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너무 빨리 오고 술집은 가까웠네 선생들 통근 버스를 향해 달려가고 흔한 노을과 묘목들 곁에 영수증처럼 남아서 차라리 구속영장이거나 입대영장이거나 무엇이든 내 일몰의 시간 데려가줄 폭력을 기다렸네 몇 년째 공사가 멈춰져 있는 도서관 뒤로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과 무너진 방죽 때로 여자와 그 길 걸을 땐 아랫도리 함부로 벗어버린 벌목들 뒤로 숨고 싶었지만 욕된 문장들 너무 많이 읽은 내 눈엔 어린 꽃들과 풀씨들이 더 먼저 희끗거렸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거기까지 갔는지 어쩌면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길 끝에 늘 반짝이는 불빛과 별빛 눈물 건너 그 건너 아무도 없는 거기서 나는 언제나 지느러미처럼 서성거렸네 기다리지 않으면 폭력보다 더 먼저 캄캄한 내일이 오고 내일보다 캄캄한 오늘이 기억날 게 두려워 눈을 뜨면 술잔에 헹궈진 아침이었네 우주선을 타고 강의실에 내린 선생들과 젖은 잡풀을 베고 잔 이웃들이 바벨탑 그늘처럼 반짝이는 날들이 날마다 우편배달부처럼 지나갔네 배롱나무 어린 잎이 노을 따라 흔들리는 바람길 뒤로 책갈피들은 맵고 고요하게 펄럭이고 잊혀져서 바로소 노랗게 날개를 단 목소리 따라 숱한 말들이 흘러갔네 아무도 나를 폭력 쪽에서 데려온 적 없는 시간이 돌이킬 수 없는 빠르기로 손금 위에 쌓였네 허물고 싶은 노을들이 그림자를 새겼네
첫댓글 詩~~~로 표현되는 글귀로 가득차~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