고 실태
현재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인 굴삭기는 약 13만여대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굴삭기는 버킷을 효율적이고 신속히 교체할 수 있는 퀵커플러를 장착해 사용하지만 퀵커플러 사용시 유압장치 이상, 운전자의 오작동 등으로 버켓이 탈락해 하부에 있는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안전처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자동차가 고속으로 중행 중인 고속도로에 버킷이 탈락해 주행 중인 차량을 가격할 경우 연쇄추돌로 인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대부분의 굴삭기 조종사가 안전핀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으며, 국내 일부 대기업들만 자체적으로 현장에서 퇴출 등 제재조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대부분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셈이다.
또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점검 시 적발되도 법규에는 있으나 제재 조항이 없어 특별한 제제를 할 수 없다.
호주의 경우 2014년 굴삭기 퀵커플러 사고로 자동잠금장치를 법으로 지정했다.
◆ 안전기준은 있는데 강제할 규정 없어
원인은 뻔한데 버킷탈락 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강제할 만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제12조의 9(퀵커플러))’에 따르면 굴삭기 버킷의 결합 및 분리를 신속하게 할 수 있는 퀵커플러를 설치하는 경우 안전대책을 정해놓고 있다.
▲버킷 잠금장치는 이중 잠금으로 할 것 ▲유압잠금장치가 해제된 경우 조종사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크기의 경고음이 발생되는 장치를 설치할 것 ▲퀵커플러에 과전류가 발생할 때 전원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하며, 작동스위치는 조종사의 조작에 의해서만 작동되는 구조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나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장비 임대업계에 따르면 안전대책 수립에 적극적인 극소수의 일군 건설사들만 자동안전핀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장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건설사에 버킷탈락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을 마련한다면 건설사가 버킷탈락 사고 예방에 힘 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규칙들이 강제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얼마나 업계의 입장이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안전처는 현재의 문제점을 이중안전장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굴삭기 안전관리 관련 법규만 있고 미이행시 제제조치가 없어 현장 책임자들의 안전의식이 부족하거나 조종사들도 이를 제대로 실천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국민안전처는 ▲제재조치 법제화, 과징금 징수 ▲신고자 포상금 지급 ▲불시 강력한 단속·제재 등을 제안했다.
◆ 용도 외 작업 사소한 부주의가 사고 원인
버킷탈락 사고는 굴삭기가 투입된 현장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는 재해 가운데 하나다. 버킷탈락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버킷 교환 중 휴대폰 통화를 하다 링크를 열림 상태로 작업 ▲현장 관리자와 대화 도중 링크를 열림 상태로 둔채 작업 ▲링크 내에 이물질이 끼어 덜 잠긴 상태로 작업을 진행 ▲링크와 관련된 전기장치 이상 ▲브레이커를 이용해 무리하게 리퍼작업을 하다 링크 유압이 밀려 붐 상향 시 탈락 ▲체크 밸브(안전밸브) 장기사용 시 미세하게 밀림현상이 발생해 발생 ▲유압이 누수돼 링크가 밀려 작업 중 버킷탈락 등이 있다.
산업안전공단의 버킷탈락 사고 사례를 보면 대부분 용도 외 작업과 무리한 작업이나 신호수 부재 등으로 인한 사고가 많았고 대책도 이를 예방과 안전핀을 체결하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현장 소장 등 건설사 관계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비 사업자의 안전 인식 수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건설현장 특성상 시간을 다투며 작업하다 보니 브레이커 작업 후 버킷으로 바꿀 때 안전핀 장착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종사의 방심, 착각, 무관심 등 조종사의 작업 집중력이 사고 유무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업자는 “안전핀을 내려가서 꽂고 다시 올라오고 기사가 계속 반복적으로 해야 되는데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는 빠르게 작업하는 것을 원한다”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결국 버킷탈락은 건설사와 장비 조종사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라는 결론이 지배적이다.
◆ 안전관련 부품 확대위한 제도 마련돼야
굴삭기 커플러(링크)의 안전장치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조종석에서 스위치 조작만으로 안전핀이 자동으로 체결되는 제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또 링크가 열렸을 경우 경보음이 울리는 장치도 개발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어태치먼트 제작사들은 이중잠금장치가 적용된 퀵 커플러를 판매하고 있다.
조종사가 안전핀을 확인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순간의 방심이 대형 인명사고로 확대될 수 있는 건설기계인 만큼 안전을 위한 부품도 관심을 갖고 설치해 보는 것도 비극을 막기 위한 방법이다.
한 굴삭기 안전핀제조업자는 안전핀 교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계산한 흥미로운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굴삭기(0.6㎥)가 하루 5번 버킷을 교환하고 월 20일동안 작업하며, 연간 10개월동안 현장에 투입된다고 가정할 때 1년에 270만원가량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 기중기 작업범위 확대 이뤄져야
또 안전처는 산업현장에서 크레인 줄걸이 안전사고가 연 평균 2천 건이며, 그 중 줄걸이작업 관련 사망재해는 매년 평균 78명에(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중대재해조사 보고서) 달해 대책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에 비해 4.4배나 높은 빈도, 일본의 35년 전 수준이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1973년도부터 줄걸이 자격을 가진 자만 줄걸이 업무가 가능토록 취업을 제한하고, 줄걸이 작업 안전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행하여 시행 8년 만에 사망재해자 수가 61% 급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안전처는 이같이 분석했지만 앞서 표 1, 2에서 살펴봤듯 이동식 크레인인 스카이, 카고크레인의 버킷 추락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유형의 사고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것이 건설기계인 일부 기중기를 이동식 크레인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교각내부 계측작업, 교각외부 작업, 윈드타워 작업, 경사면 천공작업, 건물 후사면 작업, 대형공장 외벽공사 등 업역이 겹치지 않지만 이동식 크레인 업체들의 반발이 커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이동식 크레인 사업자들도 기중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기중기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 펌프카 엔드호스 안전
최근 논의되고 있는 콘크리트펌프카 엔드호스 문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콘크리트펌프카 엔드호스에 관한 안전수칙이 산업안전보건법령상 규정돼 있지 않아 건설현장에서 펌프카의 엔드호스를 인양을 위한 붐대로 사용하거나 타설현장에서 붐대를 인부들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과부하로 인한 전도사고 또는 붐 파손이 일어나고 있다.
펌프카 엔드호스에 관한 안전수칙이 상기 안전법령에 마련될 경우 현재 안전수칙이 없어 현장관계자가 알지 못해 지키지 않는 사례와 건설현장이 알지만 현장사정상 지키지 않는 사례도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아울러 현장사정상 부득이하게 콘크리트 타설 길이를 확대하기 위해 엔드호스에 접속되어 연결호스를 사용할 경우, 펌프카 안전을 위해 공급될 연결호스의 사용압력 등급 등 제원 및 공급자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일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