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중여관 (宮中女官) ※
해가 느긋느긋 떠오르고 있을 때.
설희는 자신의 처소를 나왔다.
처소앞에서 앉아 졸고 있는 금지를 보고 무척이나 놀란 듯 싶었다.
설희는 금지를 어렵게 자신의 처소로 옮긴후 이불을 덮어주었다.
다시 밖으로 나온 설희는 지밀에 있는 아연의 처소를 찾았다.
부지런한 아연은 벌써 일어나있었다.
설희는 아연과 마주섰다.
아연은 오랜만에 만난 설희를 무척이나 반겼다.
하지만 설희는 무표정으로 아연을 보고만 있었다.
"서, 설희야. 왜그래 ? 무슨일 있어 ?"
"언니. 나한테 어쩜 그럴 수 있어 ?"
"무슨 소리야 .. ? 내가 너한테.."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
설희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소리를 지름에도 궁녀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혹 잠이든 다른 궁녀들이 깰까 조용히 소리쳤다..
"설희야. ?"
"어머니가 돌아가신걸 왜 말안한거야 !!!"
"...................미안해...."
"언니만... 언니만 어머니 딸이야 ? 난 왜 몰라야 하는데 !!"
".....나...난.. 니가 걱정이 되어서...
돌아가신걸 알면.. 너 힘들어 할까봐......"
아연은 고개를 숙여 땅을 보며 말했다.
설희에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난.......지금 언니가 너무 미워."
설희는 몸을 돌렸다.
어느새 아연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설희는 아연에게 모진 한마디를 하고는 돌아섰다.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설희는
어느새 깨어 처소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금지를 보며 눈에 맺힌 눈물을 재빨리 닦아 보이고 웃었다.
달이 유난히 청명하게 비추는 저녁이다.
아연은 오늘 하루 일을 손에 잡지 못하였다.
자신을 보며 밉다고 말하는 설희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각.
궁궐 안쪽, 사람이 지나지 않는 곳에 아연 혼자 훌쩍이고 있었다.
임금은 곤룡포가 아닌 의관을 차려 입었다.
그리고는 내시조차 따르지 못하게 한뒤 늦은시각 궁을 걷고 있었다.
임금이 없을 때의 궁을 알기위해서 였다.
낮이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혹 있을까
밤 늦은 시각에 궁을 걷는 것이었다.
어둡고 으슥한 곳을 걷던 임금의 귀에 여인네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임금은 두려움도 잊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금씩 걸어갔다.
"거기 누구 있으십니까.."
갑작스런 사내의 목소리에 아연은 무척이나 놀란 듯 싶었다.
아연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지않아 누군지는 알수 없었으나,
무척이나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지나가시지요."
"울고있는 여인을 보았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단 말입니까."
".....그냥.. 그냥 가 주십시오.."
"왜 이런 곳에서 울고 계십니까."
눈물을 닦던 아연이 순간 사내의 다정한 소리에
울컥하며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흘렸다.
"..울지 마십시오. 여쭙지 않겠습니다. 그만 우시지요."
임금은 어느새 앉아 울고있는 아연의 옆에서 다독이고 있었다.
고운 여인이었다.
어두워 자세히 볼수는 없었지만,
나인복을 입고 있는 참으로 고운 여인 인 것같았다.
한참을 울던 아연이 목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 어미는 두 해전 돌아가셨습니다."
"그러십니까.."
"어린시절 잘 아시던 아주머니께서 전언을 넣어 주셨는데,
저는 그 사실을 제 동생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어찌 그러셨습니까.."
"...제 동생은 궁 생활을 즐거워 하는 아이입니다.
그런 동생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허나. 후에 알게 될 것이지 않습니까."
"...조금만 조금만 있다가 이야기 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두해가 지났습니다.
제 동생이 출궁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 어머니의 임종 사실을 알게 되었구요.."
"...어찌 그런일이.."
"제 동생이 저를 보며 밉다 하였습니다.
정말 슬픈 눈으로 절 밉다 하였습니다.
제 짧은 생각이 제 동생을 더욱 힘들게 하였습니다."
아연이 우는 모습을 보는 임금은 왠지 모를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여린 여인을 지켜 주어야 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알아줄겁니다. 항아님의 마음을 동생분이 알아 주실겁니다."
"정말. 그리될까요. ?"
"물론입니다. 진실된 마음이면 통한다 하였습니다.
그러니 이리 울고계시지 마시지요. 모든게 잘 될겁니다."
