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행보관, 정식명칭(?)은 행정보급관.
제가 있을땐 그랬는데, 부대마다 다른건지 아님 시기마다 다른건지 인사계, 행정관 등으로 부르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혹시 군에 안 다녀오신분들을 위해 설명을 좀 하자면.
각 중대마다 한분씩 계신 상사 계급의 분들을 이야기합니다. 주로 하시는 업무는 중대에 각종 물자 보급, 생활에 필요한 부분 지원 등입니다. 중대장이 중대의 모든 군사업무를 담당한다면, 행보관은 그 군사업무를 시행하기 위한 모든 물품 및 생활 기자제등의 보급을 담당하시죠. (제가 겪은바론 그렇더군요)
그래서 중대장급이 병사들의 아버지, 행보관들이 병사들의 어머니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 행정 보급관들은 상사 계급이다보니, 계급상으론 소위 보다도 낮지만. 하사에서부터 시작해서 중사를 거쳐 상사가 되신 분들이니만큼 보통 1~20년은 군생활을 하신분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소위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중위나 대위도 (직위상으론 하위지만) 거의 동급으로 대우를 해줍니다.
그만큼 짬밥이 되다보니, 어지간한 소위-소대장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 말년 병장들도 행보관들 앞에선 꼼짝 못하고 벌벌 떠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고요. 그렇다보니 안좋은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제가 행보관을 처음으로 접한건, 자대배치 받고 며칠 있다가 신병들 각각 개인면담을 하시더군요.
그때 대충 하신 말씀이.
군대 예전하고 다르다. 병장 씨불넘들이 깝싸면 나한테 얘기해라. 내가 개박살을 내줄텡께. 편한곳이라 하긴 힘들지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열심히 생활하면 즐겁게 지낼수 있을꺼다. 생활하면서 불평 불만, 힘든거 있으면 나한테 직접 다 얘기해라.
뭐 이런거였습니다. 신병들한테 (거친 외모와 두려울정도의 등빨에도 불구하고) 너무 따스하게 대해주시고, 잘해주셔서 참 좋더군요.
그 이후로도 계속 신병들은 위해주셨고, 반대로 병장들은 수시로 박살을 내주시더군요.
짬밥안되는 소대장들이 정당한 명령을 내려도, 짬밥으로 개무시하던 병장들이.
행정보급관이 내리는 불합리한 명령에도 벌벌 기면서 따르는게 참 재미났었죠.
예를들어, 사격 후 소총 분해 청소(?)라는 당연한 명령을 소대장이 내리면 하는척 하다가 px로 튑니다. 당연하게 나가야 되는 교육훈련에도 갑자기 심각하게 졸리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무반에 처박혀 자는게 병장들이죠.
반대로 누구나 편히 쉴수 있는 휴일이고, 전 중대원들이 각자 하고 싶은거 하면서 널부러져 있을때도, 누워있는 병장만 골라서 뒷통수 후려 갈겨가면서 깨우는건 행보관이죠. 당직 근무 서고 아침 먹고 교육훈련 나가는거 보고 이제 잘려고 눕는데도 "이런 게을러 터진 색히가 언제까지 퍼질러 잘생각이야!" 하면서 9시에 깨워서 교육훈련 쫓아보내는것도 행보관만이 할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정작 제가 병장이 되어보니 겉으로만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더군요.
물론 여전히 병장만 괴롭히고, 신병들에겐 천사의 미소를 지어주시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짬이차면서, 병장이 되면서, 분대장이 되면서, 중대본부에 자주 있고, 당직 근무를 서면서 행보관과 직접 마주대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다른면이 보이더군요.
예를들어, 소대장 추천 휴가로 일병이 올라옵니다. 행보관이 옆에서 슥 보더니 궁시렁거립니다.
"근데, 그 소대에 XX병장 내가 일시켜서 고생 좀 했었는데"
소대장은 절대 행보관 말 무시 못합니다. 어찌해라 안그러고 옆에서 저렇게만 이야기해도 휴가 추천자는 병장으로 바뀝니다.
제가 당직 근무를 선 다음날이 하필이면 전투장비지휘검열 당일이였던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검열 당일날은 미친듯이 바쁘고 정신 하나도 없습니다. 차마 그 꼴을 보고 그냥 잘수가 없어서, 검열 끝날때까지 잠 안자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끝까지 일 돕다가 일과 끝나고 정리 까지 끝나는거 보고서야 그때 잤습니다.
머 그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어느새 포상휴가가 하나 떨어지더군요.
각소대 부소대장들은 하사 아니면 중사입니다. 어느날 당직 서고 있는데 행보관이 저녁에 얼큰하게 술한잔 하고 와선 부소대장들 집합 시키더군요. 머 어쩌고 저쩌고 욕설 섞인 잔소리를 한참 하시더니.
