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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설악산에서의 감동과 경건함, 대견함 등을 떠올리며 글을 올리는 지금, 전에 백두대간행 후에 느꼈던 몸의 뻐근함은 이번엔 신속히 사라진 듯 가뿐하기만 하다. 뭐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내몸의 체력테스트라 치부하는 이번 산행에서 나도 모르게 자랑스럽고 기뻤던 사실은 자칭 '기록감'이라 여길만한 시간의 단축이었다. 체력이 향상된 것인지 아님 더 독해진 것인지..^^..아마 여포선생님이 산행 중 말씀하셨던 '산행은 40이후부터 실력이 붙는다'는 말씀을 상기하면 질겨진 (독해진) 것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군생활을 울산바위 위쪽 토성면에서 한 덕분에 오색은 그 시절 2번이나 올랐었고, 제대후에도 2번 정도 더 올랐었는데 뭐 당시는 현재처럼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였다 할지라도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건만, 이번 산행에선 2시간 40분에 주파를 했던 것이다. 물론 2주전 백두대간을 탄 것이 내 몸에 상당한 질겨짐의 이유를 제공했던 것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겠으나 나도 경이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장비 갖추는 것이 늦어져 용이요님, 고려님, 그리고 여성산벗님 한 분과 제일 뒤늦게 출발했었고, 백곰님이 선두조는 15분전에 출발했는데 뭐하고 있는거냐고 일출을 보려면 서둘러야한다고 다그치는 소리에 쫓기듯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 만나는 이정표 2008. 2. 3 03:26>
지난번 대간행의 인연으로 용이요님, 고려님이 무척 반가워서 느긋하게 같이 동반하고자 생각하고 있었으나 마음보다 발이 앞서는 걸 어쩌란 말인가.. 아직 여유를 배우지 못한 것이라기 보단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앞서가며 늘 두 분께 미안한 마음이었다. 선두조를 따라잡아야한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다. 오색은 그 경사가 만만찮았던 것을 예전부터 뼈저리게 느꼈었기때문에 자칫 초반에 페이스를 잃으면 산행을 완전 망칠 수 있다. 오르는 길은 눈이 많이 녹아서 간간이 양지쪽은 아예 메마른 땅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턱을 넘어서면서부터일까 눈소리는 제법 기분좋게 뽀드득 거린다. 그 소리가 경쾌하여 알프스 요들송을 들으며 트레킹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내 질겨진 근육으로 인해 한 두 분씩 산벗님들이 내 뒤로 멀어져가고 좀더 오르니 무더기로 멀어져갔다. 그런데 걱정했던 여성산벗님들은 홀로 뒤떨어지신 분은 없는 것 같았다. 건장하고 사려심깊고 매너좋으신 남성산벗님들의 에스코트가 마치 VIP 경호하듯 한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혹시나 뒤처지신 분이 있었다면 나 또한 강한 남성스러움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ㅎㅎㅎ.. 이제 3번째인 내게는 아직 그럴 기회나 용기가 없는게 솔직한 표현이겠지.. 그렇지만 상당히 정상에 근접한 지점까지 앞서가던 여성 산벗님들이 몇 분 계셨던 것 같다. 내가 늦게 출발했다기보다 그 분들이 빠른 속도로 오르셨던 거다. 그 분들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여성들이라고 이런 산행에서 약자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수정해야만 한다. 몇몇 약자다운 초보산벗님들도 있으나 베테랑 여성산꾼들도 많다. 지난번 백두대간에서의 여성3인방을 포함해서 말이다.
