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요, 신앙(거창제일교회) 24-6, 헌신예배는 드리지 못했지만
6여전도회에서 헌신예배 드리는 날이다. 김성요 씨도 오늘을 위해 찬송 ‘두렙돈’을 오래전부터 연습했다.
드라이브하는 길, 차에서 두렙돈을 들으며 따라 불렀더니 어느새 자연스레 곡을 익혔다.
헌신예배 드리는 날, 단정한 복장으로 찬양하기 위해 대구에서 스카프도 샀다.
오후 예배가 시작되기 전, 거창제일교회 1층 교육관에 6여전도회 회원들이 모여 찬양 연습을 한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합창하고, 대열을 맞춘다. 곡이 변주됨에 따라 회원들이 선 대열도 조금씩 바뀐다.
“성요 씨는 여기 제일 가운데에 서면 좋겠어요.”
유지현 권사님께서 김성요 씨에게 합창 대열 중 정중앙에 서 달라 요청한다.
김성요 씨가 잘 보이면서도, 곡의 흐름과 상관없이 대열을 계속 유지하는 자리다.
김성요 씨가 헌신예배에 함께한다는 걸 드러내면서도, 찬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리.
유지현 권사님을 비롯해 6여전도회 회원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김성요 씨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셨을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몇 차례 연습을 거듭한다. 김성요 씨도 회원들과 함께 입을 맞춘다.
회원들이 성요 씨 연습 많이 했다며 격려해 준다. 곧 오후예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가야겠다.”
“성요 씨, 이제 예배드리러 가요.”
6여전도회 회원들이 연습을 마치고 2층 예배당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쩐지 김성요 씨 발걸음이 무겁다.
교육관을 나선 김성요 씨는 1층 로비에 앉았다. 2층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회원들은 이미 2층 예배당으로 모두 올라갔다.
“김성요 씨, 조금 있다가 갈까요?”
직원의 물음에도 굳은 표정으로 답하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일단 채근하지 않고 옆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10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2층 예배당에서는 이미 김성요 씨가 연습한 찬양곡이 흘러나온다.
6여전도회 회원들이 헌신예배를 드리는 중이다.
그 소리를 들은 김성요 씨가 마침내 입을 열고 직원에게 말한다. 집에 가고 싶다고.
헌신예배를 지금 함께하기에는 이미 늦었기에 김성요 씨 뜻에 따라 집으로 향한다.
차에 올라 집으로 가는 길, 백미러로 흘깃 김성요 씨 얼굴을 보니 표정이 평온하다.
그제야 직원도 김성요 씨가 어떤 마음인지 묻는다.
“성요 씨, 그런데 아까 왜 헌신예배 드리러 같이 안 갔어요? 그동안 연습 열심히 했잖아요.”
“연습 잘했는데, 안 하고 싶었어요.”
1층 교육관까지 갔을 때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단다.
그런데 6여전도회 회원들과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오히려 더욱 긴장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2층으로 가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김성요 씨는 누군가의 앞에 나설 때 많이 긴장한다.
작년 헌신예배 드릴 때는 연습 없이 바로 무대에 섰는데, 찬양 마칠 때까지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노래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전에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집에 도착해 6여전도회 SNS에 김성요 씨 상황을 설명하기로 한다.
갑작스레 김성요 씨가 나타나지 않아 회원들이 당황하셨을 듯했다.
김성요 씨와 함께 찬양하려고 회원분들도 마음 써 준비하셨는데, 죄송하기도 하다.
김성요 씨와 나눈 이야기 그대로 회원들에게 전한다.
연습하다 보니 오히려 더 긴장이 되었다고,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오후예배 후에 6여전도회 회원들이 답장을 보내온다.
모두 그렇지 않아도 김성요 씨가 왜 오지 않았는지 궁금해했다고,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다음에는 꼭 함께하자고 한다.
내심 이렇게 갑작스런 일이 있었으니, 내년에는 김성요 씨 헌신예배 대신 다른 일을 생각해 보자고 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김성요 씨 상황을 헤아리고 다음에는 함께하자고 먼저 말씀해 주시니 참 감사하다.
이번 일로 김성요 씨와 헌신예배 준비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그 방법을 더 잘 알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준비한 헌신예배는 드리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신은혜
성요 씨가 긴장을 많이 했네요. 누구나 무대에 대한 공포가 있죠. 자기의 감정 잘 전해 줘서 고마워요. 신아름
그런 날 그런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내 기분 내 감정 들킬까 봐 주저하거나 다르게 행동할 때가 있고요.
성요 씨가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그 감정을 알아봐 준 여전도회 회원과 신은혜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월평
첫댓글 “연습 잘했는데, 안 하고 싶었어요.”, "사전에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저도 신은혜 선생님의 기록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연습만이 살길',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고 하지만 꼭 그만큼 잘 해야 하는 걸까...?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게요. 김성요 씨 상황 헤아리고 살펴주시는 회원분들이 참 고맙네요. 여태껏 애써 준비한 수고와 노력을 생각하면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았을텐데 성요 씨 마음 알아준 신은혜 선생님의 마음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