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속편 영화의 법칙은, 빅(Big)이다. 전편보다 물량투입을 더 많이 하는 빅 사이즈 전략이 적용된다. 흥행 성공한 요인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그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새로움은 없다. 대신 이미 검증된 흥행 요인에 대한 자신감으로 훨씬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각의 내러티브가 전개되려면 모험이 필요한데,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흥행성을 버리고 흥행 요인이 불안한 새로움으로 모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의 제작자는 [탑 건][더 락][진주만] 등을 만든 명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다.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자답게 그는,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에서 대부분 속편의 법칙을 따르지만 약간의 모험도 시도한다. 물론 전편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서 시각적 볼거리는 강화되었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것이다.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의 스토리 라인은 그래서 1편보다 뒤지지 않는다. 고고학자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 분)의 모험을 기둥 줄거리로 하지만, 액션보다는 어드벤처, 폭력보다는 스릴에 초점을 둔 것이 1편의 흥행 성공요인이었다는 분석으로, 어드벤처와 스릴을 더욱 강화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감독은 1편에 이어 [페노메논][당신이 잠든 사이][쿨 러닝]의 존 터틀타웁이 맡았다.
벤은 1편에서 그의 모험을 도와주었던 에비게일(다이앤 크루거 분)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별거하고 있는 상태다. 2편의 미션은 링컨 암살사건과 관련된 벤 가문의 오명을 씻고, 보물을 찾는 것이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가 [인디아나 존스]류의 어드벤처류와 다른 매력은, 국가적 가치나 명예와 관련있는 최고의 보물, 즉 국보라는 의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어드벤처가 아니라 미국의 역사와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2편도 마찬가지다. 1편이 미국 건국과 관련된 보물 찾기를 다루고 있다면, 2편은 링컨 암살이라는 거대한 스캔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링컨 암살은 미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었다. 케니디 대통령 저격처럼 역시 링컨 암살도 그 배후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링컨 암살범 존 월커스 부스의 일기장은 대부분 불에 타서 흔적이 없다. [내셔널 트레저:비밀의 책]에서는 부스의 일기장 중 분실된 부분이 발견되면서 벤 스틸러의 조부가 링컨 암살에 관련되어 있다는 읫미을 받는다. 벤은 가문의 명예를 위해 조부의 누명을 벗기고자 노력한다. 그는 아버지 패트릭(존 보이트 분)의 기억을 더듬는 한편, 월커스 부스가 남긴 일기장의 숨겨진 비밀을 해독하려고 한다. 별거하고 있는 에비게일 박사의 도움으로 일기장에 숨겨진 암호를 해독한 벤은 조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모험에 나서는데, 이때 방해꾼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월커스의 후손(애드 해리스 분)이다.
[내셔널 트래져:비말의 책]의 마지막 시퀀스는 높이 1,745미터의 러쉬모어 국립공원에서 펼쳐진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4명의 흉상이 새겨진 이른바 큰바위 얼굴로 유명한 러쉬모어 산을 배경으로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촬영되었다는 것은, 마케팅적 측면에서 제작진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정확히 엿볼 수 있다. 초대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3대), 링컨(16대)과 루스벨트 대통령(26대) 등 미국을 건국하고 영토를 확장시켰으며 노예를 해방하고 갈라진 남북을 통일한, 그리고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4명의 대통령은, 이 영화의 밑바탕에 미국적 애국심이 깔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민들이 아니라면 너무나 노골적으로 미국 찬사를 보내는 이런 류의 마케팅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911 이후 다시 한 번 부강한 미국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다.
국가적 보물을 찾는다는 컨셉에 액션 어드벤처라는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접목시킨 [내셔널 트래져] 시리즈는 미국적 자존심을 회복하고 역사적 사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현실감을 증폭시켜 사건 전개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영리한 마케팅으로 미국인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 영화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은, 주인공 벤 스틸러 역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처가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문화제국주의로서의 미국적 영향력의 시험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