대청을 1.5Km쯤 남겨둔 지점이었을까.. 누군가 낯익은 분이 빠른 속도로 내 앞을 앞서가신다. 바로 지난번 대간행에서 선두를 하셨던 '여포선생님'이셨다. 사실 오르면서 다들 낯선 분들이라 서먹서먹한 것도 있었지만 여포선생님을 뵈니 반가워서 인사하니 이내 알아보시고 반겨주신다. 사실 연세가 좀 있어보이셔서 이런 오색 비탈길을 그것도 정상을 얼마 앞두지 않아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가신다니 나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선생님 덕에 나도 많이 힘을 냈던 게 사실이다. 부지런히 쫓아 올라간 덕에 나는 선두조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오전 5시 56분에 대청봉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해가 뜨려면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려야할 터인데 처음 일출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강박감에 출발했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중청산장에는 벌써 사람들도 초만원이었다. 취사장 테이블에는 빼곡히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 이른 시각에 산장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니 설악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반증할 만하다. 마침 두 사람이 비집고 섰을 만한 자리가 나서 여포선생님과 나는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선생님이 라면을 2개 가져오시고 밥도 싸오셨다면서 같이 먹자고 권하신다. 나도 보온밥과 김밥까지 싸왔지만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선생님 덕분에 따뜻한 라면에 밥까지 든든히 얻어먹고 대신 나는 커피 한 잔을 권해드렸다. 그 와중에 끊임없이 다른 산꾼들이 밀려들었고, 그 중 '두꺼비산악회'에서 오신 젊으신 여성 한 분이 내 앞에서 자리를 잡고 버너에 불을 붙이려니 불이 붙었다가 자꾸 꺼지면서 애를 먹는다. 내가 나서서 불 붙이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버너가 낡아서 가스조절이 잘 되지 않았었다. 혹시나 햇빛이었으면 ㅎㅎㅎ 내 기사도를 멋지게 발휘하여 끝까지 풀코스로 에스코트를 했을텐데 두꺼비산악회란다. 두꺼비는 한계령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그 분께 사진 한 방을 부탁하고 여포선생님과의 추억을 사진에 담았다.
밖으로 나오니 주위가 어느새 밝아 있었다. 대청봉을 바라보니 회색구름이 날맹이를 뒤덮고 있었고 햇빛 소속인 듯 산벗님들이 한 두 분씩 내려온다. 구름때문에 대청에서 일출을 보기는 어려울 듯 했다. 대청에서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동해안에서 뜨는 일출을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ㅎㅎㅎ 나는 예전에 대청에서 일출을 본 적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번 산행에서 일출을 기대하셨던 나머지 분들은 속상했을 것이다.
중청에서 소청을 향해가는 길은 천불동계곡을 포함하여 내설악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아직 완전한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이라 그 광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구름사이로 어슴푸레 보이는 경관 또한 만족감을 주기 충분했다. 좀 늦게 오신 분들 사진속에서 몇 장 그나마 제대로 자태를 드러낸 설악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소청3거리 가는 능선에 있는 주목 07:35> 멀리 내설악이 보인다.
중청산장에서 소청3거리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 거 같다. 3거리에서 타산악회 소속 산꾼들이 어디로 갈까를 논의하는 듯 웅성이고 있다. 그 중 아마 혼자 오신 분인 듯 우리에게 백담사로 가는 길이 괜찮냐고 묻길래 산악회 정보로 산행이 가능하다고 일러주니 우리와 같이 일행이 된다. 그 분은 아마 11.7Km의 머나먼 코스에 혼자라면 적잖이 겁을 내고 있었던 것 같다.
<소청삼거리에서 07:38>
소청삼거리에서 10분쯤 봉정암으로 가는 길에 소청산장을 만난다. 길은 좀 비탈지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을 터놓은 터라 별 어려움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길이 아닌 곳을 잘못 밟으면 허벅지까지 푹 들어간다. 뭐 여기는 없겠지만 히말라야 같은 곳에는 크레바스가 있다고 하는데 잘못 디디면 그 위험을 알 수 없으니 조심해야한다. 소청에서의 온도는 -7C 였으니 아까 오색에서 출발할 시 고려님이 영상이라고 하던 걸 들었는데 날은 정말 푸근한 날을 골랐던 것 같다. 정상에서 영하7도면 뭐 정말 춥다고 얘기할 수 없는 날씨였던 것이다. 정상에서 바람도 별로 없었고 겨울 설악산행치고는 아주 양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소청산장에서 07:48>
소청에서 10분정도 더 내려가니 봉정암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기암절벽 아래 자리한 암자는 정말 금방 정선 선생의 산수화를 카피해놓은 듯 하다. 그 기막힌 풍경을 보고 있자니 예전부터 그리 와보고 싶었던 봉정암에 대한 한이 일순간 바람에 씻겨나간 듯 하다. 아래 사진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정말 멋진 사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당..^^
<봉정암 전경 08:02> 사진 중에 파란 벽을 가진 건물이 큰법당이다.