"야, 너희 분대장들 좀 신경써, 짬밥 안되는것들은 소대장들이 신경 많이 써주니, 니들은 분대장들 데리고 주말에 나가서 소주도 한잔씩 하고 하란 말야" 그러면서 몇만원씩 찔러주더군요.
전 그때까지 우리 부소대장이 사람이 좋아서, 아니면 절 좋아해서 -_- 맨날 데리고 나가는줄로만 알았습니다.
저희 행정보급관은, 여전히 중대 사람들 많은곳, 사람들이 보는곳 앞에선 일이등병들을 위합니다. 역시 사람들 보는 앞에선 병장은 개갈구고요.
하지만 알고보니, 실질적으로는 병장들을 더 위하는 분이더군요.
이 분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게, 사실 일이등병들은 그렇게 군생활을 깊숙히 알지도 못하고 피상적인것 밖에 못볼정도의 시야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그랬던 시기에는 저한테 따스히 웃어주시고, 고생한다고 어깨 한번 토닥 거려주는 행정 보급관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죠.
시간이 지나 군생활이 더 익숙해지고, 그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될때쯤에는.
겉으론 쪼인트까고, 욕하고 두눈부릅뜨고 야단만 치는것 같아도. 뒤로 챙겨주는게 이미 다 보이고, 군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할만한 휴가 챙겨주는게 가장 좋더군요.
다른분들은 어떤 행보관을 모셨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모셨던분은 좀 대단한분이였던것 같습니다.
첫댓글 행보관 잘만나면 군생활이 정말 재미있기는 하죠,,,저희는 동원부대라거 행보관 파워가 좀 약하기는 했죠,
악마 그 자체
작업사령관이었죠. 정말 군대에서 다배웠습니다. 제가 보직이 소대에서 좀 한가로운 보직이라 주특기도 잘 안나가고 해서 매번 작업을 도맡아 했는데 용접병 인가 안떨어져서 용접배우고 중대 미싱질이 많어서 공장에서 주워온 중고 미싱으로 미싱질 배우고 전역이 월요일이었는데 전역 바로 전 일요일날 대대장 개집 만들다가 제대했네요. 다른놈들은 휴일날 뭐 시키면 소원수리 긁어서 안되니깐 니가 하고 가라 ^^ㅗ
취사장에 있어서 온 중대의 행보관님들이랑은 편하게 지냈습니다. 특히나 뽀급병들을 전령부리듯이 하면서 우리 취사장에 올 때의 모습들을 보면 어쩔때는 귀엽기도 했구요. 군제대한지가 10년정도 되어가지만 행보관에 대한 느낌은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중대장이 이상해서 행보관이 맨날 싸웠던게 기억나네요
키가 약 185에서 187정도? 몸은 이종격투기선수같은..... 다리가 엄청 기셨구요.... 무쟈게 무서웠죠. 중대원이 벌벌~ 떨었습니다.
항상 힘든작업을 시키는 장본인이셨죠...생일때 몰래 밖에데리고 순대국밥과 소주한병을 사주셨는데 정말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꿈에나왔을땐 정말 죽이고싶었어요..
그냥 죽이고 싶었습니다.
행보관이 한번 바뀌어서 물상병까진 첫행보관 그뒤 1년은 두번째 행보관이었는데. 첫행보관이 너무 악독했었어가지고 두번째 행보관은 그나마 낫더군요. 첫행보관은 정말-_-;; 진짜 뭣같은 놈이었음.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이하 쓰레기도 많았죠.
저희 행보관은 원사 였습니다...원사...대대주임원사보다2년 후배인 원사...중대장,소대장 다 필요없습니다...행보관 말 한마디면...겜끝...물런 저희 부대도 상사행보관이 있었지만...재가 일병일때 그러니까 96년도 국군회보2호사건(1호도 저희부대원이 휴가때 사고 친거^^;;)인 수류탄 5발 들고 탈영한(병기계)사건 때문에 부대전체가 확 뒤집혀 졌저...
2년 내내 속으로 죽일놈 소리를 해댔던 행보관...지금도 부대원들끼리 모여서 술한잔 할때 빠지지 않는게 행보관 욕이죠 ㅎㅎㅎ
욕밖에 안나오던 행보관 ㅋ
악마. 고참들이 하는 말이 "그래도 밖에 나가서 만나보니까 좋은 사람이더라." ......밖에서 안 좋은 사람은 없죠.
행보관만 세명 겨쳤는데... 사람마다 다르죠... 좋은 행보관은 정말 좋은데... 악랄한 사람은 정말 악랄하죠 ㅜㅜ 만년중사분들 행보관 1년정도 거치면 승진하더군요.. 그만큼 행보관이라는 직책이 빡쎄기도 하단 얘기겠죵
포반이었는데 주구장창 작업만 했습니다. 포반없으면 중대 안 돌아간다면서 사랑받은 기억밖에 없네요. 사랑받은 대가는 근육통이었습니다. ㅋㅋ
참 능력있는행보관이었습니다. 그분 오시고 나서 부대가 완전..공사새로한것처럼 좋아졌죠. 부대검열에서도 깨지는것 없이 완벽한 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많이 뭐라하지만 그만큼 병사를 위해주는 간부도 없었던것같네요.