임금은 다독이던 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임금이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자리에 남은 아연은 이름조차 물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아쉬워 했다.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아연은 초조히 있었다.
"어..언니.. 아연언니.."
처소 밖.
설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연은 빠르게 문을 열었다.
처소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서 있는 설희가 보였다.
"서, 설희야."
"언니.. 미안해... 내가.. 그러려고 한게 아닌데...
너무 속상해서... 너무 슬퍼서... 미안해..."
"...설희야.."
아연은 설희를 안아 주었다.
진심이면 통한다는 말.
모든일이 다 잘될거라는 말.
아연은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누군지 알수 없었던 그 사내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설희야 ! 설희야 !"
비단을 정리하고 있는 설희를 금지가 급히 불렀다.
"무슨일인데 그리 서둘러 ?"
"서, 설희야. 널. 중전마마께서 찾으셔 !!"
"뭐..?"
금지 뒤에는 노 상궁이 있었다.
노 상궁은 호들갑을 떠는 금지를 혼내더니 설희를 보며 말했다.
"니가 이설희라는 나인이냐 ?"
"네. 소인. 이설희 이옵니다. 무슨일이 온지요."
"중전마마께서 찾으신다. 어서 가보거라."
"..네. 마마."
어리둥절하고 있는 설희를 보며 금지가 어서 가보라는 손짓을 하였다.
설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중전의 처소에 들었다.
중전마마께 절을 올린 설희는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중전은 그런 설희를 보며 가까이 오라고 하였다.
가까이 앉은 설희를 보며 중전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것이 니가 만든 것이냐?"
중전이 내민것은 노리개였다.
설희가 어미를 위해 밤새 만든 노리개.
"그, 그렇사옵니다만 어찌 그게.."
"..내가 제조상궁에게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설희가 최상궁의 처소에서 나와 보퉁에 넣을 때 흘린 모양이었다.
"넌 솜씨가 무척 좋구나."
"과찮이십니다만 제 어미를 생각하며 만든 것이라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갔나 봅니다."
"어미를 위한 것인데.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구나."
"...있어도 전해 드리지 못하였을 겁니다."
설희는 어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 설희를 보고 중전은 의야해 했다.
"어찌 전해 드리지 못한단 말이냐."
"소인의 어미는... 두해전 돌아가셨습니다.."
"...저런..."
중전과 설희 사이에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중전이었다.
"내 너를 이리 부른 것은 부탁이 있어서다."
"소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사옵니다."
"나를 위해 노리개를 하나 만들어 줄수 있겠느냐 ?"
"노리개라면..."
"너의 노리개가 무척이나 맘에 드는 구나.
나를 위해 노리개를 하나 만들어 다오. 할수 있겠느냐.?"
"소인.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순간 설희의 가슴에서 무언가 들끓어 올랐다.
다른 사람도 아닌 중전마마께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 주었음에
무척이나 기뻤고 무척이나 떨렸다.
중전의 처소에서 나온 설희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속으로 기뻐했다.
침방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겠다던 설희의 바람에
한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카페 게시글
BL소설
사 극
※ 궁중여관 (宮中女官) ※ 6
다음검색
첫댓글 오오 재미있어요 !
아 , 감사합니다 !!ㅠㅠ
오오 , 멋져요 + _ + 이제부터 임금이랑 아연이의 러브스토리 ... 쿨럭 - <
맞아요. 키키 >_<
오..... 구리 궁중여관인기마너!. 흠 이런곤란해.
오 , 걱정마 아이꺼보단 없어 키키
재밌어요 ㅋㅋ, 아연 드디어 후궁되는건가.......ㅋㅋ 승은이나 많이입었으면 좋겠네요~
좀더 연애질을 즐기다 승은을 ......<< 응 ? ㅋ
캬~~ 재미있어요,, 아연♥임금 ㅋㅋㅋㅋ 너무너무 재미 있어요..
감사합니다 ㅠㅠㅠ !! 근데 =_= 쓰면서 생각하는 거지만,, 세종이 사내라고 하기에는 좀 나이가 많을듯 =_=
오우~ 가상 보고 읽었어요~ 필독!! 할게요~ >_< 저랑 친하게 지내요~~ ㅜ 흑ㅠ (친구가 없다는??)
네. 친하게 지내요 ^-^
ㄷㅏ음편기대되여ㅋ_ㅋ
감사합니다 ㅠ
진짜 재미있다 ㅜ.,ㅡ!
고마워 ~~
ㅋㅋ ^^!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재밋어요 ㅋㅋ!!
감사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