봉정암은 국내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개 사찰 (적멸보궁)중의 한 곳으로 그 사리탑에서 기도를 할 때 그 영험함이 유명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나도 이것 저것 빌 것이 많아서 (좋은 여자 ^^, 사업번창, 건강, 좋은 관계, 무사산행...등등) 여포선생님께 죄송했지만 잠시 기다려달라고 요청드린 후 큰법당에 가서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관세음보살, 문수보살님 등만 계시고 부처님은 모셔지지 않았다. 나는 혹시 부처님을 도둑 맞았나 등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그 이유는 바로 후에 알 수 있었다. 내가 법당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다른 등산객 한 분이 사리탑에서 내게 혹시 법당에 부처님이 계시냐고 묻길래 모셔지지 않았다고 하니 적멸보궁에는 원래 부처님을 모시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처음 들은 얘기이지만 진신사리가 있는데 굳이 부처님을 따로 모실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봉정암 사리탑에서도 소원성취 기도를 드리니 올 한 해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은 부푼 희망이 가득 자리하는 같다.
<봉정암 진신사리탑 08:28>
<봉정암 사리탑에서 바라본 대청봉 방향 08:29> 아래 봉정암 요사채가 크게 보인다. 나중에 저기서 개인적으로 템플스테이를 해보는게 염원이다.
사리탑 바로 위쪽에 돌로 가지런히 제단처럼 쌓아놓은 곳이 있는데 아마 전망이 좋기 때문에 부러 쌓아놓은 것 같다. 이곳에 오르니 멋진 용와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정상을 지나가면 오세암이 10리쯤 자리하고 있다. 이 전망대에서 설악산 매니아라는 한 분이 하루 전인가 등산객이 입산 금지되어 있는 내설악쪽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동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백담사까지 나 있는 눈 길도 길을 잘 아는 전문산악인들이 터놓은 거라고 하며 길 없는 설악산행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용와능선은 아주 위험하기때문에 관리소측에서 입산을 불허한다고 한다. 아래 사진을 보니 정말 용이 누워있는 (龍臥) 형상이며 무척 가팔라 보인다.
<봉정암 사리탑에서 본 용와능선 08:38>
아까 설악산 매니아분이 이제부터 리드를 하신다. 여포선생님, 적멸보궁에는 부처님을 모시지 않는다고 가르쳐주신 자상하신 아저씨, 나 이렇게 넷이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매니아분이 사자바위 전망이 좋다고 하시며 그리로 인도하신다. 처음에 나는 아래 사진이 사자바위인 줄 알았는데 (그 모양이 꼭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좀더 내려가서 사진에 있는 이정표에 있는 곳이 진짜 사자바위다. 그곳에 오르니 같은 햇빛이라고 바로 뒤쫓아오신 여성산벗님 한 분과 에스코트를 해주신 키크고 건장하신 남성산벗님 한 분이 고맙게도 사진을 찍어주신다. 그 말씀이 정겹기 그지 없다. 좀 있으니 '세상골'님과 '포세이돈'님도 사자바위에 오른다. 봉정암에서 느긋하게 기도하고 구경하던 참에 많은 분들이 우리를 따라잡으셨던 것이다.
