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4학년때 우리집은 청운동에 있었고 작은집은 종로 관철동에 있었습니다 방학때가 되면 의례히 1살 아래인 아제와 단짝이 되어서 파고다 공원에 자주 놀러를 갔었는데 중간 쯤에 중국인이 경영하는 술도가 앞을 지나가는데 조금 뚱뚱한 아지매가 뒤뚱뒤뚱~거리며 걷는게 그렇게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며 걸었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여인도 전족(纏足)을 한 여자였나 봅니다 이미 사라진 중국 청나라 시대에 유행한 풍습인데 900년이나 지속됐다니 여인들의 고통을 알만합니다 전족은 여자가 태어나면 3~4살때 천으로 발가락을 동여매서 빨리 걸을 수 없도록 만들었는데 이런 풍습은 완전히 남성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장아장~걸으면 대퇴부에 힘이 들어가서 캐겔운동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론 빨리 걷지를 못하니 여자가 도망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하지요 여인의 아름다움은 "발이 작아야 된다"라는 이상한 풍문을 퍼뜨려서 여자라면 누구나 전족을 해야만하는 필수 코스였었나 봅니다 일본인들을 외색적으로 알고 있지만 전족은 인간의 기본활동을 방해하는 악습이였지요
시대적으로 미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고 하지요 모나리자 시대엔 이마를 넓게 하려고 눈썹을 밀었으며 아프리카의 여인은 목이 황새처럼 길거나 입술이 넓쩍해야 미인 소리를 듣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요즘은 자연미가 갖춘 여인은 한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60년대에 배우들이 진짜로 미인들이지요 그때는 성형이라는 말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우리들 어머니 시대엔 모두가 납짝하게 머리를 빚고 비녀를 찔렀으니 무슨 인물이 나겠습니다 그래서 "쪽진 미인"이 진짜 미인이지요 지금도 진짜 미인을 보려면 사극에 비녀를 찔러서 예쁜 여자가 진짜 미인입니다
옛말에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옷을 벗고~ 남자는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한테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만 두리뭉실하게 적당히와 타협하며 살아온 평생에서 목숨을 바칠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도 어쩌면 크나큰 행운이라서 지금까지 숨을 쉬고 있는 모양입니다 ^^ (류우천님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