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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하는 딸 다영이에게......
아빠에겐 참 좋아하는 연주가들이 많다...... 우선 피아니스트로는 백혜선 선생님과 강충모 교수님의 연주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기에 오랜 세월 계속해서 그의 목록들을 자신의 상상력 속에 올려 놓고 있는 그의 연주를 좋아한다.
감정의 치우침이 없이, 건반위에서 앉은 그의 모습은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아닌, 친한 친구에게 다정한 충고와 대화를 열어가는 대화주의자의 따스한 면모가 보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한주가 시작하는 열림의 시간에는 그가 연주하는 모짜르트의 소나타를 듣는 것만큼 내 마음의 부유하는 앙금들을 정갈하게 갈무리 하는 것도 없지 싶다. 어떠한 시간의 시작에는 그만큼 나를 정리된 감성의 끈 으로 묶는 작업이 필요할진대 고전주의에 대한 연주는 이럴때 내면적인 조화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힘의 흐름들이 내게 힘을 주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바로크 미술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러한 바흐와의 만남과 그리 무관치 않은것 같다. 렘브란트와 루벤스......엘 그레코와 푸생, 스페인적 감성이 드러나는 벨라스케즈. 물론 바로크 미술은 다소 반 종교개혁적 성향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오해가 있다. 오늘 이렇게 또 편지를 쓰게 된 것은 바로크 미술에 관한 몇가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1600년경부터 1750년 사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국가에서 발전한 미술 양식이다. 바로크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이며 이상하고 비논리적인 것에서 나온 괴상하고 과장된 모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해. 아빠가 항상 강조하듯 부분에 사로잡히지 않고 당대의 '무의식적 동의의 방식' 인 에피스테메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당대의 미술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이 많다. 주제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나머지 부분은 약하게 보이도록 그렸다고 하지. 그런 점에서 보면 부분을 완벽하게 그려 전체를 볼 때 당연히 훌륭해 보이던 르네상스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지. 화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관람객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 그러다 보니 색채가 화려하고 그림자 효과가 뚜렷하며 붓질이 자유로운 점 등 다소 거칠고 남성적으로 느껴진단다.
역시 루벤스의 그림에선 균제한 아름다움이 느껴져.....세월이 갈수록 아빠는 고전 그림이 점점 좋아지는 구나. 오늘은 루벤스와 렘브란트에 대해서 양식사적인 이야기는 다소 접어두려고 해. 사실 양식사에 대한 이해는 네 스스로 그림을 꼼꼼히 읽어가면서 해부하면서 학습해야 하는 일면이 강하거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회화의 차이만 놓고 보자면 르네상스가 신의 힘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으려 했다면 바로크는 종교의 절대적 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세계를 만들어가기를 원했다는 점이다. 예술 또한 종교를 기록하고 찬양하던 역할에서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장식하는 역할도 함께하게 되었던 거지. 그만큼 종교에 메이던 시대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의식을 갖게 된 것이지. 뒤집어 말하면 일상의 모습들이 예술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위의 그림은 바로 렘브란트의 명작이라 불리는 '야간 순찰'이란 제목의 그림이다. 아빠가 렘브란트를 좋아하는 것은 그로 부터 회화에서는 드디어 빛의 사용에 대한 아니 빛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지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야.
빛에 대한 이해를 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요소다. 모든 만물들이 빛이란 매게를 통해서만 우리의 시각속에 드러날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는 말이고 그것은 드디어 성상과 다양한 마리아 상의 조각뿐만 아니라 신의 시선과 그의 창조물인 빛에 의해 비추어진 모든 사물들이 신의 은혜속에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는 것 만으로도 신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하는 것이었을 거라고 아빠는 믿고 있다.
이 당시 네덜란드는 막 스페인의 지배로 부터 벗어나 독립국이 되었고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공화정이란 체계를 만들면서 일반 시민들이 자경단을 만들고 국가를 지키기 시작한 시대다. 바하의 음악에서 진정한 종교개혁의 정신을 찾을수 있다고 아빠가 수없이 이야기 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고전이란 이야기를 꺼내면 캐캐묵은 것. 혹은 보수적인 성향, 혹은 변하지 않는 것이란 편견을 쉽게 가진다. 하지만 고전이란 그 의미 그대로 오랜 세월의 시험을 견뎌내면서 당대의 사람들에게 도전과 새로운 해석을 통한 저항의 방식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아빠는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동양의 고전을 공부해보라고 아빠가 네게 말하는 것이다.
자구의 해석에 메이기 보다 텍스트의 정신을 아는 것. 현대라는 시간 속에서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철저하게 나를 재발견하게 되는 것. 그 정신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미술사를 배우는 이유라고 아빠는 또 다시 한번 말해보고 싶구나.
다영아 요즘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들었다. 아빠는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의지가 없었는지 선생님을 세번이나 바꾸었지. 그래서 사실 네게 열심히 하라고 강요할 자격이 없다. 음악을 하는 것, 그 첫번째 목적은 조화를 배우는 일이라고 믿는다. 아빠가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평균율이란 우주적인 법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신의 시선과 신의 뜻으로서의 조화에 반했기 때문이다.
콩쿨 준비는 되어가는 대로 어떤 느낌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아빠에게 편지로 알려주면 좋겠다. "그냥 저는 잘있습니다" 라든가 하는 식의 글보다는 우리 다영이가 어떤 책을 읽었고 그것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는 대화식의 편지를 쓴다면 우리는 더욱 깊은 아빠와 딸의 모습이 되리라 믿는다.
항상 건강하고........
2005년 5월 30일 미래의 아빠가.....어린왕자의 고향 리용에서.....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http://blog.daum.net/film-a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