<진짜같은 가짜 사자바위 08:49>
<사자바위 이정표 08:51>
하산길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30분쯤 갔을까 아래 사진의 병풍을 둘러친 듯한 가칭 '병풍바위'를 만난다. 보이는 면 전체가 암벽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가칭 병풍바위 09:24>
여기서 1시간쯤 더 내려갔을 즈음 우리는 '수렴동산장'에 도달했다. 도착 전에 '비올까'선생님과 다른 여성산벗님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여포선생님 말씀으로는 비올까선생님은 정말 산을 잘 타는 분이라고 했다. 우리가 선두였던 것 같은데 비올까선생님이 어느새 앞서가셨던 것이다. 김밥을 먹고 가라는 말씀을 정중히 사양하며 수렴동산장에 도착했던 것이다. 산장에서 비닐하우스로 만든 간이막사가 있었고 그 안에는 통나무를 깎아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몇몇 팀들이 먼저 와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여포선생님은 사과를 꺼내놓으셨고나는 뭐 대접할게 변변치 않아서 둥굴레차를 권해드렸다. 보온병물이 많이 식어서 제대로 우려나오지 않은 것 같았지만 선생님은 단숨에 들이키시고 나도 차 한 잔 하라며 잔을 비워주셨다. 좀 있으니 아까 비올까선생님과 여성산벗님이 들어오신다. 후에 뒤풀이시간에 들은 얘기인데 여기 산장지기분이 '세상골'님과 '포세이돈'님에게는 공짜로 막걸리를 권했다한다. ㅎㅎ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매점에라도 가서 주인장 앞에서 기웃거려볼 걸 생각했다. 조만간 산장이 없어질 거라는, 국가가 매입하여 주인장은 떠나야될거라고 뒤풀이때 백곰님이 말씀하셨던 것 같다. 산장 바로 아래 (20분거리) 영시암이 복원중이던데 그게 들어서면 산장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은 뻔할 것 같았다. 다행이 아직 존재할 때 들를 수 있어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수렴동산장 10:21>
<수렴동산장에서 15분거리 아래에 있는 이정표 10:51>
<복원중인 조계종 영시암 10:54>
이후부터는 계곡을 따라 평탄하면서도 다소 지루한 트레킹로가 펼쳐진다. 봉정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사실 계곡물줄기를 따라 계속 내려오는 코스다. 여기서 우리를 무섭게 쫓아오던 젊은 남녀 산벗님들이 계신다. 두 개의 스틱을 스키 타듯 능숙히 다루시며 꼭 크로스컨트리하듯 재빠른 보폭으로 축지법을 쓰는 것처럼 따라오신다. 아까 도중에 남자분이 경사로에서 엉덩이스키로서 미끄러지길래 여성분이 무릎이 아파서 그런다고 얘기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어찌 저렇게 빨리 따라올 수가 있지 저으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포선생님께 넌지시 바싹 다가온 젊은 커플을 얘기하니 갑자기 선생님도 더 빠른 축지법을 쓰신다. 이제는 아주 순탄한 코스로서 몸이 완전히 적응되어 발걸음이 날아갈 듯 하다. 두 분에게는 미안했지만 다시 우리는 한참을 앞서게 됐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두 분도 햇빛산악회 소속이셨고 우리는 다시 백담사 찻집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백담사로 향하는 평탄한 계곡길 11:30>
<설악산 자연보호구역 안내판 11:41>
<백담사 매표소에 있는 설악산 등산안내판 11:43>
드디어 백담사 바로 위에 있는 매표소에서 위 안내판을 보니 산행도 이제 막바지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근데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현재는 마을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기때문에 할 수 없이 걸어가야했기에 1시간 반 정도를 더 잡아야 했으므로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여포선생님 좌측 개울건너 백담사가 보인다. 11:47>
백담사는 작년 여름에 한 번 왔다가 (당시에 봉정암을 가려고 했으나 안내소에서 미리 봉정암을 신청한 사람외에는 입산할 수 없다고 한다. 훼손때문에 출입을 금한다고 했었다.) 만해 한용운선사 기념관보다 전두환 전대통령부부가 거처했다던 곳에 더 많은 관광객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고 참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느꼈었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출가하여 수도하시며 독립운동과 더불어 불교 발전을 위해 헌신하시던 유서깊은 사찰이다. 현재는 전두환 전대통령으로 인해 셔틀버스까지 생기고 관광객이 끊임없이 오는 부유한 사찰로 변해 있었다. 절에서는 만해기념관외에 일해기념관 (일해는 전두환의 호)을 하나 더 지어야할 판이다. 세상의 부는 분명 비상식이라고 하는 곳으로도 몰려다닌다. 돈 버는 사람들이 주의해야할 점이 바로 이 점일게다.
