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노을이 바다를 펼치면
다락빌레 벼랑 속으로
거친 숨결 하나,
하늘로 간 소'(pond)에 소가 있었지
도시의 아파트 한 채처럼
송아지를 분양받은 큰어머니
차양 넓은 햇살이
작은 어깨에 내려앉아
들판의 하루가 감투로
숨 차오를 때
다락빌레 한가운데 소'의
잘근잘근 대는 소리에
잠시 쉬어가고는 했지
하양 떠밀려오는 벼랑 파도 소리가
무성한 파도를 이끌고 수초의 혼을 빼놓을 때
개구리 숨죽이며 알 낳는 소리
공기방울로 터져나오고
진흙 물뱀 꼬리는
바람의 온기를 감추며
저물어 갔지
어디선가 장수풍뎅이
물가에 지문 찍듯
소' 지천을 쿵쿵 울리며
소의 발굽소리 다가올 적
겁없이 손에 쥐어진 버들 막대 하나
물가에 비친 늙은 호박 같은
엉덩짝을 찰싹 내리치고는 했어
목을 축이는 소의 울음 곁,
하얀 목덜미를 씻는
큰어머니의 환한 하루가
이렇듯 흘러가는 어진 눈매에
느려도 천 리를 가는
황소의 콧김으로
점점 소'와 뜨겁게 맞닿던
어느 여름날이었어
꿈결 소'에 비친 낮달을
사각사각 베어 물다
생이가래 속으로 툭 떨어진
이빨을 찾으려 손을 집어 넣었던 딸애
간질대는 물뱀에 울면서
깨어난 다락빌레엔
종일 비가 내렸고
웃자란 풀을 쫓다 벼랑 아래로
큰어머니의 황소는
별안간 떨어졌지
바다는 굵어지는 빗소리에
큰어머니 상혼의 궁핍을 남기고
그 해, 무른 콜타르 감정이
다락빌레 소'를 자르니
쭈욱 뻗어나간 신작로에 소금 핀
마른 눈물만 번져갔어
서쪽 돌 염전 따라
빌레의 명치끝을 밟으면
다락쉼터 표지석을 만날 수 있어
바람부는 날 이곳에 서면
수평선 너머로 간
큰어머니의 황소가
아직도 소의 잘근잘근 대는
소리를 씹으며
바다로 터져나간 신음을
삼키는 것 같아 먹먹해지고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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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빌레의 소'(pond)로 간 소/ 안시표
시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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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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