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30 일 달라스시에 와서 가까운 친척 한 사람이
한국에 일 보러 간 틈새를 매꿔주며
2개월 반을 보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을 봐주느라 도시 안에서만
오갔을뿐이서 우물안 개구리 신세였다.
2월 중순 일이 끝나고 여행을 하며 이곳의 풍광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리라 마음 먹었던 시간이 돌아왔다.
서부도 보고 동부도 보고 싶지만 그보다 우선 그 동안 와 있었던 근거지가 있는
텍사스부터 보기로 했다. 텍사스는1830년대 전반 멕시코에서 독립하여
약 10 년간 독립국가로 지내다가 자진하여 미국 연방국가에 편입했다.
남한 면적의 약 7 배 크기의 영토를 지닌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주이고
그것도 대부분 평야지대이어서 대단한 저력을 지닌 곳이다.
거기에 석유 매장량도 많아서 미국 제일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고
지금도 진행중인 경제위기 가운데서도 가장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주이다.
인터넷 모임 회원 가운데서 텍사스에 사는 사람들을 찾아봤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 내 이러이러한 목적으로 텍사스를
먼저 보고싶은데 혹시 시간이 있고 집에 방이 여유가 있으면
좀 알려달라. 가게 되면 한국의 민박비 정도를 드리겠노라 고 광고를 했다.
휴스톤과 그 중간 칼리지스테이션에 각각 사는 회원 두 사람이 찾아졌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잘 아는 사이였다. 이번 여행은 칼리지스테이션 회원을
만나 함께 휴스톤을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 1 편은 낯선 텍사스 길을 어떻게 찾아갔고
가는 길에 무엇을 보았는가 에 촛점을 맞춘 글이다.
지난 2 월 19 일 드디어 길을 나섰다. 칼리지스테이션까지는 고속버스(그레이하운드)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하루 한 편뿐인 버스가 낮 12:15 에 출발하여 오후 5 시가 지나서야
현지에 도착하며 양 도시의 버스터미날에서 집까지 연결되는 대중교통편도 쉽지 않아서
막판에 자가용을 몰고 가기로 바꿨다. 그래서 생전 처음 미국 땅에서 단독 장거리 자가용 여행이 시작됐다.
여행을 마치고 보니 처음 기름 값이 십 수만원에서 이십 수만원까지 될거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30 달러로 가득 채운 것 한번으로 왕복을 거뜬히 마쳤다.
고속버스 편도 요금도 채 안되는 연료비로 627 킬로미터를 달렸다.
어느 구간에서도 교통체증 한번 겪지 않고
전 구간을 규정속도 이상으로 기분 좋게 달렸다.
이날 달라스 날씨는 최고 섭시 22 도, 최저 섭시 16 도, 구름낀 하늘로 자동차 여행에 알맞았다.
인터넷 길 찾기에 의하면 목적지까지 196 마일(313.6 킬로미터), 차로 대략 3 시간 39 분 소요.
경로는 휴스톤 가는 45 번 고속도를 따라 달라스 경계선에서 65 마일쯤 가면
14 번 지방도로 갈림길이 나온다.
14 번 도로로 60 마일쯤 달리면 6 번 지방도와 합쳐진다.
6 번 도로로 49 마일을 더 달려 계속 내려가면 칼리지스테이션에 맞붙은 브라얀이다.
주요 경로 요약 메모.
현지 마을길 부분은 세세히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인터넷지도에서 이 부분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자세히 그려 가지고 갔다.
그래서 수 백미터 가까이 접근했을 때부터는 골목길 표시 하나만 봐도 내비게이션 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경로표시 화살표대로 따르지 않고 첫 아랫쪽 커브를 돈 다음 첫 골목 Hickory Road 로 들어서서 골목 이쪽 저쪽의 목장에 있는
말들을 차를 세우고 구경하며 여유 있게 갔다.
갈림길이 많은 부분. 이런 곳에선 네비가 있어도 길을 잘못 들기 쉽다. 그러니 더욱 자세히 그려서 보면서 길을 선택해야 한다. 더 앞 지도의 TX 6 Frontage 부분인데 실제로 이 부분에서 도로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길찾기 화살표 작은 길 진행방향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큰 길로 계속 직진을 해야 했다. 위 골목지도의 아래 6 자 쓰인 교차로 부근에서 철길을 건너 90 도로 우회전해서 정상코스 Rock Prairie 길로 접어들 수 있었다.