여포선생님과 마신 백담사 찻집에서의 '십전대보탕'은 작년에 마셨을 때 느끼지 못한 정말 끝내주는 맛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얼마나 오래 중탕을 했을까.. 그 약초의 깊은 맛이 혀끝에 글을 쓰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나는 혹시 십전대보탕에 지네나 굼벵이 이런 게 들어가 있을까봐 찻집여주인에게 여쭈니 약초로만 만든단다. 지네나 동물성재료는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긴 절이니 동물성이 들어갔을 리는 없을 듯 했다. 십전대보탕의 맛에 흠뻑 취해 있을 무렵 아까 축지법을 쓰던 젊은 남녀 산벗님들이 찻집문을 빼곡히 열고 안을 들여다 본다. 나는 반가운 나머지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여기 십전대보탕이 맛있다고 권했다. 용케도 무릎이 아프면서도 빨리도 내려왔다. 그 남성 산벗님은 군대에 있을 때 무릎을 다쳐 아직까지 아프단다. 무릎이 아플때는 여포 선생님 말씀대로 주변 근육을 강화하여 무릎 부하를 줄이거나 보호하여야하는데 오늘같은 무리한 산행은 좋지 않다고 하니 원래 초보산행 코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가는 코스)를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그 코스가 없어져 하는 수 없이 오색에서부터 타고 왔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 닉네임을 여쭤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고픈 분들이다. 나는 그분들께 백두대간행을 권해드렸고 여성산벗님은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며 차차기를 기약한다고 한다. 아니 아까 축지법을 쓰시던 분들이 그리고 여포선생님과 내가 선두를 내려왔는데 바로 따라서 오신 분들이 준비가 안됐을리가..?..
백담사에서 용대리 매표소까지 가는 길은 정말 지루함과 피로함의 극치였다고 할까. 그리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을 걸으려니 그나마 파김치 일보직전인 마지막 구간에서 정말 힘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거다. 1시간 반 정도를 더 걸어서 내려와야 했는데 다행이 여포선생님과의 즐거운 이야기로 그 피로함과 지루함을 잊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포선생님은 대단하신 분이다. 연세도 많으신데도 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시고 산을 잘 타시니... 그 비결은 언제나 운동을 생활화하시고 부지런히 산을 자주 찾으신다는 것에 있으신 것 같았다. 좀 있으면 고등학교 선생님을 정년퇴임하신다고 하시니 가히 짐작을 할 수 있겠지만 신체나이는 20/30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실 것 같다. 배드민턴 전국대회 (사회체육)에서도 7번이 우승하시고 유도에 못하시는 것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시다. 선생님 덕분에 이번 설악산행은 그야말로 즐겁고 행복했다. 등산관련 많은 노하우며 건강관리 비결등을 많이 알려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언제나 건강하신 모습으로 같이 산행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용대리 매표소 13:33>
드디어 설악산행이 끝났다. 마지막에 좀 힘들었으나 기분 좋은 산행이었던 것 같다. 원진식당 뒤풀이때 이번이 두번째 산행이라던 '오영웅'님도 마지막구간에서 다리를 저는 것을 보았는데 인대가 늘어났다고 하셨으면서도 무사히 완주하신 것에 축하를 보내며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좀 있다 합류하신 '세상골'님과 '포세이돈'님, 그리고 백곰님까지 좁쌀동동주가 독했다하더라도 그 맛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세상골님과는 우연히 갑장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돼서 더욱 반가웠던 자리였다. 사실 우리나이엔 도대체 나이를 잘 가늠할 수 없어진다. 신사동 식당에서 백곰님의 말씀에 크게 한번 웃을 수 있었다. 백곰님께서는 내가 나이가 더 많은 줄 알고 계셨다는 것이다. ㅎㅎㅎ ... 내가 생각해도 내가 더 들어보인다. 얼굴도 약간 삭고 머리도 많이 빠졌으니... 그러나 앞으로 산행을 많이 하고 나면 보톡스 맞지 않아도 내 콜라겐들이 탱탱하니 젊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내 친구는 일찍부터 머리가 심하게 빠져 가발 쓴지 꽤 되는데 나도 가발을 고려해봐?? (하이모? 밀란?) ㅎㅎㅎㅎㅎ...
일찍 설악동쪽으로 내려가신 분들이 많다고 하던데 다들 무사히 생각보다 일찍 하산을 하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늘 건강하게 산행에서 친분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글을 쓰는 지금 많이 늦은 시각이나 산행에서 얻은 건강이 든든하네요..
감사합니다.
무강 배.