작업의 신이었습니다. 작신. 당직서고 있는데 새벽 3시에 전동드릴들고 나가서 취사장에서 동초돌고 있는 애들 불러서 작업하던게 눈에 아직도 선합니다 -_-
가장 무서웠지만, 정작 고생한걸 알아줘서 휴가보내주고, 외박나오면 맛있는거 사주시던 ㅠㅠ
인간쓰레기였죠. 애들 트럭 태우고 돌아다니면서 자재 뽀려서 팔고.. 휴가 나가면 휴가 나간 애들 집 리스트 만들어서 찾아다니면서 밥 얻어먹고 금품 바라고.. 그러다 제 동기 아버지한테 제대로 걸려서 (동기 아버님이 대대장 선배인가??..) 대문 밖으로 쫒겨나고.. 술 쳐먹고 헤롱대다가 파출소에서 순경들 출동하고.. 군용담배 중간에 뽀리치고는 애들한테 담배 한달에 한보루 밖에 못산다고 그러고.. 그냥 인간쓰레기.
행보관이 두 명, 즉 제 군복무 기간 중 바뀌었는데 조폭같은 외모와는 달리 참 좋았습니다. 둘 다 입에 욕을 달고 살던 분들이긴 하셨습니다만, 병사들 실수 다 카버해주고 중대장이 쓰레기 같은 짓 하면 다 카버쳐주고... 한번 찾아 뵙고 싶네요~ 저희는 중대장이 완전 쓰레기 of 쓰레기여서 행보관님이 천사 같았다는....
저희 행보관님 짱 좋았습니다...다만 중대장이 극악이라...
정말 병사들 신경써주고 병사들 편에 서주던 행보관이었는데; 전역해서 후임한테 안부 물어보니까 비리저질러서 짤렸더라고 하더라구요;-_- 뭐 어찌되었건간에.. 병사편에있는 간부가 참 유용하긴 하죠. 그래도 뭐 철저한 교육은. 우리의 주적은 간부.다 라고했던 결산시간이 기억나네요;;
족구 왕...
저는 두명의 행보관을 겪었는데 처음 겪은 약 1년 동안의 행보관은 정말 요물 이였습니다. 그냥 그 지역, 대대에서 유명한 엄청난 개성을 가진 인물이였습니다. 짬은 왠만한 원사보다 있는데 진급을 못해서...화풀이도 많이 하고... 결국 전역할때쯤 원사(진)이 되셨더군요. 두번째 행보관은 정말 여러모로 완벽한 사람이였습니다.
쵝오였음..땅굴 탐지 뭐 어쩌구하는 교육자료에 나오는 분 ㅋㅋ 잘은기억안나지만 사단에서 서열 4위안에 드는.. 저 산악지대 전방근무할때 몸이 안좋아서 병가를 냈는데 전날 새벽부터 출발해서 8시엔가 대대장 신고하러 TOC갔서보니 그날따라 눈이 엄청나게 오는날이었어요 우리 행보관님이 레토나 한대 해주셔서 입구까지 데려다줌.. TOC부터 입구까지 한나절은 아니구 거의 반나절인데;;
작업은 많이 시켜도 그래도 울중대병사들 가장 많이 챙겨주고 카바쳐주고 ㅋㅋ 거의 원사 직전이라 완전 사단장 포쓰였는데 말이죠 말년에 불명예전역하셔서 안타까워요 다들 아버지처럼 생각했었는뎅
작업의 신;;; 정말 인정
저희 행보관도 악마였죠...ㅋ 기분나쁘면 사병들한테 이단옆차기하고 "야 이 ㄱㅅㄲ들아~"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죠. 행보관 명령으로 지뢰지대 안에 들어가 행보관 개인적으로 먹을 삼지구엽초랑 둥굴레, 칡뿌리를 캐던 기억이 나네요. GOP에서 잠깐 PX 볼 때 가라 영수증도 많이 끊어주고 이래저래 제가 도움을 많이 줬더니 저한테는 잘 대해주더군요. 그러니 역으로 작업도 더 많이 시키고...-_-;;; 분대원들한테 맨날 작업 물어온다고 욕 많이 먹었죠. 저 전역한다니까 며칠 더 있다가라고 아쉬워하더군요...ㅋㅋㅋ
상병때까지는 행보관이 좋은 사람이었는데 병장때 부대개편으로 새로 전출간 부대에서는 부려먹기 최강! 그래도 잘해줄 때는 잘해주는 화끈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