목적지 주위 인공위성 사진을 디지탈카메라에 담았다. 도착지에서 실제 그림이 맞는지 비교해볼 목적이다.
11:10 차의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섰다.
달라스 남동쪽의 다운타운 옆에서 45 번 고속도가 시작된다.
고속도로 초기 구간, 약간 언덕길.
곧게 뻗은 도로 위 파란 하늘에는 흰 구름들이 수놓아 있다.
계기판 왼쪽 푸른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크루즈콘트롤 표시등.
이 때 달린 구간은 제한속도 시속 60 마일 구간이다.
보통 10% 까지 초과하는 것이 허용되어 60 마일로만 가면
다른 차들에 걸림돌이 된다.
크루즈콘트롤 참 편리했다. 양쪽 발들은 한가롭게 쉬기만 하면 된다.
속도를 지정해 놓으면 엑셀레이터나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그 속도를
유지해준다.
연료효율 표시에 54.4 mpg 로 되어 있는데
리터당 23 킬로미터씩 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소형차로
연료효율이 높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은 없다. 지평선이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저런 땅에서 어느 날 기름과 가스가 터져 나온다. 목장을 하다가 원유가 발견되어 큰 보상을 받았다 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소규모로 원유를 뽑아올리는 시추기가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중간중간 보인다.
그렇게 나온 원유의 일부가 세계 원유시장에서 가격표시 기준으로 자주 인용되는 텍사스중질유이다.
무슨 작물인지 싱싱한 푸르름을 자랑하는 넓은 농장과 집.
목장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들, 그 옆에는 소들이 마실 물을 비축하기 위한 저수지가 보인다.
텍사스 농민들은 넓은 땅과 따뜻한 기후를 이용하여 소들을 방목해서 골격을 키우고 어느 정도 자라면 곡물이 대량 생산되는
중북부지방의 주에 있는 비육단지로 소들을 팔아 보낸다. 넓은 목장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으며 저들끼리 자유롭게 자란 소들은
힘이 좋고 날쎄다. 그런 소들을 자라는 도중 필요할 때마다 붙들어 예방접종을 하고 목표치까지 컸을 때 붙둘어 차에 실으려면
숙련된 카우보이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소몰이 개들과 빠른 속도로 소떼를 쫒아가 따라 잡을 말들을 데리고 와서 작업을 한다 고 했다.
14 번 도로 옆으로는 철도가 나란히 달린다. 그러나 달리는 기차는 한 시간 이상 보지 못했다.
옛날에는 사람들을 실어 날랐을 기차와 철로들이 도로의 발달과 자동차 보급의 확산으로 이 구간은
더 이상 여객운송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간간이 화물운송용으로 이용되며 명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목장과 목장 경계선에는 대부분 큰 나무숲이 띠처럼 이어져 있다.
고속도로 주변은 온통 목장과 초지, 또는 대규모 경작지들이다. 이 날 달린 3 백 킬로미터 이상 구간 대부분이 이런 목장들이고 마을이나 나무숲은 5 % 구간도 차지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먼저 타고 가겠다 통보한 고속버스 대신 자가용으로 일찍 출발해서 가고 있다고 알려야 한다.
간단히 점심도 먹을겸 편의점에 들렸다.
피자 한 조각을 사서 집에서 가져간 오렌지와 함께 먹었다.
목적지 칼리지스테이션 외곽. 왕복 2 차선 도로가 끝나고 중앙선이 없는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이제 목적지까지 1.5 마일(약 2.4 킬로미터).
여기 오기 전에 두어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으니 차를 한 쪽으로 최대한 붙여 세우고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예고한 고속버스 도착 예정시각보다 2 시간 먼저 온 셈인데 맞아줄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도착 예정 시각 직전까지 직장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 그 집에 완전히 도착하기 전 한,두 시간은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이것 저것 둘러볼 작정을 했다.
이 집, 저집 한가한 전원주택과 나무, 새들을 둘러보며 사진에 담고 이국풍경을 유심히 살폈다.
한 참 뒤에 전화가 걸려와서야 통화를 했다.
첫댓글 즐거운 여행길 즐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