첫댓글 습작력이 뛰어난 분인 듯해서 눈여겨 봤는데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셨군요.충실한 기록 또한 많은 사람들의 산행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토왕폭을 리드하셨던 운영진분 중 한 분이시지요? 어느 분인지 알 것 같습니다. 사실 토왕폭도 가고 싶었지만 내년을 기약해야할 것 같습니다. 1년에 2일만 연다니 말입니다...^^
재미있는 산행후기 잘 읽고 갑니다. 백담사에서 권해주신 십전대보탕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40이 안되었으니 제 산행실력은 아직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으로 듣고 기대해 보겠습니다.
ㅎㅎㅎ..그 축지법의 달인이셨군요.. 어찌 무릎은 좀 괜찮으신지요? 산행과 무릎은 정말 불가분의 관계인데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관리 잘 하세요..사실 말이지 파라미타님은 대간을 타셔도 무방하실 듯 해요.. 무릎만 받쳐준다면 말이죠.. 나이와 산행실력은 산지식인이신 여포선생님 말씀이시니 맞을 거에요.. 다음엔 백두대간에서 함 뵙기를 기대합니다..^^
멋진글 잘봤습니다...^^
세상골님은 산 잘 타실 것처럼 보이세요.. 지금은 즐기시면서 벗들과 함께 하시는 레벨이신거 같군요..저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 되겠지요...여유로운 산행..^^
멋진 산행기와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설악산 자체가 멋지니 그 감동 또한 누구나 멋지실거 같습니다...
진신사리탑에서 바라보는 용아장성릉은 언제나 경이롭습니다. 진신사리탑에서 오세암가는 길은 작년2월 초순에도 산행경험이 있는 40대 두분도 동사하셨던 구간이라..참 험합니다. 눈 쌓이면 길을 잘 아는 분들도 길을 잃거든요. 글과 사진이 유익하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담 산행기도 기대합니다. 늘 안산하세요.
오세암 넘어가는 길이 그리 험한 줄 몰랐습니다. 사실 봉정암에 온 이상 오세암으로 해서 하산도 고려해봤지만 그리 했다면 잘못하면 불귀객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저 멋진 설악에 그런 일이 있다는게 믿겨지지 않지만 과하면 화가 된다는 세상이치와 같은가 봅니다. 중용의 미덕..또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간듯한 착각이....^^ 글 잘쓰시네요 같이 산행해서 그런지 감동이 두배 백두에서 뵈여....^^
명산은 사람을 키워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길래 산행을 즐기시는 분들은 산의 미덕을 배우고 비슷한 공감을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2주후 다시 차갓재에서 뵙기를...^^
구구 절절한 글솜씨가 제가 걸어온 곳을 한 눈에 그린듯 보이네요. 그리고 저의 다리 회복에 대한 기원 감사 드립니다. 대단한 글솜씨 훌륭하시네요 즐감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선배님들 (여포님,무강님,세상골님,포세이돈님,백곰님) 많은 가르침 감사했습니다. 몇 분이 더 계신데 닉네임이 생각이 안나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리오며 다음 산행에서 뵙겠으며 ... 마라톤에서 다친 인대 회복되면 백두에도 참석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든분 즐거운 명절이 되길 기원하고,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이번이 2번째라시면서 아주 훌륭히 산행을 마치셨습니다. 인대는 회복이 오래 걸리는데 마사지 잘 하시어 속히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산행인들의 염원인 백두대간에서 뵙지요..^^.. 오영웅님도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시고 올 한 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기를...
산행후기를 읽노라니 지금도 산행을 한다는 착각이 들어요~ 햇빛에서 대간산행외 일반산행을 처음하면서 아름다운 설산과 경치, 같이한 무강님외 모든산우님들, 구구절절하고 섬세한 글솜씨에 멋진 사진들까지....이렇게 마음이 풍요롭고 즐거울 수가없네요! 백담사에서의 십전대보탕~ 그 힘에 끝까지 힘있게 산행한 것이 아닌가....? 지금도 그 맛의 여운이 살아 있는듯...같이한 산행 즐겁고 보람되였습니다. 즐겁게 설 명절 잘 보내고 대간길에서 만남을 기약하지요.~~^^*
선생님과 같이 할 수 있어 더욱 보람되고 의미있는 산행이 되었습니다. 가르쳐주신 무릎연골보호법 등 귀중한 요령들 잘 기억하겠습니다. 지속적으로 산악회 등산을 참여하면 올 연말쯤에는 선생님처럼 강인한 산꾼에 접근할 수 있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자주 산행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설 연휴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