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술서
송병호
목양실, 에어컨실외기 커버 씌우다 얼핏
눈이 와도 울지 않을 빈집을 본다
성명 위 낙관처럼 각인된 故 질식사, 사망시간을 알 수 없는
끝내 깨지 못해 화석이 된 잔해, 사란死卵
꼬리 긴 둥지 밟힐까 울음도 울 수 없었을 불법입주
언제 비웠는지, 고요만 슳다
한해 농사 놓친 힘듦이 느껴오는, 가까워서 만날 수 없는
빛과 어둠 사이 열대야 불면의 달그림자 발등만 훑고 갔을 것이다
먹이사슬 윗선 고등의 무례, 피차 生의 平은 같은데
여린 빗물로는 씻기지 않을 시월의 바람 삭연하다
그때 나는 어디서 무엇으로 절반만 사랑하다가
꼭 마지막에서 말 한마디 할 수 없을, 침묵에 드는지
언젠가 헤쳐 나갈 무풍의 돛이면 좋겠다
명년, 흙이 새살 돋는 입춘 즈음 봄꽃 필 때 행여 꽃이 바람 시린 통증에 아파할지라도 유순한 구름 징검다리 삼아 어디 말고 여기 다시 왔으면 좋겠어 금의환향? 아닌 줄 알아 그래서 더 미안해 불법 말고 의젓하게 입주해 자식농사 잘 지었으면 해 비닐하우스 태풍을 견뎌내는 것처럼 불볕열대야 제아무리 흔들어대도 매미가 제 숨통 다 뱉어낼 때까지 절대 틀지 않고 버텨볼게
악착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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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호
한국예총 『예술세계』, 국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궁핍의 자유』, 『환유의 법칙』이 있다.
첫댓글 첫 글을 올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이고, 발행인 선생님께서 다녀가셨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